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만 걸려라”…단 2분이면 만들수 있다는 ‘밈코인’ 주의보

최근도 기자(recentdo@mk.co.kr) 2023. 5. 1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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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픽사베이]
클릭 11번, 걸린 시간은 1분 43초.

‘HamsterGD(햄스터)’ 라는 이름의 밈코인을 만드는데 걸린 시간이다. 코인 이름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 기자가 햄스터를 키우기 때문이다. 기자의 이니셜인 GD를 뒤에 붙였을 뿐이다. 코인에 대한 문의사항을 위한 홈페이지는 햄스터 사진을 올리는 SNS계정 주소를 적었다. 해당 코인에 투자하는 사람은 문의 주소를 누르면 귀여운 햄스터 사진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이더리움 네트워크 이용료를 지불하면 된다. 기자는 이 단계에서 멈췄다. 최근 밈코인이 유행이라 네트워크 이용료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만약 발행했다면 탈중앙화 거래소에서 진짜로 거래할 수 있다. 최근 하루에 수십배씩 폭등하는 밈코인 대열에 합류하는 방법이다.

이달들어 코인 시장엔 ‘밈코인’이 인기다. 지난달 중순 등장한 ‘페페’코인은 나온지 한달도 안된 지난 6일에는 초기가 대비 2000%까지도 급등했다.

밈코인은 특별한 목적성 없이 그냥 유행처럼 사고팔리는 코인을 뜻한다. 그렇기에 이름도 밈(meme)코인이다. 가장 대표적인 밈코인은 ‘도지코인’이다. 도지코인은 지난 2013년 12월 어도비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하던 잭슨 팔머와 빌리 마커스가 만들었다. 농담삼아 결제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당시의 암호화폐 열풍을 풍자하기 위함이었다.

문제는 밈코인이 대부분 가치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가상자산 자체가 가치에 대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지만, 밈코인은 기술력이나 앞으로의 계획은 물론 명확한 개발주체나 투자에 대한 문의마저 불가능하다.

페페코인도 마찬가지다. 페페코인은 맷 퓨리 작가의 만화 ‘보이스클럽’에서 등장한 개구리 캐릭터 페페(Pepe the frog)를 활용했다. 인터넷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한 캐릭터다. 페페코인 백서에 따르면 페페코인은 공식적인 팀도, 로드맵도 없다. 아무런 쓸모 없이 오락 목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그런 페페코인의 시가총액이 현재 9183억원에 달한다.

페페코인이 인기를 끌면서 다른 밈코인들도 급속도로 생겨났다. 여성캐릭터인 밀라디를 기반으로 발행된 밈코인 레이디스(LADYS) 14일 하루동안 64%가 급등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SNS에 밀라디 NFT를 올렸기 때문이다. 이 코인 또한 목적이나 기능성이 불분명하다.

밈코인은 단순히 유행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다보니 가격 변동성이 매우 높다. 페페코인은 급등한지 10일만에 가격이 56% 하락했다. 페페코인을 다수 갖고 있는 큰손이 코인을 팔면 가격 급락이 이어지는 식이다. 다른 밈코인들도 마찬가지다. 뚜렷한 목적성이 없다는 밈코인의 특성상 앞으로 호재가 나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큰손이 사들이면 가격이 오르고 팔면 떨어진다.

사기코인이 될 가능성도 높다. 밈코인은 지난 2021년에도 도지코인을 필두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내세운 도지코인을 패러디해 한국의 진돗개를 마스코트로 만든 진도지(JINDOGE)코인이 출시됐다. 하지만 진도지코인은 발행 이틀만인 13일 오전 1시, 개발자가 전체 물량의 15%에 해당하는 코인을 한 번에 매도했다. 이후 홈페이지와 트위터를 폐쇄했고, 이 과정에서 진도지코인 가격은 97% 급락했다. 당시 인절미코인, 깍두기코인 등도 유행을 타고 등장했지만 2021년 이후 공식 트위터 등의 작성이 멈춘 상황이다. 한 코인업계 관계자는 “밈코인 열풍은 2021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밈코인을 공격적으로 상장하고 있는 거래소가 한국인 대상 불법영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거래소들이라는 점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의 밈코인은 상장이 쉬운 탈중앙화거래소를 통해 거래된다. 하지만 기존 코인거래소 중에서도 MEXC(멕스씨)처럼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해외거래소들은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마구잡이로 밈코인 상장하고 있다.

이런 소규모 해외거래소는 대부분 국내 영업이 불법이다. 금융당국에 가상자산사업자(VASP) 신고도 안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신고도 하지 않은 채, 국내 투자자들을 상대로 영업을 진행하고 한국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 피해가 발생해도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 조치를 거래소에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해외 거래소는 당국의 경고에도 변호사와 상의하겠다는 식의 답변만 내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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