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 반군부 진영 승리
전진당의 ‘연정’ 제안에 프아타이당 동의…군부 동향 주목
태국 국민들은 변화에 힘을 실어줬다. 군부에게서 정권을 가져올 수 있을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총선에서 반군부 진영이 승리를 거뒀다.
15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하원 의석 500석 중 전진당(MFP)이 151석, 프아타이당이 141석을 가져갔다. 중도 성향 품차이타이당이 70석으로 뒤를 이었고, 군부 계열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0석과 36석에 그쳤다. 전진당과 프아타이당 등 반군부 진영이 전체 500석 중 29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총선은 지난 20여년간 태국 정계를 주름잡아 온 탁신계 정당이 신생 정당에 밀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 탁신계 정당은 2001년 이후 선거에서 모두 제1당 지위를 차지하며 ‘군부 대 탁신’ 구도를 형성해 왔다. 반면 제1당이 된 전진당은 2020년 민주화 시위의 에너지를 이어받은 정당으로, 징병제 폐지·군주제 개혁 등 진보적 의제를 내세웠다.
티띠난 뽕수티락 쭐랄롱꼰대 교수는 “매우 놀랍고 역사적인 결과”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그는 “프아타이당은 이미 끝난 포퓰리즘 정책으로 잘못된 전쟁을 치른 반면 전진당은 제도적 개혁이라는 다음 단계 싸움으로 갔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연립정부 구성과 총리 선출을 둘러싸고 벌어질 치열한 수싸움은 이제부터다. 우선 연정을 구성하려면 하원 250석 이상이 필요하다. 총리 선출은 좀 더 복잡하다. 총리가 되기 위해선 상원(250석)과 하원을 합쳐 과반(376석 이상) 지지를 얻어야 한다. 상원은 군부가 지명한 이들로 채워져 있어 이들이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의 총리 후보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전진당과 프아타이당은 협력에 뜻을 모았다. 피타 림짜른랏 전진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를 총리로 해서 6개 정당이 연정을 구성해 하원 309석을 확보하자”고 제안하자 프아타이당은 동의했다. 촌라난 스리카우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프아타이는 다른 정부를 꾸릴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전진당과의 연정이 상원에서 좌절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상원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양당만으로는 상·하원 과반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제3당이 된 품차이타이당이 정권 교체의 키를 쥘 수 있다.
군부와 왕실이 전진당의 선전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관건이다. 전진당은 유일하게 왕실모독죄 폐지를 공약했다. 선거 이후 피타 대표는 “누가 뭐래도 우리는 왕실모독죄 폐지를 밀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에서 군주제는 일종의 역린으로, 다른 정당들이 왕실을 적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전진당과의 연정을 꺼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이길 때마다 쿠데타 등으로 이를 전복해온 군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피타 대표는 보유 주식 미기재 혐의로 고발돼 이달 23일 전진당이 해산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부패 혐의로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귀국도 변수다. 당초 밝힌 대로 7월에 돌아올 경우, 군부와의 갈등 구도가 악화될 여지가 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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