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삶'을 열어준 존재…평균 나이 67살 학생들의 스승의날
학생들 평균 나이가 예순 일곱인 어느 교실에 찾아온 스승의날 이야기입니다.
뒤늦게 배움을 시작하며 인생이 '환해졌다'는 이 학생들에게 선생님이란 세 글자는 어떤 의미일지, 최지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아직 달이 어슴푸레 고개를 내민 새벽, 여든 두 살 임태수 씨가 부지런히 가방을 챙깁니다.
[임태수 82세 /일성여고 1학년 : 책 챙기고. 두유 하나. 낮에 그거(출출)하니까. 노트 빠지면 안 되고 안경 빠지면 안 되고. 돋보기 써야 글을 보지.]
지하철 두 번에,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타고 한 시간 만에 학교에 도착합니다.
저마다의 이유로 배움을 멈춰야했던 사람들이 모여 공부하는 곳입니다.
[임태수 82세/일성여고 1학년 : 아버지 병환으로 생활이 그래서 못 갔죠. 살다 보니까 또 내 애들 키워야 되고 키우고 나니까 손자들 키워야 되고.]
고등학교 1학년인 임 씨는 외우는 게 제일 어려우면서도 뿌듯합니다.
[임태수 82세/일성여고 1학년 : 이 머리가 안 들어가. 들어갔다가 빠져나가 금방.]
스승의 날을 맞아 반 친구들과 함께 고마움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그저 공부만 가르쳐준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열어준 존재이기에, 선생님이란 단어에 눈물부터 글썽거립니다.
[박옥희 84세/일성여고 1학년 : 캄캄한 밤길을 걷는 것 같이 만날 어두웠는데 지금은 환한 달빛, 햇빛을 보는 기분이지요.]
[이금자 79세/일성여고 1학년 : 이름 불러줄 때 그때도 너무 행복하고. (평생 살면서) 누가 이름 부르는 게 한 번도 없었잖아요.]
아들 뻘인 선생님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김상현/일성여고 교사 : 여러분들이 있기 때문에 제가 선생님이라는 명칭을 들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학급의 '왕언니' 임 씨는 선생님 덕분에, 대학생이 되는 목표를 하나 더 세웠습니다.
[임태수 82세/일성여고 1학년 : 나이는 먹었어도 그때 배울 때처럼 동심으로 돌아가서. (고1이면) 나이 이제 17살이잖아요.]
(영상그래픽 :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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