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사설] 윤석열 정부 '가짜뉴스' 대책 가늠해본다면
미디어오늘 1401호 사설
[미디어오늘 미디어오늘]
윤석열 정부와 여권이 가짜뉴스 대책이라고 부르며 추진 중인 허위조작정보 규제책에 관심이 모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가짜뉴스를 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후 당정이 하루가 멀다하고 가짜뉴스 얘기를 꺼내고 있다.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컨트롤타워는 국민통합과 미디어 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특위는 지난달 17일 출범식을 갖고 '뉴스 형태의 허위조작 정보'와 관련해 피해구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3개월 정도 논의를 하고 오는 7월 대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포털 문제에도 깊숙이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는 점이다. '뉴스포털과 언론매체의 건강한 관계정립'이라는 목표 아래 기사배열과 광고배분, 제휴심사 등에 적용되는 알고리즘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우선 보수언론단체와 직간접적으로 긴밀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미디어특위 인사들 특징을 미뤄봤을 때 가짜뉴스 규제책은 자신한테 불리한 언론보도나 매체를 편향적이라고 낙인찍어 때려잡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 언론계 인사로 참여한 김창기 전 조선일보 편집국장의 가짜뉴스와 관련된 행보를 보면 “거짓과 가짜뉴스들이 국민의 의식을 총체적으로 해체하고 파괴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시장경제를 파괴하는 현실을 더는 지켜볼 수만은 없는 지경”이라며 출범했던 바른언론시민행동에 발기인으로 참여한 전력이 있다. 해당 단체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짜뉴스 아카이브를 운영할 계획인데 최근 가짜뉴스 신고 상담 센터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문체부의 계획 중 '인공지능(AI) 가짜뉴스 감지 시스템' 개발 지원과 맥을 같이한다.
국민의힘 공정방송감시단 법률지원단 소속이었던 홍세욱 변호사도 보수언론단체와 관련이 깊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창립한 공정언론국민연대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해당 단체는 27개 언론사 보수 성향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돼 있는데 최근까지 언론노조와 각을 세우며 보수 성향 노조가 분석한 각종 데이터로 공영방송과 포털 알고리즘이 편향됐다고 주장해왔다.
자유한국당 비대위 대변인을 지낸 윤기찬 변호사는 가짜뉴스 관련 법률 자문으로 꾸준히 이름을 올린 인사다. 윤 변호사는 지난 2019년 황교안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가짜뉴스 뿌리를 뽑겠다며 만든 당 미디어특별위원회의 법률자문단에서 활동했다.
학계 몫으로 참여한 인사를 보면 과거부터 최근까지 가짜뉴스 폐해를 주장하며 언론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으로 양승목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2019년 문화일보에 기고한 '초당적 가짜뉴스 대책 화급하다'라는 시론에서 “팩트체크는 온라인 가짜뉴스에 대한 예방적 효과가 약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장기적 대책으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며 형법상 금지된 콘텐츠를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독일의 '소셜네트워크법(NetzDG)'과 정부가 허위로 판단한 정보를 올린 개인이나 기업에 해당 콘텐츠를 내리게 하거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필요하면 사이트 차단까지 명령할 수 있는 싱가포르의 '온라인 허위와 조작으로부터의 보호법(POFMA)'을 언급하기도 했다.
양 교수는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를 얘기하면서도 “문제는 가짜뉴스와 표현의 자유 사이 어느 지점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는 일”이라며 대책을 촉구했다.
학계 인사 중에 포털 문제를 지적하는 주장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한규섭 서울대 정보학과 교수는 지난 2017년 “(포털이)언론이든 아니든 간에 포털이 뉴스 유통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뉴스에 유권자들이 노출되는지에 전적으로 포털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히 이런 가짜 뉴스 유통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곽규태 순천향대 글로벌문화산업학과 교수는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 주최로 열린 '포털뉴스서비스 신뢰성 제고를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제평위 심의위원 선임 기준과 절차가 공정한지 사회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뉴스 제휴 심사 기준과 과정도 규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어떤 식으로든 법률 위반 쟁점을 비껴가는 형태로 공영방송 뉴스와 포털뉴스를 손보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위헌 소지를 비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판결 결정문에서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라고 한 것처럼 가짜뉴스가 과연 무엇인가라는 개념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짜뉴스 피해라는 것도 예측하기 어렵다.
사실성과 허위성, 조작 고의성, 악의성 등을 규제 기구가 판단하는 것이 선행돼야 하는데 이게 과연 가능할 일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국회입법조사처_제20대 국회의 허위조작정보 관련 입법 현황 및 쟁점(김여라)). 정치적 공세 일환으로 나온 가짜뉴스 때려잡기가 정말 무모해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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