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한상혁, TV조선 재승인 기준 넘자 ‘미치겠네’ 반응. 점수 조작 발단 됐다”

방통위, 지난해 ‘TV조선 재승인 조작 정황’ 언론 보도에…“관여하지 않았다” 입장문 내기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연합뉴스

 
종합편성 채널 TV조선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점수 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혁(62)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심사 당시에 TV조선이 기준 점수를 넘자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는 내용의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서울북부지검에서 받은 한 위원장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앞서 2020년 3월 TV조선이 재승인 기준 점수(1000점 만점에 650점)를 넘었다는 보고를 받자 한 위원장은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반문하는 등 곤혹스러워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가 ‘점수 조작’으로 이어진 발단으로 파악했다.

방통위 소속 양모 전 방송정책국장(59)과 차모 전 운영지원과장(53)은 이 같은 한 위원장 말에 당시 심사위원장이던 윤모 광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63·이상 구속기소)를 불러 결과를 바꿀 방법이 있는지도 상의했다는 게 검찰 측 주장이다.

검찰에 따르면 윤 교수는 이에 심사위원 정모씨와 윤모(이상 불구속 기소)씨를 만나 TV조선이 1점 차이로 과락을 면했던 평가항목의 점수를 각각 낮게 고치도록 했다.

TV조선은 심사사항 중 하나인 ‘방송의 공 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 항목에서 총점이 기존 105.95점에서 104.15점으로 낮아지는 바람에 만점의 절반인 105점에 미치지 못해 과락이 나왔고, 결국 조건부 재승인됐다.

방통위는 앞서 이러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2020년 3월 배포하면서 TV조선에 대해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편성·보도의 독립성 강화 등을 위한 계획을 확인한 뒤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알리기도 했다.

방통위는 지난해 9월에는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시 일부 심사위원이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항목 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감사원이 판단하고, 범죄 개연성이 있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기사에 관한 입장문도 냈었다.

당시 입장문에서 “2020년 3월 방통위는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를 위해 분야별 외부 전문가로 심사위원회를 구성·운영했다”며 “심사위원들은 외부 간섭 없이 독립적으로 심사·평가하고 방통위는 심사위원들의 점수 평가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감사원 수감 과정에서 충실히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엄격하고 투명하게 심사했다”며 심사 개입 의혹을 부인했던 한 위원장은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3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무고함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글을 올린 바 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3월30일 동부구치소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한 위원장은 “앞으로 무고함을 소명하고 우리(방통위) 직원들의 억울함을 풀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