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근접 메모리 반도체, 하반기엔 반등 시동 걸까
SK·삼성 등 업계 감산 돌입
하반기 칩 주문 정상화 기대
주요 서버업체 투자 축소·보류
미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 계속
지난해 3분기부터 본격 악화한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사실상 ‘바닥’에 근접했지만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당초 업황 반등을 주도할 것으로 봤던 서버용 메모리는 서버 업체들의 투자 축소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코로나19에서 벗어난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크지 않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메모리 업황이 상당 기간 바닥을 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메모리 업체와 고객사인 세트사들이 보유한 메모리 재고는 2분기에 최고 수준을 찍고 차츰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D램 2~3위 업체인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이어 1위인 삼성전자까지 감산에 돌입하기로 하면서 하반기부터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하반기 칩 주문이 조금만 정상화가 된다면 하반기 이후 칩 재고는 결국 감소하고 가격도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하반기 수요가 살아날지 여부다. 앞서 업계에서는 서버용 메모리를 시작으로 업황이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서버 업체들의 데이터센터 등에 서버 교체 시기가 도래했고, 인텔이 지난 1월 프리미엄급 D램인 DDR5를 지원하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래피즈’를 출시하면서 올해 DDR5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서버 업체들이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투자를 축소하거나 보류한 것으로 알려져 반등 기대감이 무너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도 올해 글로벌 서버 출하량 전망치를 3.7%(지난해 10월)→1.87%(지난 2월)→1.31%(지난 3월)로 하향 조정했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 등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 증가로 관련 서버와 여기에 들어가는 D램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의 수요는 점차 늘고 있지만,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메모리 수요의 또 다른 축인 모바일·PC용 메모리에 쏠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1일 낸 ‘반도체 경기 흐름과 거시경제 영향’ 보고서에서 “컴퓨터와 모바일 수요가 2019년과 2020년 하반기에 많이 증가한 걸 고려했을 때 교체 주기가 올해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미국의 5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치(57.7)로 나타나는 등 경기지표가 악화하면서 메모리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 역시 내수 중심 발전, 정보기술(IT) 분야 자급률 상승, 메모리 재고 보유 등으로 리오프닝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여전히 미국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 요소가 많다”면서 “2분기 현재 메모리 업황이 ‘바닥’이라는 건 다들 알지만 3분기부터 우리 희망대로 과연 반등할지, 계속 바닥을 기어갈지 확신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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