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미칼럼] 가치 외교가 성장 동력이 되려면
경제안보 패러다임 변화에 부응
반도체·에너지기술 동맹 다지고
중국과의 국익 외교 모색해야
윤석열정부 1년을 평가하는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외교안보 분야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이 핵심인 윤정부 외교안보 정책 방향이 보수층에 ‘비정상의 정상화’로 받아들여진 덕분이다. 북한에 기울고 이념에 편중된 전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중도층 일부도 가세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직에 취임한 1년 전 이맘때를 생각하면 외교 안보만큼 큰 변화가 이루어진 분야도 없다”고 자평했다.
설리번은 ‘젊은 키신저’로 불리는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전략가다. 그가 밝힌 구상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경제안보 협력을 담은 한·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포함돼 있다.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상협 카이스트 부총장은 이번 윤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 당시 합의된 ‘탄소중립 공동 대응’ 에 주목했다. 김 위원장은 본지 주최의 ‘2023 세계에너지포럼’에서 “미국이 절대적 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컴퓨터·바이오·클린에너지 기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클린에너지, 즉 녹색 기술에 대한 협력을 약속한 것”이라며 ‘녹색기술동맹’ 의미를 부여했다. 실제 설리번은 브루킹스연구소 연설에서 주요 투자 분야로 클린에너지 공급망 구축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수출로 먹고살고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100%에 가까운 나라에서 경제 안보는 필수다. 더욱이 미국의 진보, 보수 정권을 떠나 글로벌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다투는 신냉전 시대다. 보수 성향의 대표적 미국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발표한 ‘신냉전 승리: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계획’ 보고서는 동맹국과의 강력한 파트너십과 경제 안보 정책 강화, 에너지 자립률 제고 등을 주문했다. 바이든 정부 정책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급변하는 경제 안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 세대의 먹거리, 대한민국 운명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퍼주기 굴욕외교’와 같은 제1야당의 원색적 비판은 시대착오적이다. 내부 갈등에만 초점을 맞추는 축소 지향적인 관점으로는 정체된 대한민국의 성장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문제는 가치 외교만 내세우다가 실익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 우리 기업의 불이익은 없어야 하고,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중국 정부와의 균형 외교도 필요하다. “경제를 외교 중심에 두겠다”는 대통령 원칙은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유효해야 한다. 진영의 극심한 반대에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한 노무현정부처럼 국익은 언제나 우선돼야 한다.
황정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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