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출입금지’ 아파트 택배 대란, 5년 지나도 여전
[앵커]
택배 차량이 지하주차장 입구에 꽉 껴서 오도 가도 못합니다.
최근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단지입니다.
5년 전쯤부터 일부 단지들이 택배 차량은 지상으로 못 다니게 하면서 이른바 아파트 '택배 대란'이 불거졌죠.
그래서 지하주차장으로 트럭이 들어갈 수 있게 층고를 높이라는 규정도 생겼지만 새로 짓는 아파트만 대상입니다.
일부 택배업체가 높이를 낮춘 저상 차량을 도입하기도 했는데 택배기사들이 웅크리고 일하다 뼈와 근육 질환이 심해진다는 지적에 이것도 해법이 되진 못 했습니다.
여전한 아파트 택배 갈등, 이유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파트 단지 앞에서 택배 기사가 서둘러 짐을 내립니다.
다른 아파트보다 배송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곳이라 마음이 급합니다.
택배차 진입이 금지됐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 : "(손수레로) 7개동 다 가는거에요. 물량이 제일 많은 날에는 거의 1시간 반?"]
입주민들은 안전을 이유로 아파트 안으로 택배차량 지상 진입을 막고 있어 대부분의 택배차량들은 이곳에 주차하고 있습니다.
현관문까지의 거리는 약 삼백 미터로 택배 물품들을 들고 이동하기에는 힘든 거립니다.
배송량이 많을 때는 5번을 왕복해야 하는데, '쌀포대'라도 있으면 숨이 턱까지 차오릅니다.
[택배기사 : "무거운 물건이 손수레에 실리면, 손수레가 진짜 안 끌리거든요."]
경기도의 또 다른 아파트.
주차장 한 켠에 택배 물품이 수북이 쌓여있습니다.
[김광호 씨/택배 기사 : "저도 정상적으로 떳떳하게 하고 싶은데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는 게 이제 좀 안타깝죠."]
그래도 신선식품은 집집마다 배달하지만, 주민들과의 갈등을 피할 순 없습니다.
[입주민 : "이런 피해를 받으면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아야되나..."]
[김광호/택배기사 : "다른 차는 안전에 전혀 방해가 안될까요? 택배차만 꼭 문제가..."]
물론 주민들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김재동/서울 성북구 아파트 주민 : "어린이들이 또 많이 다니고, 또 주민들이 좀 굉장히 불편한 것 같더라고요. 지하로 탑차가 들어가게 되어 있으면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
그런데 이렇게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다 보면 늘 평행선입니다.
[한혜영/경기 과천시 아파트 주민 : "안전상의 문제로 (지상 출입이) 안 되는 거였는데, 본인의 노동 강도만 저희한테 이야기를 하니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이 돼야 될 것 같아요."]
개인 사업자가 태반인 택배 기사들로선 근본적 해법을 모색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박채은/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피해를 보는 건 입주민이고. 똑같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죠. 중간자적인 입장의 중재기구가 들어와야..."]
서로 조금씩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선 지자체가 공동 부담하는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단지 내 실버 택배를 도입했고, 세종시의 한 아파트는 전동 카트를 구입해 배치했습니다.
KBS 뉴스 이유민입니다.
촬영기자:서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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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민 기자 (to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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