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갤러리’ 제보자들 살해 협박 시달리는데…경찰 수사는 ‘답보’
SNS 메신저·직장으로도 전화…“이러다 일 생길까 무서워”
활동 중 신상 알려진 이용자들 많아…신고·제보 위축 조짐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에서 벌어진 청소년 성착취 등을 제보·신고한 이들이 정체불명의 이들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갤러리는 지난달 발생한 10대 여학생 투신 생중계 사건의 배경으로 지목된 곳이다. 경찰은 태스크포스(TF)까지 만들어 갤러리 이용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성착취·마약 투약·자살 방조 등 의혹을 살펴보고 있지만 수사는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약 4년 전부터 우울증 갤러리를 이용한 박모씨(25)는 지난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메신저로 ‘(우울증 갤러리) 사건 파고 다닌다고 깝치고 다니지 마라. 칼 맞는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 이 메시지를 보낸 계정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박씨는 “이틀 후에도 발신자표시제한으로 ‘칼로 찌르겠다’는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면서 “처음 듣는 목소리였는데 누군가 신분을 감추려고 다른 사람을 시킨 것 같다”고 했다.
박씨는 우울증 갤러리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청소년 성착취, 마약 투약 등 일부 이용자의 범죄 정황이 담긴 증거물들을 경찰에 제출했다. 지인을 통해 갤러리를 알게 된 박씨는 오프라인 모임 등에서 50명 넘는 이용자를 만났고 이들 중 상당수와 친분을 맺어왔다고 밝히고 있다.
10대 여학생 투신 사건 이후 우울증 갤러리발 의혹이 확산하자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제보에 나선 그는 최근 ‘무직자’ 신세가 됐다. 익명의 협박 전화가 직장에까지 걸려왔기 때문이다.
이런 협박으로 신고·제보가 위축될 조짐도 보인다. 최근 커뮤니티 활동을 관뒀다는 A씨는 모르는 번호로 “죽여버리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해당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이용자의 마약 투약과 관련된 내용을 수사기관에 제보하려 했던 그는 협박을 받은 이후 마음을 접었다. A씨는 “이러다 정말 무슨 일이 생길까 너무 무섭다”면서 “더 이상 연관되기 싫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박씨는 “갤러리 이용자들 중에는 신상이 다 알려져 있는 사람이 많다”면서 “경찰에 실제로 진술을 했거나 그럴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나처럼 협박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에 성폭력 관련 피해사실을 진술한 B씨는 현재 수사기관의 신변보호 조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A씨는 “(일선 경찰서에)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는 얘기를 해봤지만 아직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제보로 인해 위협을 받고 있다면 수사관과 개별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넘어 즉시 112로 신고를 해야 한다”면서 “수사관과 제보자 사이에 인식 차가 있을 수도 있고, 정식으로 신고가 들어가지 않으면 (경찰이) 모든 피해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했다.
경찰 수사는 답보 상태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우울증 갤러리 전담 TF를 꾸려 수사에 착수했지만 일부 관련자를 입건해 압수수색한 뒤로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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