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서울 민간건축물 디자인 혁신의 시작

2023. 5.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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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국민이 사랑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는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적이어야 하고, 인간을 위한 건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창의적인 건축물 도입을 어렵게 했던 제도와 행정 절차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혁신 디자인을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은 시민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니라 서울을 일상의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하고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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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국민이 사랑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는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간적이어야 하고, 인간을 위한 건축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물을 세울 때에는 사람의 다양한 시선과 경험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2월, 서울시는 다채롭고 매력 넘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을 발표했다. 창의적인 건축물 도입을 어렵게 했던 제도와 행정 절차를 대대적으로 손질하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통해 혁신 디자인을 유도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또 시는 공사비가 확정된 뒤에 디자인이 선정돼 창의적인 제안이 좌절되는 일이 없도록 ‘선(先) 디자인 후(後) 사업계획’ 시스템도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공공건축물의 경우, 계획 수립 당시 책정된 표준 공사비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훌륭한 디자인을 확보했다 해도 특수공법이 요구되는 비정형 건축물 등을 건립하는 것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미국변호사
그동안 서울시는 도시의 표정을 바꾸고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들섬 디자인 공모를 시작으로 여러 공공건축물 디자인에 국내외 명망 있는 건축가의 참여를 유도해왔다. 그러나 도시의 많은 부분은 공공이 아닌 ‘민간건축물’이 차지하고 있기에, 서울 시내 곳곳에 더 크고 개성 있는 건축물이 건립되기 위해서는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다. 시는 민간건축물 혁신 디자인을 지원하기 위해 오는 19일까지 ‘도시·건축 창의·혁신 디자인 시범사업 공모’ 제안을 진행 중이다. 시는 5월 말 시범사업 대상지 10곳 내외를 선정, 기획 디자인 심사를 거쳐 최종 대상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1차에 선정된 대상지가 ‘감성 및 혁신 디자인 가이드라인’에 따라 창의적인 건축물을 제안하면 높이·용적률 등의 규제를 완화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혁신 디자인 실현을 위해 부지가 건축법에 따른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면 조경면적, 건폐율, 대지 안의 공지, 건축물의 높이 제한 및 일조 등 확보를 위한 높이 완화를 적용받을 수 있다. 시는 디자인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전해주는 차원에서 창의성, 혁신성 등에 따라 국토계획법 시행령에서 정한 최대 용적률의 1.2배 이내까지도 완화해 줄 계획이다.

이번 공모는 시가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도시 이미지를 결정하는 ‘건축 디자인’을 바꿔 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이 높이, 규모가 아니라 건축물의 품질과 품격으로 경쟁하는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일 것이다. 이번 첫 공모만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서울의 풍경은 이전에 비해 다채롭고 활력 넘치게 변모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덜란드 ‘로테르담’은 하나하나의 매력적인 건축물이 모여 시민의 삶과 품격을 높인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과감하면서도 열린 도시계획이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현대건축의 박람회장’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은 시민과 동떨어진 정책이 아니라 서울을 일상의 여유와 즐거움이 가득하고 더욱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줄 것이다. 서울이 획일적인 스카이라인, 매력 없는 성냥갑 아파트로 대변되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혁신적인 건축의 도시’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대해본다.

김지엽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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