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젊은 정치인 원한다”…집권세력 참패시킨 정치신인

최현재 기자(aporia12@mk.co.kr) 2023. 5. 1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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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등 포퓰리즘 공약 통하지 않아
연정 변수...정권교체는 불확실한 상황
“일등했어요” 태국 총선 개표 결과 원내 1당에 오른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15일 방콕의 당 본부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검지를 치켜세우며 밝게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4일(현지시간) 열린 태국 총선에서 하버드 출신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이끄는 제2야당 ‘전진당(MFP)’이 원내 1당의 자리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군주제 개혁 등 급진적인 공약으로 젊은 세대의 표심을 사로잡으며 탁신 친나왓 전 태국 총리의 딸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제1야당의 선거 불패 신화도 무너뜨렸다.

15일 현지 방송 타이 PBS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개표율 99% 기준 비공식 개표 결과 제2야당이자 진보정당인 MFP가 하원 500석 가운데 151석(30.2%)를 확보해 원내 1당을 차지할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탁신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을 총리 후보로 내세운 제1야당 프아타이당은 141석(28.2%)를 차지해 1당 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탁신 계열 정당이 총선에서 1당 자리를 놓친 건 2001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이끄는 루엄타이쌍찻당과 팔랑쁘라차랏당 등 두 친군부 정당은 각각 36석, 40석 확보에 그쳐 민주 진영에 참패했다.

MFP의 총선 승리엔 젊은 층의 높은 지지가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 MFP는 태국 보수 기득권의 상징인 군주제 개혁을 약속하고 왕실모독죄, 징병제 폐지 등의 공약으로 총선 전부터 젊은 층의 지지세가 높았다. 전체 유권자 중 41.9%가 41세 이하인 태국의 인구 구조상 젊은 층의 높은 지지가 선거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MFP 승리로 해당 정당에서 총리 후보로 나온 피타 대표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캐네디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그랩’의 임원 등을 지낸 기업인이다. 2019년 총선에서 MFP의 전신 퓨처포워드당(FFP)에서 처음으로 당선된 정치 신인이기도 하다.

반면 제1야당 프아타이당은 최저임금 인상, 모든 성인에게 1만 바트(약 39만 5700원) 지급 등 선심성 정책을 내세웠지만 MFP의 개혁 의제에 밀려 패배했다. 과거 탁신계 정당이 농민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끌어낸 포퓰리즘 전략이 더이상 통하지 않은 것이다. 티띠난 뽕수티락 쭐랄롱꼰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프아타이당은 이미 끝난 포퓰리즘 정책으로 잘못된 전쟁을 벌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태국 총선이 범야권의 승리로 끝났지만 정권교체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야당인 MFP과 프아타이당의 의석을 합치면 300석에 육박하지만, 현재 태국의 헌법상 야권이 자력으로 총리를 선출하려면 376석이 필요하다. 군부가 임명한 상원 의원 250명도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친군부 계열 정당도 자력 총리 선출이 불가능하다. 모든 상원 의원의 지지를 얻는다고 해도 하원에서 126석의 지지가 추가로 필요하지만, 현재 친군부 정당들이 확보한 의석은 80석에 못미친다. 이에 따라 향후 총리 선출과 연정 구성을 둘러싸고 군부 진영과 민주 진영간 이합집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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