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커지고 잦아진 동해 지진, 원전·재해 경각심 최대치로
동해안 지진이 심상찮다. 15일 오전 6시27분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북위 37.87도, 동경 129.52도)에서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4.5로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가장 크다. 강원과 경북 내륙 지역 주민들까지 흔들림을 느낄 정도였다. 동해안에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날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이 16차례 일어났다. 이날 지진이 ‘본진(本震)’이라면 이후 작은 지진이 이어지며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되겠지만 현재로선 본진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 바다는 단층 파악이 육지보다 어렵고, 이 지역에 지진을 유발한 응력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이번 지진이 무사히 넘어가더라도 에너지가 주변에 전파되면 나중에 다른 새로운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동해 해저의 후포단층이나 울릉단층 북쪽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두 단층이 한꺼번에 움직이면 규모 7.0의 지진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동해에서는 2004년 5월29일 경북 울진군 동남동쪽 74㎞ 해역에서 규모 5.2 지진이 일어나기도 했다.
더욱 경각심을 가질 문제는 지진 영향권에 원자력발전소가 대거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경북 울진의 한울 1~6호기와 신한울 1호기, 경북 경주의 월성 2~4호기와 신월성 1·2호기, 울산 울주의 새울 1·2호기, 부산 기장의 고리 2~4호기와 신고리 1·2호기가 현재 운영 중이다. 이들 원전은 영남 일대를 가로지르는 양산단층과도 매우 가까이 있다. 2016년 9월12일 규모 5.8 ‘경주 지진’의 원인을 제공한 단층이다.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원전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현재 가동 중인 발전소는 정상 운전 중”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해안 지진이 앞으로 언제 어떤 규모로 일어날지 알 수 없다.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지진 발생 시 해일 높이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에너지 시장 안정과 탄소 감축을 명분으로 원전 가동을 늘리고 있으니 심히 우려된다. 신한울 3·4호기를 새로 짓고, 2036년 이전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2기도 계속 가동하기로 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사례에서 보듯 원전 안전은 국민의 생명 및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정부는 이번 동해안 지진을 계기로 빈틈없는 자연 재해 대비책을 마련하고, 안전을 원전 정책의 최우선 잣대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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