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내일 200일..."좁은 골목길 하나 못 지킨 국가"
[앵커]
이태원 참사 200일을 하루 앞두고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시민단체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들은 참사 이후로도 하루하루가 숨 막힐 정도로 힘든 삶을 겪고 있었는데요.
무엇보다 좁은 골목길 하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며, 그동안의 인권 침해 실태를 공개했습니다.
권준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159명의 목숨이 사라졌습니다.
남은 이들의 삶도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송해진 / 유가족·고 이재현 씨 어머니 : 나의 무능력으로 아이를 떠나보낸 것 같아 숨 쉬는 1분 1초가 죄책감으로 괴롭습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아이의 얼굴을 생각하며.]
참사 후 유족들을 가장 괴롭힌 건, 끊이지 않던 2차 가해였습니다.
익명성 뒤에 숨은 네티즌은 희생자에게 책임을 돌렸고, 수사기관은 마약과 연관성이 있었던 건 아닌지 캐물었습니다.
가까스로 참사 현장을 빠져나온 생존자들도 비처럼 쏟아져 내린 날카로운 말의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이주현 / 이태원 참사 생존자 : 제가 운이 좋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럼 159명은 그저 운이 나빠 그렇게 돼야만 했던 것입니까?]
정부가 참사에 대처하는 방식도 상처를 키웠습니다.
유가족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영정사진 하나 없이 합동 분향소가 차려졌고, 참사 200일이 되도록 책임자 처벌도 지지부진합니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유가족들은 좀처럼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사회적 참사에 대해서는 사회적 장례를 치를 필요가 있거든요. 개인적 접근만으로 참 해결이 어렵습니다. 사회가 집단적으로 함께 기억하고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지 않을 노력이 (필요하죠.)]
마음이 조각난 유가족이 원하는 건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약속, 그리고 시민들의 공감과 연대를 통한 진정한 회복입니다.
[임현주 / 유가족·고 김의진 씨 어머니 : 재난참사의 경험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동력이 되기 위해서는 참사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만 제대로 된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할 수 있고.]
YTN 권준수입니다.
YTN 권준수 (kjs81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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