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베로 유산들? 토종 150㎞ 파이어볼러만 7명… 한화 강속구 야구, 제대로 쏜다

김태우 기자 2023. 5. 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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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 161km를 기록해 국내 선수 신기록을 쓴 문동주 ⓒ한화 이글스
▲ 문동주의 기록을 깰 유력한 후보자로 떠오른 김서현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화는 11일 대전 삼성전이 끝난 직후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전격적인 경질을 발표했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3년 계약을 한 수베로 감독은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짐을 싸 출국했다. 수베로 감독과 함께 온 외국인 코치들도 모두 물갈이됐다.

2021년 수베로 감독을 영입할 당시 한화는 하위권에 처져 있던 팀이었고, 수베로 감독의 3년 계약 기간 중 계획적인 리빌딩을 원했다. 1년차보다는 더 나은 2년차, 그리고 3년차에는 5강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을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 다만 이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2021년 한화의 승률은 0.371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오히려 더 떨어진 0.324였다. 그리고 올해 4월에도 고전했다.

어린 선수들이 어느 정도 모였다고 생각한 한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세 명의 외부 프리에이전트(채은성 이태양 오선진)을 차례로 영입하며 이제는 올라가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드러냈다. 수베로 감독에게 육성이 아닌, 중위권 도약이라는 어느 정도의 ‘성과’를 기대했다. 특히 팀 분위기를 바꾸고 동력을 만들기 위해 첫 4월 한 달의 성적을 강조한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든 버티며 4월을 잘 보내면, 5월부터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다만 수베로 감독의 경기 운영은 ‘4월 성적’을 바란 프런트의 기대와 다소 격차가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실제 팀은 이길 수 있었던 접전에서 계속 패하며 최하위까지 내려 앉았다. 한화가 수베로 감독과 더 일찍 작별을 결심한 계기다.

수베로 감독이 경기 운영 측면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건 여러 기록으로 증명된다. 수베로 감독의 경질 타이밍과 방식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팬들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한다. 다만 지난 2년간 인내심 있게 쌓은 성과들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워하는 시선도 있다. 특히 마운드가 그렇다. 강속구 투수들이 늘어났고, 팀 마운드가 지난 2년에 비해서는 안정적으로 변했다.

지난해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4.83)은 리그 평균(4.06)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꼴찌였다. 그러나 올해(3.95)는 리그 평균(3.90)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향상됐다. 사실상 외국인 투수 하나를 전혀 쓰지 못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꽤 긍정적인 수치다. 지난 2년간 꾸준히 기회를 받은 젊은 투수들, 그리고 신진급 선수들의 성장세는 또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강속구 투수들의 대거 등장이 눈에 띈다.

▲ 좌완 불펜으로는 리그에서 가장 빠른 구속을 보유한 김범수 ⓒ곽혜미 기자

한화는 그간 리그에서 가장 느린 패스트볼 구속을 기록한 팀이었다. 베테랑 선수들의 구속은 계속 떨어져 가는데, 상대적으로 공 빠른 선수들의 등장이 더뎠던 까닭이다. 그러나 올해는 완전히 다른 부분이 읽힌다. 리그에서 시속 150㎞ 이상을 던질 수 있는 국내 선수가 가장 많은 팀으로 탈바꿈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동주가 지난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161㎞(PTS 기준 160.1㎞)를 기록하며 160㎞의 벽을 깼다. 문동주는 안우진(키움)에 이어 선발투수로는 두 번째로 빠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보유하고 있다.

160㎞의 벽은 다른 한화 선수로부터 또 깨졌다. 올해 신인인 김서현은 5월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160.7㎞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서현은 올해 리그에서 평균 구속이 가장 빠른 선수다. 트랙맨 기준으로 올해 시속 160㎞를 넘긴 선수는 외국인 선수까지 다 통틀어 두 명인데 모두 한화 소속이다.

그 외에도 최고 150㎞를 기록한 선수가 5명이나 더 있다. 한승혁이 최고 155.3㎞, 남지민이 최고 151.9㎞, 박상원이 최고 151.8㎞, 김범수가 최고 151.5㎞, 윤산흠이 최고 151.2㎞를 기록했다. 단순히 공 하나가 빨랐던 게 아니라 이들은 모두 140㎞대 후반에 가까운 평균 구속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인천 SSG전 3연전에서도 문동주 김서현 김범수 박상원까지 총 4명이 최고 150㎞ 이상을 기록했다. 한화의 스피드업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그리고 그 스피드업이 팀의 이기는 야구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남은 한화의 시즌을 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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