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U-23 대표팀 감독 “올림픽보다 아시안게임 올인”[창간특집]

박효재 기자 2023. 5. 15.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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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홍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경기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스포츠경향과 창간특집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아시안게임 준비에 올인하겠다.”

황선홍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팀 감독은 두 집살림에 바쁘다. 황 감독은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물론 2024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인 2024 U-23 아시안컵 등 굵직한 대회를 연달아 서로 다른 연령별 대표팀으로 대회를 치러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아시안게임은 코로나19 여파로 한 해 연기되면서 만 24세 선수들까지 뛸 수 있고, 올림픽 예선은 본 대회 1년 전인 걸 고려해 만 22세로 나이 제한이 걸렸다.

15일 스포츠경향 창간 기념 인터뷰로 만난 황 감독은 내년까지 복잡하고 험난한 길을 차근차근 걸어가면서 목적지까지 잘 가겠다고 다짐했다. 우선 눈앞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 감독으로서는 서로 다른 연령대 팀을 지도하는 어려움보다 짧은 간격을 두고 대회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6월 A매치 기간에 파리 올림픽 1차 예선을 치르고, 3개월 뒤에는 아시안 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그는 “올림픽은 이전부터 따로 준비를 해왔다”면서 “현재로선 눈앞으로 다가온 아시안게임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 연령대가 결정이 나지 않았을 때는 계속 올림픽 멤버를 구성해 훈련을 해왔다. 연령대별 대표팀 인재풀과 전술적인 내용도 공유하고 있는 만큼, 올림픽팀은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합을 맞춰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봤다.

자신감은 실전에 버금가는 담금질에서 나왔다. 그는 지난 3월 두 팀을 모두 이끌고 카타르 원정을 떠났다. 올림픽 대표팀은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도하컵 22세 이하(U-22) 친선대회에 참가했고,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중동 프로팀들과 연승경기 형식으로 두 차례 평가전을 치렀다. 특히 올림픽 대표팀은 무실점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파리 올림픽 선전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아시안게임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황 감독은 팬들의 높아진 기대치에 부응해야 한다. 한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2대회 연속 우승했다. 황 감독은 “부담이 많이 되지만, 좋은 기운으로 승화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감독인 저와 선수 모두 목표 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한 팀으로서 한 방향으로 준비하면 우승은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 축구의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아시안게임 우승은 필요하다. 아시안게임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이후에는 한국 남자축구에서 가장 큰 대회다. 황 감독은 “월드컵 이후에 K리그도 흥행하고 있는데, 그 분위기를 잘 이어나갈 수 있게 대표팀도 활약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견제도 심하고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우승하는 것에만 집중하면서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직전 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이끈 김학범 감독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김 감독이 강조한 것은 심리적인 강인함이다. 황 감독은 “여러 기대가 걸려 있고 조급함 때문에 우리 계획대로 경기가 안 풀릴 때 어그러짐이 생길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최소화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3연속 우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좋은 멤버 구성은 필수다. 해외파 차출, 와일드 카드 선택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황 감독은 특히 최전방 공격수 자원에 대한 고민이 크다. 일본 J리그 시미즈 에스펄스에서 뛰는 오세훈, 스코틀랜드 리그 명문팀 셀틱으로 이번 시즌 이적한 오현규는 매력적인 카드다. 하지만 황 감독은 “그런 선수들을 우리 팀에 넣을 수 있으면 운용의 폭이 넓어진다”면서도 “해외 클럽들이 시즌 중에 원톱을 내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황 감독은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팀으로 이적설이 연일 쏟아지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는 이강인(마요르카)도 활용하고 싶다. 하지만 성인 대표팀에서도 이강인을 강하게 원하고 있어 조율이 필요하다. 또 이강인을 불러들인다고 하더라도 활용법을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황 감독은 “이강인이 마요르카에서는 측면 미드필더로 뛰기도 하는데 이 팀에 온다면 중앙에 세우려 한다”고 말했다.

9월에 아시안게임을 나서야 한다는 게 야속하기도 하다. 황 감독은 “9월이면 K리그도 스플릿이 나누어지기 시작하는 때라 차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황선홍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15일 경기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서 스포츠경향과 창간특집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황 감독은 좋은 선수를 잡아둘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이강인과는 계속 통화하고 있다면서 지난해에는 마요르카에도 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팀은 이렇게 계획하고 있고 이강인에게 이렇게 준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오현규에 대해서는 “확답을 얻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직접 얼굴 보고 대화하면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오현규는 김천 상무에서 뛰며 병역 문제를 해결했고, 꾸준히 교체 출전하면서 팀의 주축 선수로 성장하고 있어 차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아시안게임의 주축이 될 수도 있었던 2019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의 주역들이 예상보다 성장이 더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황 감독은 “과거의 영광이 현재를 보장할 수는 없다”면서 “현재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뛰는 선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지금쯤이면 U-23팀 주축이 돼야 하고, 성인 대표팀에서 최소 3분의 1은 들어갔어야 했다”고 말했다.

와일드카드 선택은 그만큼 중요해졌다. 황 감독은 “와일드 카드는 우리 팀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손흥민(토트넘) 처럼 경기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팀 전체 구성을 생각했을 때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형태로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황 감독은 연령별 대표팀 한·일전 패배 등 쓰라린 경험도 있었지만, 실패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움은 있었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하고 아시안게임에 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다 던질 각오가 돼 있으니 선수들도 그런 마음만 있다면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며 웃었다. 웃음 속에 담긴 황 감독의 강한 의지는 한국 축구팬들에겐 큰 기대감으로 다가온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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