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브릿지> "행복한 선생님이 행복한 아이들을 만듭니다"
[EBS 뉴스]
서현아 앵커
이렇게 스승의 권위가 예전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우리 학교 현장에는 여전히 투철한 사명감으로 학생들의 곁을 지키고 계시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교사의 성장기를 담은 책 교사의 사계를 지필한 경기 안중초등학교의 최상길 교감 선생님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스승의 날인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하루 보내셨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교사의 사계라는 책을 내셨는데 이게 어떤 내용입니까?
최상길 교감 / 경기 안중초등학교
교사의 사계는 한 평범한 교사의 1년간의 이야기입니다.
설렘에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봄 그리고 쑥쑥 성장하는 여름 함께 결실을 맺는 가을을 지나 아쉬움에 헤어지는 겨울까지에 일 년 동안의 우리만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저는 1993년 발령을 받은 뒤 해마다 아이들과 학급문집을 만들었는데요.
문집을 만들면서 매일 아이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때 기록했던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어느 한 1년간의 이야기가 책의 중요한 내용이 되었습니다.
책을 쓰게 된 이유는 사소한 일이 사람을 공감시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평범한 교사의 사소한 이야기가 이제 막 교사의 길을 시작하는 후배 선생님들과 또 그리고 그동안 쉬지 않고 걸어온 동료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시간을 잠시 돌아볼 수 있는 위안과 쉼의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선생님들께 어떤 위안이 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 이제 30년 차 교사이기도 하신데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우리 교실 혹은 우리 아이들이 좀 달라졌다.
이런 부분도 있습니까?
최상길 교감 / 경기 안중초등학교
달라진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교실은 학급당 학생 수가 줄고 그리고 수업을 도와주는 도구가 많아지면서 훨씬 쾌적해졌습니다.
1995년 우리반 아이들을 봤더니 54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30명에서 20명 사이에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교실에는 스마트 수업을 위한 최신 도구들이 다 갖춰져 있습니다.
아이들은 좀 더 바빠졌고 그리고 개인 차가 좀 더 많이 벌어졌습니다.
교실 내에는 학력, 건강 또 문화 등에서 다양한 수준의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수업하면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학생 수는 줄어들었지만 아이들 사이의 격차는 좀 커진 그런 부분이 있는데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교사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최상길 교감 / 경기 안중초등학교
학습지도면과 생활지도면으로 나눠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학습지도 면에서는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졌습니다.
예전에 학습 지도는 4,050명이 되는 학생도 한 가지 수업 목표를 정하고 똑같이 가르쳤는데 지금은 학생 수는 적어졌지만 학생들은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서 개인별 수준 차이에 따른 학습 지도를 생각해야 합니다.
맞춤형 콘텐츠에 익숙한 학생들은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을 제공받지 못하게 되면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생활지도 면에서는 과거에 비해서 훨씬 다양한 사례에 대해서 준비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교실에는 특수학급에 다니는 학생, 다문화 학생, 친구 관계에 어려움을 보이는 학생 등이 있는데 선생님들이 신경을 써야 할 문제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활지도 문제는 다시 학습지도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좀 더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이런 상황 때문일까요?
최근에 교사 10명 가운데 9명이 사직을 고민한다 이런 조사 결과가 있었습니다.
현장에서 보셨을 때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우신 점이 뭘까요?
최상길 교감 / 경기 안중초등학교
저도 관련 기사문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들의 애로사항은 여러 부분이 있겠지만 제일 힘든 부분을 말하자면 다양한 학생들의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학부모 민원으로 연결이 되는데요.
만약에 민원이 생긴다고 그러면 이는 해결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학급의 아이들의 문제가 있는 아이들 관계를 정리하고 하는 부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민원과 상관없이 학급의 아이들도 지도하고 생활지도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그래서 민원이 있는 반은 몸과 마음이 아주 지치게 됩니다.
선생님에 대한 신뢰와 존경하는 마음이 또 예전에 비해서 점점 옅어지는 것도 선생님의 큰 어려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던 부분들도 이제는 아주 어려운 문제가 되는 것도 있는데요.
이는 선생님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 그런 부분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작은 민원도 생기지 않게 하려고 선생님의 모든 표현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말하기 때문에 잠시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들이 조금씩 쌓여서 스트레스가 되고 또 나중에는 사직을 이렇게 생각해보는 경우까지 가게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선생님들이 어떤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부분이 좀 아쉬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과 선생님이 모두 행복한 학교 그리고 교실을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최상길 교감 / 경기 안중초등학교
먼저 행복한 선생님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먼저 행복한 선생님이 되는 것이 아이들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출발점이 되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1대 30으로 만나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을 늘 1대 1로 만납니다.
우리반 아이들은 선생님의 따뜻한 눈빛과 음식만 있으면 세상에 누구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1대 1로 다가갈 수 있어야 됩니다.
그리고 행복한 아이들은 부모님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전해지는 학급의 이야기는 부모님들이 보고 즐거워하게 되는데요.
선생님과 아이들의 사소한 이야기가 학부모님들을 점점 더 공감을 갖게 하고 그런 것들이 이제 젖어들게 되면은 교실의 행복 바이러스가 학부모님한테까지 퍼져 나가게 됩니다.
결국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그 출발점은 선생님이 행복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분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책 목차 중에 교사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습니다.
교사로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요?
최상길 교감 / 경기 안중초등학교
매년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교사는 조금씩 늙어가지만 아이와 학부모는 항상 변하지 않는 나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변화는 우리가 변하지 않는 그들과 지내야 하는 어쩌면 아주 어려운 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정직하고 담백하게 온전히 살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도 가정에서 자기의 자리가 있습니다.
가정생활을 통해서 느끼는 행복, 슬픔 또 사랑 또 어떤 이별에 그런 감정들이 교사의 몸과 마음으로 온전히 녹아들어서 교실 수업에 들어가서 아이들을 지도하는데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모든 시간이 합해져야 지금 그 교사를 설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사로 산다는 것은 그래서 행복한 사람이 되어 주변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행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사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된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래서 그 교사의 시선이 아이들로 퍼지고 또 학부모로 퍼지고 그리고 세상으로 조금씩 퍼져나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이렇게 학생들 곁을 꿋꿋하게 지켜주신 선생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우리 교육이 이만큼 성장해올 수 있었던 거라고 봅니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행복해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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