“우리 회사 에이스가 떠났어요”…대기업서 쓰는 기술이 어쩐지
매년 늘어나 한해 6000건 넘어
이로 인한 중소기업의 피해는 심각한 상황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기술탈취와 분쟁으로 인한 중소기업들의 상담 요청 건수는 매년 6000여 건이 넘는다. 통합 상담 건수는 2018년 5724건, 2019년과 2020년 각각 6152건, 6541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로 확인된 중소기업 기술침해 피해 사례는 2021년 기준 33건, 피해액은 189억4000만 원이었다. 최근 5년간 피해를 인지했거나 기술침해가 발생한 중소기업 사례는 280건, 기술유출 및 탈취 피해금액은 2827억원에 달했다. 이는 기술침해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특허분쟁의 경우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2018년 50.0%에서 2019년 60.0%, 2020년 71.4%, 2021년 75.0%로 매년 증가 추세다. 승소율로 본다면 10곳 중에 3곳이 채 되지 않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기술침해 피해가 인정된 경우는 2021년 33건 189억원 등에 그친다.
최근 방역업계에서는 해충방제 전문 중견기업 세스코 직원에게 채용을 미끼로 영업비밀 등을 탈취한 GS그룹 계열사 삼양인터내셔날이 받게 될 처분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현황에 따르면 GS그룹의 자산은 81조 8360억 원대로, 재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계열사는 93개에 달한다. GS그룹은 ESG협의체를 출범하고 매 분기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안건부터 ESG 전략을 논의하는 등 ESG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은 GS그룹 계열사인 삼양인터내셔날과 삼양인터내셔날 임원 및 세스코 전(前) 직원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세스코의 주요 영업비밀 누출로 세스코 측이 사업상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하고 정식 재판을 진행 중이다.
방제 업종의 특성상 전문성 체화로 인력 이동과 동시에 영업비밀과 기술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액은 최소 1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금액으로 추산된다. 법인 고객의 경우 계약을 유치하여 관리하면 거래 기간이 평균 10년에 달하는 것을 고려할 때 피해 금액은 1조 원까지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과 별개로 이달 1일 세스코는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삼양인터내셔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삼양인터내셔날의 세스코 영업비밀 침해는 전문 기술과 인력이 없는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신규 시장에 진입하여 무리한 성장을 꾀하다 발생한 법률 위반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게 중소기업들 호소다. 세스코 뿐만이 아니라 헬스케어 스타트업 알고케어는 대기업 롯데헬스케어와 협력을 논의했던 과정에서 기술탈취가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최근 특허청에 롯데지주와 롯데헬스케어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고 부정경쟁행위 신고를 진행했다. 알고케어가 개발한 영양제 디스펜서 ‘뉴트리션 엔진’의 기술을 롯데헬스케어가 베껴 ‘필키’를 개발하는 데 활용했다는 것이다.
건설 중장비용 전자장비 제조업체 현대엠시스템즈는 2014년 1월부터 A 협력사로부터 중장비용 카메라를 납품받던 중 이를 자체 개발 카메라로 대체하기로 계획하며 A사와의 거래를 중단했다. 현대엠시스템즈는 A사와 거래가 중단된 이후에도 신규 개발된 자사 카메라의 유지 보수를 위해 A사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지속했다. 그 결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엠시스템즈가 공정경쟁 기반을 훼손하는 기술유용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고 과징금 1억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기술을 무단 유출하거나 탈취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당하는 중소기업은 혁신기술 개발 동기가 꺾일 뿐 아니라 사업을 접을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이는 일자리 문제, 노동시장 양극화 등 심각한 사회 분열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기업으로서도 자체 기술력 강화보다 가격으로 경쟁우위를 점하고자 한다면 기업의 장기적이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이 오랜 시간 쌓아온 아이디어와 전문성에 대해 대기업이 기술자료를 탈취하고 부정경쟁을 자행한다면 중소기업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그대로 넘어져 버리고 말 것”이라며 “국회와 정부가 제도 개선과 관련한 입법안을 강력하게 추진해 중소기업이 바로 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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