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유산들? 토종 150㎞ 파이어볼러만 7명… 한화 강속구 야구, 제대로 쏜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는 11일 대전 삼성전이 끝난 직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전격적인 경질을 발표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 계약을 한 수베로 감독은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짐을 싸 출국했다. 수베로 감독과 함께 온 외국인 코치들도 모두 물갈이됐다.
2021년 수베로 감독을 영입할 당시 한화는 하위권에 처져 있던 팀이었고, 수베로 감독의 3년 계약 기간 중 계획적인 리빌딩을 원했다. 1년차보다는 더 나은 2년차, 그리고 3년차에는 5강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이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2021년 한화의 승률은 0.371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더 떨어진 0.324였다. 그리고 올해 4월에도 고전했다.
어린 선수들이 어느 정도 모였다고 생각한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세 명의 외부 프리에이전트(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차례로 영입하며 이제는 올라가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에게 육성이 아닌, 중위권 도약이라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했다. 특히 팀 분위기를 바꾸고 동력을 만들기 위해 첫 4월 한 달의 성적을 강조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든 버티며 4월을 잘 보내면, 5월부터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다만 수베로 감독의 경기 운영은 ‘4월 성적’을 바란 프런트의 기대와 다소 격차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실제 팀은 이길 수 있었던 접전에서 계속 패하며 최하위까지 내려 앉았다. 한화가 수베로 감독과 더 일찍 작별을 결심한 계기다.
수베로 감독이 경기 운영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건 여러 기록으로 증명된다. 수베로 감독의 경질 타이밍과 방식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팬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한다. 다만 지난 2년간 인내심 있게 쌓은 성과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워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마운드가 그렇다. 강속구 투수들이 늘어났고, 팀 마운드가 지난 2년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변했다.
지난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4.83)은 리그 평균(4.06)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꼴찌였다. 그러나 올해(3.95)는 리그 평균(3.90)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향상됐다. 사실상 외국인 투수 하나를 전혀 쓰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꽤 긍정적인 수치다. 지난 2년간 꾸준히 기회를 받은 젊은 투수들, 그리고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세는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강속구 투수들의 대거 등장이 눈에 띈다.
한화는 그간 리그에서 가장 느린 패스트볼 구속을 기록한 팀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구속은 계속 떨어져 가는데, 상대적으로 공 빠른 선수들의 등장이 더뎠던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 읽힌다. 리그에서 시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국내 선수가 가장 많은 팀으로 탈바꿈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동주가 지난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161㎞(PTS 기준 160.1㎞)를 기록하며 160㎞의 벽을 깼다. 문동주는 안우진(키움)에 이어 선발투수로는 두 번째로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보유하고 있다.
160㎞의 벽은 다른 한화 선수로부터 또 깨졌다. 올해 신인인 김서현은 5월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160.7㎞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서현은 올해 리그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다. 트랙맨 기준으로 올해 시속 160㎞를 넘긴 선수는 외국인 선수까지 다 통틀어 두 명인데 모두 한화 소속이다.
그 외에도 최고 150㎞를 기록한 선수가 5명이나 더 있다. 한승혁이 최고 155.3㎞, 남지민이 최고 151.9㎞, 박상원이 최고 151.8㎞, 김범수가 최고 151.5㎞, 윤산흠이 최고 151.2㎞를 기록했다. 단순히 공 하나가 빨랐던 게 아니라 이들은 모두 140㎞대 후반에 가까운 평균 구속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인천 SSG전 3연전에서도 문동주 김서현 김범수 박상원까지 총 4명이 최고 150㎞ 이상을 기록했다. 한화의 스피드업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그리고 그 스피드업이 팀의 이기는 야구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남은 한화의 시즌을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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