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아이유 왜 억울한가…유사성과 표절의 경계선

정병근 2023. 5. 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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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아이유 표절 의혹 제기, 고발장 접수
"다른 곡 참고 안했다" 작곡가들 해명
누구는 표절이다 누구는 아니다 뭐가 문제?

A씨는 아이유의 곡들 중 6곡이 표절 정황이 있다며 고발장을 접수했다. 아이유 측은 "오로지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흠집내기 위한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EDAM엔터테인먼트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뮤지션 겸 배우 아이유가 표절 시비에 휘말렸다. 근거가 빈약하고 다소 억지스러움에도, 아이유는 수일 동안 '표절'이란 단어를 달고 있어야 했다.

음악의 유사성 더 나아가 표절 의혹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최근엔 유희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해 한 유튜버가 의혹을 제기한 것이 확대된 것인데, 언급된 원작자 측에서 '음악적인 분석 과정에서 볼 때, 멜로디와 코드 진행이 표절이라는 범주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밝혔음에도 그는 오랫동안 진행한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하차했다.

이는 국내 가요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표절 소송을 당한 팝스타 에드 시런은 최근 "정말 모욕적"이라며 표절이라고 판명이 나면 음악을 그만두겠다고 밝히기까지 했다. 그는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 받고 오명을 벗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할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면서 "난 그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고 비통해했다.

국내 최고의 솔로 여가수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아이유에게도 화살이 향했다. 표절이라고 고발한 사람은 원곡으로 거론한 작가 측이 아니라 일반 시민이고, 그 대상자는 곡을 쓴 작가가 아니라 노래를 부른 아이유다. 저작권법상 예외 조항을 통해 가능한 일이지만, 상황 자체가 억지스럽기에 '악의적인 흠집내기'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이유는 대체 왜 의혹을 받게 됐고, 음악에서 유사성과 표절 사이에 어떤 경계가 있기에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의견 차이가 생기는 걸까.

아이유가 일반 시민으로부터 표절 고발을 당한 가운데, 아이유의 '삐삐'를 작곡한 이종훈 작곡가는 "다른 어떤 작업물도 표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드 진행, 곡의 구조, 편곡적 악기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차별성과 개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더팩트 DB

노래 부른 아이유는 어쩌다 표절 고발을 당했나

A씨는 지난 8일 아이유의 대표곡인 '좋은날'(2010)을 비롯해 '부', '가여워'(이상 2009), '분홍신'(2013), '삐삐'(2018), 'Celebrity(셀러브리티. 2021)' 6곡이 국내외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한 정황이 있다며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아이유는 'Celebrity' 작곡에 참여했다.

통상 저작권 침해죄는 피해를 입은 원저작권자가 고소해야 사건이 진행되는 친고죄인데 이번 고발인은 일반 시민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저작권법에 '영리를 목적으로 또는 상습적으로 저작재산권 등을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표, 대여, 2차적 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조항이 있다.

아이유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10일 "아이유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기반으로 한 표절 의혹 게시글과 근거 없는 루머를 담은 유인물이 일부 지역에 배포된 사실에 대해 수개월 전부터 인지하고 있다. 수집한 증거 자료를 토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며 "수사기관의 진행 상황을 기다리던 중 해당 소식을 접했다"고 전했다.

이후 곡자들이 나섰다. '좋은 날'과 '분홍신'을 작곡한 이민수 작곡가는 "타인의 곡을 참고하거나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다"고, '삐삐'를 작곡한 이종훈 작곡가는 "다른 어떤 작업물도 표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코드 진행, 곡의 구조, 편곡적 악기 구성 등 여러 면에서 차별성과 개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선을 그었다.

더불어 이민수는 "아이유 씨를 사랑하시는 여러분들의 마음에, 특히 아이유 씨의 마음에도 상처를 남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이종훈 작곡가는 "저작권은 작곡가의 영역이지 가수의 영역이 아니다. 고소 또는 고발을 하더라도 작곡자인 저에게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유희열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던 유튜버조차도 "느낌이 비슷한 수준이고 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표절이 맞다고 하더라도 아이유는 고발을 당한 피해자인데 왜 작곡가가 아닌 피해자에게 고발을 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또 "저작권법이 친고죄여서 아이유가 상습적으로 영리를 취했다고 주장하는 것인데 아이유가 표절을 해서 6곡에 대한 영리를 상습적으로 취한 행동이 있었어야 한다"며 "아이유는 발매 곡이 150곡이 넘고, 6곡으로 범위를 한정해도 6곡의 각기 다른 작곡가를 지휘해 표절을 공모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하는데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발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소속사는 12일 "고발 내용을 확인했다"며 "고발인은 작곡가들을 상대로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아이유만을 상대로 하고 있다"며 "아무 관계 없는 제3자가 무리하게 가창자인 아이유만을 고발한 것은 오로지 아티스트의 이미지에 흠집내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명백히 잘못된 이러한 고발에 대해서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으며, 그 결과에 따라 무분별한 고발을 한 고발인 등에 대해서도 응분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06년 가수 MC몽이 린과 함께 부른 '너에게 쓰는 편지'가 모던 록그룹 더더가 브른 '이츠 유(It's you)'를 표절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곡중 린이 가창하는 후렴구 8소절이 '이츠 유(It's you)'를 표절했다는 판결이었다. /MBC 방송 캡쳐

쏟아지는 유사성 의혹 제기, 표절의 경계선

이슈화 된 건 최근 유희열과 아이유 정도지만 SNS에 '표절 유사성'이라고 검색하면 많은 의혹 영상과 글이 존재한다. 대부분 두 곡을 놓고 비슷한 부분을 잘라내 번갈아 재생하면서 표절이 의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표절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일부 유사성이 있는 곡들에 대한 표절 의혹도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음악평론가는 "곡을 표절당했는지 여부는 피해를 입은 원저작자가 가장 잘 안다. 그런데 제 3자가 나서서 곡 전체가 아닌 비슷한 특정 부분만을 도려내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비교하면 그걸 보는 사람은 표절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법원 판결 없어도 그게 여론이 된다. 그러면 그 피해를 누가 짊어져야 하나"라고 물었다.

과거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곡의 8마디가 동일하면 표절이라는 정량화된 기준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라졌다. 8마디만 교묘하게 피해서 곡을 만들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표절을 양산한다는 이유에서다. 이후엔 법원에서 실질적 유사성을 따지는데 원곡의 창의성까지 고려한다. 유사성한 구간이 관용적 멜로디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한다.

상호간에 합의로 끝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원까지 가는 사례가 많지 않지만 대표적인 법원 판결이 몇 있다. 그 중 2006년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는 더더의 'It's You(잇츠 유)'를 표절했다고, 2010년 씨엔블루의 '외톨이야'가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배경에 유사하다고 한 구간의 멜로디 창의성 여부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명 작곡가는 "전 세계에서 수천만 개의 곡이 쏟아진다. 제한적인 코드 안에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멜로디 라인을 만드는데 유사한 부분이 없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한 곡을 놓고 작정하고 부분 부분 쪼개서 비슷한 부분이 있는 곡들을 찾으면 수백 곡도 찾을 수 있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더불어 "레퍼런스도 사진, 영화 등 여러 예술 분야에 존재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걸로 분위기가 비슷하니 표절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곡을 만들다가 우연히 유사한 멜로디가 생긴 것인지 대놓고 가져다 썼는지는 사실 어느 정도 티가 난다. 어떤 곡에서 한 부분을 가져다 놓고 정성스럽게라도 바꾸면 티가 안 나겠지만"이라며 "유사성과 표절은 차이가 굉장히 크다. 다만 그건 본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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