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아니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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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아니다.'
김남국 의원이 코인투자 자금출처 의혹을 해명하면서 한 말이다.
서민 정치인을 자처한 김남국 의원이 코인투자로 수십억 원을 챙긴 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아니다'라는 위대한 말이 김남국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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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아니다.'
김남국 의원이 코인투자 자금출처 의혹을 해명하면서 한 말이다. 국민들은 하늘을 보는 대신 열심히 땅을 일구며 산다. 버스 노동자가 시동을 걸어 새벽을 알리면, 첫차를 탄 청소 노동자들이 도시 곳곳으로 출근한다. 새벽 어스름이 걷힐 때쯤 밤새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와 종종걸음으로 지옥철로 이동하는 노동자, 야간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편의점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조우한다. 노동자의 발걸음에 맞춰 가게 셔터 문이 하나둘 올라가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반복되는 삶이 고달파지는 토요일이면 하늘을 보는 심정으로 복권을 산다. 무심한 하늘은 5,000원짜리 당첨도 허용하지 않는데, 복권번호 대신 카드 값을 보며 정직한 월요일 아침을 맞는다.
성실한 국민을 비웃듯 누군가는 당첨이 확실한 복권을 산다. 국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노동소득을 부동산과 주식을 이용한 사기로 탈취해가기도 한다. 자산투자로 불로소득을 얻는 게 범죄는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건강한 생산 활동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일도 아니다. 서민 정치인을 자처한 김남국 의원이 코인투자로 수십억 원을 챙긴 사건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이유다.
코인투자도 불법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합법적인 방법으로 고통받는다. 법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자에게 연차나 연장야간 근로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 원·하청 구조를 통해 중간착취를 해도 불법이 아니며, 근로기준법 바깥 노동자들의 근무조건을 마음대로 바꿔도 불법은 아니다. 그래서 소외된 국민들은 법 준수가 아니라 법을 바꾸기 위해 국회와 국회의원을 찾는다. 불법과 합법을 가르는 기준인 '법'을 만드는 사람이 바로 국회의원이기 때문이다. 고고한 학과 같이 살지 않아서 도덕적 비난을 받는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직업윤리를 저버렸기 때문에 심판을 받는 것뿐이다. 국회의원에게 부지런한 투기꾼이 아니라 성실한 정치인으로 활동하길 바라는 국민의 바람이 지나친 요구는 아닐 것이다.
정치인들이 자신의 법적 결백을 밝히기 위해 투쟁하는 동안 어떤 국민들은 동료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한다. 건설노동자 양희동은 분신하기 직전까지 동료들의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책임감이 강한 노동자들은 가끔 굴뚝과 전광판, 철탑과 다리 위에 오르기도 한다. 하늘과 땅 사이에 태양과 달 대신 사람이 걸리면, 땅 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실이 세상을 비춘다. '10년 차 일당이 7만 원, 한 달 초과근무 100시간', '손배가압류 철회, 해고철회' '산재사망 사죄하라'라는 현수막 문구가 파란 하늘에 새겨지면, 이뤄질 것 같지 않은 막막한 소망 대신 사람만이라도 무사히 내려오기를 기도하게 된다. 그렇게 수많은 노동자들의 희생과 죽음으로 노동자들의 땅에 입에 풀칠할 돈이 떨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아니다'라는 위대한 말이 김남국의 입에서 나오면 안 되는 이유다. 마침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기다. 코인 같은 수익을 바라는 게 아니다. 누군가의 노동소득에서 길어 올린 불로소득을 차지하지 않아도 정직하게 일하면 먹고살 수 있는 세상을 바랄 뿐이다. 개인자산보다 노동자의 최저임금에 관심을 가지는 정치인이 많았다면 지금보다는 살 만한 세상이었을 것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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