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와 디저트의 달콤함을 함께 만나는 티 오마카세의 세계

김수미 2023. 5. 15.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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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 인기 한우, 디저트, 커피, 차(茶)로 확대
고급 커피 오마카세는 7∼8잔에 150만원 달해
MZ세대 인기 티 오마카세는 3만∼4만원대
다양한 티에 맛있는 디저트까지, 식사 코스 비슷
삼겹살엔 녹차, 김치찌개엔 우롱차 잘 어울려
와인 대신 홍차와 고체 치즈, 단감 등 페어링
스시 오마카세의 인기가 다른 식음료에도 확대 적용되면서 오마카세가 새로운 음식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한우 오마카세, 디저트 오마카세, 커피 오마카세, 티(Tea·차) 오마카세 등 변주도 다양하다.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주문할 메뉴를 주방장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다.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에 따라 주방장 재량으로 만든다. 스시, 한우 등 재료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단품이 아닌 코스로 여러 가지 요리가 차례로 나오는 특성상 다소 가격대가 높다. 청담동의 한 커피 오마카세는 최고급 게이샤 커피 등 7종류로 구성된 코스가 150만원이나 된다. 커피나 차(茶)는 원두와 찻잎의 희귀성과 발효 정도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진=최상수 기자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티 오마카세는 여러 종류의 차뿐 아니라 궁합이 잘 맞는 디저트류가 함께 제공돼 가격 부담이 덜하다. 식사 후 커피와 케이크를 먹은 정도의 포만감을 느끼며 3만∼4만원대 가격을 지불하는 사치는 가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주요 고객도 20∼30대 여성뿐 아니라 남녀 커플, 60∼70대 노부모를 동반한 가족 등 다양하다. 4∼5개 코스가 약 1시간30분 동안 제공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서울의 대표적 티 오마카세 카페와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차의 종류, 직접 해볼 만한 집밥과 차의 페어링을 소개한다. 

사진=최상수 기자
◆식사 코스 부럽지 않은 티 오마카세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고즈넉한 언덕에 위치한 ‘갤러리 더 스퀘어’의 티 오마카세는 총 네 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첫 코스로 나온 냉침(冷浸) 말차는 유자식초를 섞어 끝맛이 상큼하고 청량하다. 함께 나온 찹쌀떡은 기름에 구워 쯔유에 졸였는데, 쯔유의 짭조름한 맛과 구운 떡의 고소함이 입맛을 돋웠다. 한나 김 대표는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차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발효도가 높은 차를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차는 크게 발효차와 불발효차로 나뉘는데 백차-청차(우롱차)-홍차 순으로 발효도가 높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갤러리 더 스퀘어’의 티 오마카세는 유자식초를 섞은 아이스 말차와 찹쌀떡, 발효가 많이 된 우롱차와 치킨 샌드위치, 바닐라빈을 블렌딩한 운남 홍차와 얼그레이 케이크, 말차 레몬 오이셔벗이 식사 코스처럼 넉넉하게 나온다. 최상수 기자
사진=최상수 기자
두 번째로 발효가 많이 된 청차에 당근라페 치킨 샌드위치, 브라타 치즈와 하몽을 얹은 단감 샐러드, 과일이 같이 나왔다.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양이다. 청차는 묵직해서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와 잘 어울린다. 세 번째는 바닐라빈을 블렌딩한 운남 홍차와 화이트 초콜릿 가나슈가 들어간 얼그레이 케이크. 달콤한 바닐라향이 코끝에 머물고 홍차가 적당히 달달한 얼그레이 케이크의 뒷맛을 잡아준다. 마지막에 나온 말차 레몬 오이셔벗은 말차와 시원하고 청량한 향에 상큼한 맛으로 코스를 마무리해줬다. 갤러리 더 스퀘어는 두 개 지점이 있으며 용산 해방촌 점은 다과 코스로, 북촌점은 식사 코스로 각각 운영한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코코시에나’의 티 오마카세는 ‘봄의 전령사’라는 주제로 리샹홍, 금훤, 다즐링, 딸기 매실 닐기리 콤부차, 쑥 솔티드 크림티가 디저트와 함께 차례로 나온다. 코코시에나 제공
데이트 코스로 인기인 마포구 연남동 ‘코코시에나’의 티 오마카세는 ‘봄의 전령사’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운남 홍차 특유의 단맛과 오렌지 향이 어우러진 시원한 리샹홍에 오렌지겔을 입힌 문어구이로 시작했다. 다음은 대만 유명 산지인 아리산에서 재배한 금훤차가 양배추 치킨롤&단호박 퓨레와 함께 나왔다. 금훤은 찻잎 자체에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우유 향이 난다.
홍차계 샴페인이라 불리는 세계 3대 홍차 다즐링FF(첫 번째로 딴 찻잎)를 마시고 나니 자연발효한 생콤부차와 새우를 올린 카나페가 함께 나왔다. 생콤부차는 인도 홍차와 제철과일인 딸기와 매실을 섞어 발효해서 새콤달콤한 산미와 발포 비타민 같은 탄산감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에 나온 쑥 솔티드 크림 디저트 티는 이곳의 시그니처. 진하게 우려낸 쑥차에 달달한 쑥크림을 올려내 부드러운 식감에 진한 쑥 향이 봄 향기를 입안 가득 채웠다.
◆차 종류에 따른 물 온도와 보관법

세상에는 수없이 많으 차가 존재하지만, 모든 찻잎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차나무 한 종류에서 나온다. 차 종류는 재배 및 처리, 산화 과정에 따라 크게 6가지로 나뉜다. 

흔히 가공 순으로 백차(白茶),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로 구분한다. 백차는 어린 잎을 따서 실내에서 가공하다 보니 햇빛이 아니 달빛을 닮아 하얗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에서도 많이 마시는 우롱차(청차)는 녹차와 흑차를 섞어 만든 반발효차다. 흑차는 자연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맛이 점점 좋아지는 후발효차다.

사진=최상수 기자
대표적 흑차인 보이차는 오랜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향과 건강 효능이 증가해 발효기간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기도 한다. 지난해 소더비 경매에서 보이차가 50만달러에 낙찰됐다. 국내에서도 미술품처럼 차로 재테크를 하는 차테크 족이 늘고 있다.  

홍콩의 락 차 티하우스(Lock Cha Tea House)에서 만난 티 마스터 수잔 리는 “좋은 차는 여러번 우려도 같은 맛과 향을 낸다”면서 “처음은 찻잎을 깨우기 위해 오래, 두 세번 째는 찻잎이 가장 잘 우려지므로 짧게, 그 이후부터는 다시 길게 우려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 종류에 따라 우려내는 물의 온도도 다르다. 백차는 85도, 녹차와 황차는 85∼90도, 홍차, 우롱차, 블랙티는 95∼100도로, 로스팅한 차일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백차와 녹차처럼 찻잎을 볶지 않고 말리기만 한 차는 너무 뜨거운 물을 부으며 찻잎이 탈 수 있다. 

사진=최상수 기자
여러 종류를 시음할 때는 가벼운 차부터 무거운 차 순으로 마시는게 좋다. 겨울에는 무거운 차가 좋고 비가 오거나 습할 때는 흑차(Black Tea)가 체내 배출을 도와줘 좋다. 

커피에는 카페인만 있어 각성효과만 있지만, 차에는 탄닌이 함께 들어 있어 안정감을 준다. 명상이나 수련을 할 때 차를 마시는 이유다.   

비전문가들도 좋은 차를 구별할 수 있을까. 수잔 마스터는 “첫째, 믿을 수 있는 차 전문점에서 구입하고, 둘째 직접 시음해봐야 한다”면서 “좋은 차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에서 차 향이 계속 맴돈다”고 말했다.  

보이차는 구매 후에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밀폐 용기에 옮겨넣지 말고 구매시 포장 그대로 숨을 쉬게 해줘야 한다. 25∼30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방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른 냄새와 섞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집밥과도 잘 어울리는 차

집에서도 차와 궁합이 맞는 음식들을 직접 페어링해 즐길 수 있다. 한식뿐 아니라 피자, 김밥 등 분식류도 차와 잘 어울린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에는 발효가 많이 돼 묵직한 차가 어울린다. 중식당에서 우롱차와 보이차를 곁들여 내는 것은 간이 센 음식에도 차의 맛과 향이 묻히지 않을 뿐 아니라 발효차가 소화에도 좋기 때문이다. 우롱차는 김치찌개 등 간이 센 우리나라 음식과도 대부분 잘 어울린다.

간이 세지 않고 가벼운 일식에는 주로 페어링되는 녹차는 고등어구이에 곁들어 먹어보자. 구운 명란도 녹찻물에 말아 먹으면 비린 맛을 잡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삼겹살과 피자, 샌드위치, 김밥도 따뜻한 녹차와 잘 어우러진다. 녹차 대신 볶은 현미 같은 구수한 곡물차를 고기와 함께 먹어도 좋다.

술을 대신해야 할 경우 치즈 안주에는 홍차가 제격이다. 특히 고다, 에멘탈 등 고형치즈와 뜨거운 홍차가 잘 맞는다. 차의 에스프레소라고 불리는 말차는 맛과 향이 진해서 당도가 높은 한과와 함께 먹으면 좋다.

차도 커피처럼 많이 마시면 수면에 방해가 될까.

커피의 카페인은 돌기 형태, 차는 둥근 형태로 다르다. 커피는 마시는 즉시 각성효과가 있는 반면, 차의 카페인은 한 시간 후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두 시간 정도 몸에 머물다가 40% 정도는 배출된다. 녹차와 찻잎을 갈아 통째로 음용하는 말차에 카페인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한 샷이 19∼21g인 반면 찻잎은 한 잔에 3g 정도 사용해 흡수하는 카페인의 양이 훨씬 적다.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을 차로 마시려면 스무 잔 정도 된다고 한다.

다만, 커피는 괜찮은데 차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등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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