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여성들의 특별한 난임 이야기 [책방지기의 서가]
김의경 지음 '헬로, 베이비'
김금숙 지음 '내일은 또 다른 날'
편집자주
'문송하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건 인문학적 교양입니다. '문송'의 세계에서 인문학의 보루로 남은 동네책방 주인들이 독자들에게 한 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결혼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아이 낳을 생각을 안 해?" "일부러 아이를 갖지 않는 거야?"
오래전 수없이 들은 질문입니다. 그저 웃다가 해가 갈수록 질문의 빈도와 강도가 주변에서 더해지니 "병원 다니고 있습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임-2000년 초중반 난임이란 말은 없었습니다-이랍니다"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습니다. 이제 아무도 묻지 않겠지 생각했는데 조금만 몸에 살이 붙었다 싶으면 "혹시?" "성공했어?"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아이를 갖게 되면 다시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겠노라 했지요.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누구에게든 사적인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이.
결혼하고 아이를 갖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아이가 생길 줄 알았지, 이유도 알 수 없이 아이를 '못 갖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병원을 다니며 아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의 커뮤니티 카페를 들락거리며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혹은 앞서 어려움을 헤쳐가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가장 큰 힘이었고 위로였습니다. 의학서적은 알 수 없는 말들로 가득했고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커뮤니티 카페 외엔 없었거든요. 나중에 책을 쓰게 된다면 난임 이야기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적도 있었지요. 마지막이라고 마음먹은 시험관 시술에서 성공(?)하여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까맣게 잊었지만요.
2020년에 나온 에세이 '결혼하면 애는 그냥 생기는 줄 알았는데·최가을·아우름' 책을 만났을 때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자연임신 시도부터 자궁근종 수술, 계속되는 시험관 시술 끝에 임신테스트기 두 줄이 떴을 때의 기쁨, '아, 이게 진짜 이렇게 두 줄이 뜰 수 있는 물건이었구나'라는 문장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쳤으니까요. 이 책은 난임부부가 겪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과정을 당사자 입장에서 고통스러운 순간도 재치 있게, 재기 발랄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소설 '헬로, 베이비·김의경·은행나무'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 6명의 난임여성 프리랜서 기자 문정, 변호사 혜경, 수의사 소라, 경찰 은하, 시험관 시술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지은 그리고 전업주부 정효의 이야기입니다. 직업도 삶의 결도 저마다 다르지만 시험관 시술에 지쳐가면서도 남편이나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서로를 지탱해 줍니다. 소설 초반 의학 전문용어들이 사실적으로 쓰여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매이지 않고 6명 주인공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면 좋겠습니다.
최신간 그래픽노블 '내일은 또 다른 날·김금숙·딸기책방'은 읽다 덮다를 반복하다 마침내 읽은 책입니다. 작중 바다의 "왜 이렇게 아이에게 목을 맬까?" 독백은 정말 아기를 원하는 건지, 하다 하다 오기로 이러는 건지 헤맬 때 했던 생각이기도 합니다. 사실적인 그림, 아내와 남편, 가족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씨줄 날줄로 엮어갑니다. 난임에 대한 이해를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책이지만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의 묵직함은 그래픽노블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이기도 합니다.
동네책방을 흔히들 독립서점,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합니다. 책방지기의 취향, 관심 분야, 주제에 따라 서가를 구성하고 책을 권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 보고 싶은 책, 권하고 싶은 책도 있지만 8년 차에 접어드니 독서모임에서 읽은 책, 단골들이 추천해서 들여놓은 책들도 늘어갑니다. 새로 나온 책뿐 아니라 오래오래 독자들에게 읽혀 긴 생명력을 갖기 바라는 책들도 있습니다.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 해마다 저출산율 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1위를 놓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 난임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위 세 권의 책이 독자 곁에서 생명력을 갖고 오래 함께 해 주기를 바라봅니다. 책방산책에서 절찬 판매 중, 주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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