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남 상대가 9억원을 줬다면 증여세 내야 할까
법원 “연인 사이 오간 돈”
세무서 5억여원 부과 정당
이른바 ‘조건만남’으로 만난 연인에게서 받은 돈에 부과된 증여세는 정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신명희)는 A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증여세 등 부과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미성년자였던 2004년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당시 30대이던 전업 주식투자자 B씨를 처음 만났다. B씨는 A씨가 성인이 된 이후로도 만나며 경제적 지원을 했다. 반포세무서는 2011년 A씨가 4300만원의 이자소득을 얻고, 2014~2017년 부동산 3건을 취득하자 자금 출처를 조사했다. 그 결과 A씨가 2006~2012년 B씨에게서 9억3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증여세 5억3000만원을 A씨에게 부과했다.
A씨는 처분에 불복해 “조건만남의 대가로 받은 돈”이라며 소송을 냈다. 무상으로 받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9억여원 중) 5억원은 2008년 B씨가 다른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뒤 합의금 내지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연인 사이 주고받은 돈이 맞다”며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거 두 사람이 7억원을 두고 다툰 민형사 소송 판결이 근거가 됐다. A씨는 2007년 부친의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B씨에게서 총 7억원을 빌렸는데, B씨는 2017년 이 돈을 돌려달라고 A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B씨가 A씨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증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후 B씨가 A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B씨를 처음 만날 당시 17세였던 A씨는 B씨와 성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경제적 지원을 받았는데, 이 사건 금전들은 A씨가 성인이 된 이후 B씨로부터 받은 돈”이라며 “금전은 단지 성매매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라 할 수 없고, 오히려 A씨가 B씨와 교제하면서 증여받은 것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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