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美와 불협화음 노출' 남아공에 밀착 행보 잰걸음(종합)
미 '전략적 동반자' 재확인…"미, 남아공 제재 가능성 희박"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친밀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 의혹으로 미국과 불협화음을 노출한 남아공과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중러 양국의 발걸음이 빨라지는 양상이다.
남아공 현지 일간지 더시티즌은 15일(현지시간) 중국이 남아공에서 1천억 달러(약 134조원) 규모의 상품을 수입해 양국 무역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탕중동 주요하네스버그 중국 총영사는 지난 12일 양국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서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중국 기업의 가장 큰 투자처 중 하나"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중국이 2009년 이후 남아공의 최대 무역 상대로 자리를 잡았고, 남아공은 2010년부터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과 남아공의 '경제 재건 및 회복 계획' 사이에서 더욱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며 "중국은 남아공과 현대화 경험을 공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도 같은 날 양국 정상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표하며 남아공과 유대를 과시했다.
크렘린궁은 지난 12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통화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호혜적 관계를 심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루번 브리지티 주남아공 미국 대사가 기자회견을 열고 남아공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전 무기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로 다음 날이다.
올레그 살류코프 러시아 지상군 총사령관(대장)이 이날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로런스 음바타 남아공 육군사령관(중장)을 만났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타스 통신 등은 러시아 국방부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 육군 간 협력을 증진하기 위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브리지티 대사의 공개 비판 이후 남아공 정부는 러시아에 무기 공급을 허가한 적이 없다고 맞서며, 브리지티 대사의 근거 없는 의혹 제기에 우려를 표명했다.
훔부조 응트샤베니 남아공 대통령실 장관은 "러시아를 제재하는 것은 미국"이라며 "미국은 러시아와의 문제에 우리를 끌어들여선 안 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자 아프리카에서 축소된 영향력을 회복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는 미국이 부랴부랴 수습에 나선 형국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12일 토니 블링컨 장관이 나레디 판도르 남아공 외무장관과 통화를 하고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브리지티 대사 역시 같은 날 판도르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이 "선을 넘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브리지티 대사의 폭탄 발언 직후 미국 국무부 브리핑에서 베단트 파텔 수석부대변인이 제재 대상인 러시아 선박이 남아공 항구에 정박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 대한 무기 제공 의혹과 관련해 미국이 남아공을 제재할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에녹 고동과나 남아공 재무장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남아공이 러시아에 무기를 공급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과 갈등을 해결했으며 미국이 이 문제로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공 노스웨스트 대학의 정치 분석가인 얀 벡터 박사 역시 남아공에서 러시아 화물선에 무기가 실린 것으로 드러나더라도 미국이 남아공을 제재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더시티즌은 전했다.
한편,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주례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고 중립을 유지하겠다는 결의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어느 한쪽 편을 들라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지만, 세계 강대국들 사이의 경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중립이 결과적으로 러시아를 이롭게 하고 다른 나라들과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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