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이 책만은 꼭] 짧은 인생을 길게 사는 비결

2023. 5.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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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삶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간신히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지를 묻지 않는 인생은 진짜 인생이 아니다.

"분주한 자야말로 인생에 가장 관심이 적지요." 그런 자에게 쌓아 올린 부는 삶을 억누르는 짐이 되고, 눈부신 재능과 능란한 말솜씨는 인생을 피 말리는 도구로 전락한다.

인생을 남에게 많이 뺏긴 자들은 흔히 나이 들어서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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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 추구하거나 남만 섬기는 자 어리석어
도망치는 시간 자기 삶에 붙들어야 행복
사람들은 흔히 삶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간신히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타고난 수명은 100년을 넘기 어렵고, 그나마 쓸모없는 일을 하느라 주어진 시간을 대부분 소진한다. 진짜 삶을 살기는커녕 방탕한 욕망을 충족하고, 물질적 탐욕을 추구하며, 명예욕에 시달리느라 인생을 탕진한다. 그러다 막상 죽음의 강요를 받으면, 인생이 너무 짧다고 한탄한다.

‘인생의 짧음에 대하여’에서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말한다. “수명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수명을 짧게 만들었소. 얼마 안 되는 재산도 제 주인을 만나면 사용할 때마다 늘어나듯, 수명도 올바로 배분하면 크게 늘릴 수 있소.” 어떤 인생도 큰일을 해낼 만큼 충분히 기나, 제대로 살 줄 모른다면 소용없다. 우리가 짧은 삶을 길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다.

이 짤막한 에세이는 세네카가 로마의 양곡 조달관인 친구 파울리누스에게 주는 글로, ‘그리스 로마 에세이’(도서출판 숲 펴냄)에 실려 있다. 파울리누스는 야심 찬 사람이었던 듯하다. 그는 어릴 땐 여러 학예를 두루 연마하고, 나이 들어선 높은 지위에 오르려 온갖 고통과 수모를 견디며 헌신했다. 사치한 칼리굴라를 위해 일하다가 분노한 민중들의 돌과 칼과 불의 위협에 노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세네카는 충고한다. “국가 양곡의 대차대조표보다 자기 인생의 대차대조표를 아는 게 더 나은 일이오.”

남들한테는 더없이 행복해 보이나, 실제로 자기 삶을 저주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무엇을 위해 일하고,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지를 묻지 않는 인생은 진짜 인생이 아니다. 그는 달력 넘기듯, 시간을 흘려보냈을 따름이다. 백발과 주름살이 인생을 오래 살았다는 증거일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나는 쉰 살이 되면 은퇴해서 한가하게 살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산다는 보장이나, 뜻대로 이루어진다는 확신은 아무한테도 없다. 삶의 가장 큰 장애는 내일에 매달리다 오늘을 놓치는 일이다. 따라서 물욕을 부리고 지위를 탐할 땐 인색하게 굴면서도, 시간을 낭비할 땐 너그럽게 행동하는 건 한심하다. 세네카는 꾸짖는다. “인생 자투리만 자신을 위해 남겨두다니, 부끄럽지도 않나요?”

진리를 보지 못한 채 욕망의 포로로 사는 사람은 절대 자신에게 돌아가지 못한다. 밀려드는 업무와 허무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만 바쁠 뿐 자신을 위해선 조금도 시간을 내지 않기 때문이다. “분주한 자야말로 인생에 가장 관심이 적지요.” 그런 자에게 쌓아 올린 부는 삶을 억누르는 짐이 되고, 눈부신 재능과 능란한 말솜씨는 인생을 피 말리는 도구로 전락한다. 성공해도 실패한 삶이다.

특히, 남을 섬기려고 온통 자기 시간을 바치는 자는 어리석다. 인생을 남에게 많이 뺏긴 자들은 흔히 나이 들어서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지혜로운 자는 남에게 매이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도망치는 시간을 한순간도 낭비하지 않고 자기 삶에 붙들어 맨다.

“인생 가장 좋은 날이 가련한 인간에게서 가장 먼저 도망가노라”라는 베르길리우스의 경고를 받아들여 하루하루 온전히 사는 일 말고 죽음 앞에서 떳떳할 길은 없다. 나날을 의미 있게 보내서 지난 삶을 후회 없는 재산으로 만든 사람은 행복하다. 낭비하지 않아서 과거가 부끄럽지도, 두렵지도 않은 사람은 제대로 살았다. 이것이 짧은 인생을 길게 사는 비결이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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