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M] 일상적 고문에 "여명의 눈동자 읽어" 취미도 감시‥강제징집 기밀자료 봤더니
[뉴스데스크]
◀ 앵커 ▶
과거 군사정권 시절, 민주화 운동에 나선 대학생들을 강제징집한 뒤 고문 등으로 전향시키고 이른바 '프락치'로도 활용한 '녹화공작사업'.
작년 11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전두환 정권 이전 박정희 정권 때부터 자행된 일이며, 피해자도 3천 명에 육박한다고 발표했는데요.
당시 강제징집 피해자가 얼마나 조직적인 감시를 당하고 모진 고초를 겪었는지, 기밀 자료 전문이 최초로 공개됐습니다.
김정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1981년 11월, 연세대 1학년이던 김형보 씨는 학내 시위에 참여했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사흘간 유치장에 갇혀 있다 갑자기 군대로 끌려갔습니다.
만 19살, 군에 갈 나이도 아니었습니다.
[김형보/'녹화공작사업' 피해자] "우리들을 다 마이크로 버스(소형 버스)에 태웁니다. 커튼을 다 치고 어디론가 데려가죠. 거기 가보니까 의정부에 있던 101 보충대라는 곳입니다. (군에는) 20세가 돼야 가는 건데‥"
이후 김 씨의 일거수일투족은 모조리 국군 보안사령부에 보고됐습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김 씨가 받은 보안사 기밀자료.
'모친의 병환 호전 소식에 김 씨가 기쁜 표정을 지었다'는 가족 면회부터 '훈련으로 잠이 모자란다고 했다'고 동료에게 한 푸념까지 기록됐습니다.
'여가 시간에 소설 <여명의 눈동자>를 읽었다', '기타를 다룬다' 등 시시콜콜한 신변 얘기가 깨알같이 적혔습니다.
알고 보니 마음을 터놓고 지냈던 동료가 보안사의 '협조망', 즉 끄나풀이었습니다.
[김형보/'녹화공작사업' 피해자] "슬펐던 거는 저보다 한 두 기수 늦은 동료가 하나 있었죠. 개인적으로 굉장히 친했습니다. 존안자료(감시자료)를 보니까 그 친구가 소위 망원(감시원)이었던 거예요."
심각한 문제는 편지에서 터졌습니다.
대학 동기에게 보낸 글에서 '단결해서 싸우자'고 적었다가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에 시달렸습니다.
[김형보/'녹화공작사업' 피해자] "결박해서 앉혀 놓고 맞은 편에 서치 라이트(조명)같은 굉장히 강한 빛을 제 얼굴에 쏩니다. 3일 정도를 잠을 안 재웠던 것 같아요, 그 상태에서. 졸면은 무자비한 폭행‥"
김 씨는 결국, 문제의 편지가 '북한의 지령에 따른 것'이었다고 허위 자백했습니다.
[김형보/'녹화공작사업' 피해자] "서빙고 분실로 또 옮겨졌죠. 고문에 못 이겨서 제가 제 친구들이나 뭐 '누구와 무슨 책을 읽었다', 이런 거를 얘기해서 그 사람들이 거기에 끌려왔고. 수사관이 '옆방에서 나는 비명 소리가 네 친구 누구 누구야'‥"
그때의 죄책감은 40년이 흘러도 생생합니다.
당시 고문에 못 이겨 "'프락치' 노릇을 해주겠다"며 풀려났다가, 실제 활동은 하지 않았다는 또 다른 피해자.
[정화용/'녹화공작사업' 피해자] "'(프락치) 활동을 안 했구나' 하는 걸 이제 (보안사에서) 알게 돼서, 박달나무로 된 걸로 발바닥 맞고, 허벅지 맞고‥"
지난해 11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이같은 피해자가 약 3천 명에 달한다면서, 국가 차원의 사과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묵묵부답인 국가를 상대로, 피해자들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설 계획입니다.
MBC뉴스 김정우입니다.
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남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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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김준형 / 영상편집: 남은주
김정우 기자(citize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83910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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