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겠다”…빚투 나선 개미들, 하한가 폭탄에 너덜너덜

올들어 하한가 59회, 작년 3배
CDF發 폭락사태 4월에만 29회
하한가 속출에 투자심리 꽁꽁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올해 국내 종목들이 하한가를 기록한 횟수가 코로나19 폭락장 이후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테마주 열풍과 ‘빚투(빚내서 투자)’ 반대매매 여파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하한가 종목이 속출하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달 들어 신용거래 규모와 투자자 예탁금이 동반 감소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종목들이 하한가(종가 기준)를 기록한 횟수는 이달 12일까지 59회로 집계됐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19번, 코스닥이 40번씩 하한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하한가 횟수(22회) 대비 2.7배 급증했고 2021년(32회)의 1.8배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폭락장이 펼쳐진 2020년(84회) 이후 최대 규모다.

문제는 증시 전체를 놓고보면 올해 특별히 지수가 하락한 것은 아니란 사실이다. 오히려 올해 코스피 지수는 이 기간 10.7% 상승했고 코스닥도 21%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글로벌 긴축 본격화에 따라 코스피가 14.4% 떨어졌고 코스닥은 19.4% 하락했다. 올해는 증시 전반이 상승했는데도 지난해 하락장보다 하한가를 맞은 횟수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증시 전반의 흐름과 별개로 하한가가 급증한 원인에 대해 시장에선 신용융자를 활용한 테마주 투자를 지목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테마주들의 신용융자 잔고가 증가했고 주가 하락 시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되면서 하한가를 기록하는 사례가 늘었다는 것이다. 반대매매는 장 시작 전 동시호가 때 하한가에 강제 처분하는 식으로 이뤄져 개장 직후 하한가까지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 연초부터 2차전지 등 테마주에 수급이 몰린 것도 주가의 변동성을 키운 바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보통 하한가 횟수는 주식 시장 전반의 흐름과 관련이 큰데 올해는 예외인 모습이다”며 “빚투 영향으로 변동성이 커진 데다 테마주의 경우 재료 소멸 시 하한가로 내리꽂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월별 기록을 살펴보면 차익결제거래(CFD)발 무더기 폭락 사태가 터진 지난달 하한가 횟수가 29번으로 집중됐다. 지난달 CFD 하한가 사태로 문제가 된 8개 종목(삼천리·다우데이타·하림지주·대성홀딩스·세방·선광·서울가스·다올투자증권)에서 하한가가 수차례 발생한 영향이다. 이는 2015년 6월 한국거래소가 일별 가격변동폭을 30%로 완화한 이래 2020년 3월(54번) 이후 두 번째 기록이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증시를 덮치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CFD발 폭락 사태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과열됐던 시장 분위기도 점차 가라앉고 있다. 특히 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신용융자잔고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 잔고 규모는 연초 16조5311억원에서 지난달 24일 20조4319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이달 들어 11일 기준 18조6574억원으로 재차 줄어들었다. 주가 폭락 사태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증시 전망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투자자예탁금도 감소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11일 50조15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9일엔 49조5630억원으로 50조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중순 53조원을 돌파한 바 있다.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들이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자금으로 언제든 주식 투자에 쓰일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최근 투자자 예탁금 감소는 그만큼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가 폭락 사태 이후 강세장이 계속될 것 같던 연초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주가가 내릴 것이라 예상하고 보수적인 접근으로 돌아선 투자자들이 많아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