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茶)와 디저트의 달콤함을 함께 만나는 티 오마카세의 세계
고급 커피 오마카세는 7∼8잔에 150만원 달해
MZ세대 인기 티 오마카세는 3만∼4만원대
다양한 티에 맛있는 디저트까지, 식사 코스 비슷
삼겹살엔 녹차, 김치찌개엔 우롱차 잘 어울려
와인 대신 홍차와 고체 치즈, 단감 등 페어링
오마카세(おまかせ)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주문할 메뉴를 주방장에게 전적으로 맡긴다는 의미다. 정해진 메뉴가 아니라 그날그날 신선한 재료에 따라 주방장 재량으로 만든다. 스시, 한우 등 재료 자체가 비싸기도 하지만 단품이 아닌 코스로 여러 가지 요리가 차례로 나오는 특성상 다소 가격대가 높다. 청담동의 한 커피 오마카세는 최고급 게이샤 커피 등 7종류로 구성된 코스가 150만원이나 된다. 커피나 차(茶)는 원두와 찻잎의 희귀성과 발효 정도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서울의 대표적 티 오마카세 카페와 음식에 따라 어울리는 차의 종류, 직접 해볼 만한 집밥과 차의 페어링을 소개한다.
서울 용산구 해방촌 고즈넉한 언덕에 위치한 ‘갤러리 더 스퀘어’의 티 오마카세는 총 네 가지 코스로 구성됐다.
첫 코스로 나온 냉침(冷浸) 말차는 유자식초를 섞어 끝맛이 상큼하고 청량하다. 함께 나온 찹쌀떡은 기름에 구워 쯔유에 졸였는데, 쯔유의 짭조름한 맛과 구운 떡의 고소함이 입맛을 돋웠다. 한나 김 대표는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벼운 차로 시작해 뒤로 갈수록 발효도가 높은 차를 내놓는다”고 설명했다. 차는 크게 발효차와 불발효차로 나뉘는데 백차-청차(우롱차)-홍차 순으로 발효도가 높다.
세상에는 수없이 많으 차가 존재하지만, 모든 찻잎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라는 차나무 한 종류에서 나온다. 차 종류는 재배 및 처리, 산화 과정에 따라 크게 6가지로 나뉜다.
흔히 가공 순으로 백차(白茶), 녹차, 청차, 황차, 홍차, 흑차로 구분한다. 백차는 어린 잎을 따서 실내에서 가공하다 보니 햇빛이 아니 달빛을 닮아 하얗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한국에서도 많이 마시는 우롱차(청차)는 녹차와 흑차를 섞어 만든 반발효차다. 흑차는 자연 미생물 발효 과정을 거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맛이 점점 좋아지는 후발효차다.
홍콩의 락 차 티하우스(Lock Cha Tea House)에서 만난 티 마스터 수잔 리는 “좋은 차는 여러번 우려도 같은 맛과 향을 낸다”면서 “처음은 찻잎을 깨우기 위해 오래, 두 세번 째는 찻잎이 가장 잘 우려지므로 짧게, 그 이후부터는 다시 길게 우려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 종류에 따라 우려내는 물의 온도도 다르다. 백차는 85도, 녹차와 황차는 85∼90도, 홍차, 우롱차, 블랙티는 95∼100도로, 로스팅한 차일수록 온도가 높아진다. 백차와 녹차처럼 찻잎을 볶지 않고 말리기만 한 차는 너무 뜨거운 물을 부으며 찻잎이 탈 수 있다.
커피에는 카페인만 있어 각성효과만 있지만, 차에는 탄닌이 함께 들어 있어 안정감을 준다. 명상이나 수련을 할 때 차를 마시는 이유다.
비전문가들도 좋은 차를 구별할 수 있을까. 수잔 마스터는 “첫째, 믿을 수 있는 차 전문점에서 구입하고, 둘째 직접 시음해봐야 한다”면서 “좋은 차는 목 넘김이 부드럽고 입안에서 차 향이 계속 맴돈다”고 말했다.
보이차는 구매 후에도 계속 발효가 진행되기 때문에 밀폐 용기에 옮겨넣지 말고 구매시 포장 그대로 숨을 쉬게 해줘야 한다. 25∼30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방이나 냉장고에 넣어두면 다른 냄새와 섞이므로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집밥과도 잘 어울리는 차
집에서도 차와 궁합이 맞는 음식들을 직접 페어링해 즐길 수 있다. 한식뿐 아니라 피자, 김밥 등 분식류도 차와 잘 어울린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에는 발효가 많이 돼 묵직한 차가 어울린다. 중식당에서 우롱차와 보이차를 곁들여 내는 것은 간이 센 음식에도 차의 맛과 향이 묻히지 않을 뿐 아니라 발효차가 소화에도 좋기 때문이다. 우롱차는 김치찌개 등 간이 센 우리나라 음식과도 대부분 잘 어울린다.
간이 세지 않고 가벼운 일식에는 주로 페어링되는 녹차는 고등어구이에 곁들어 먹어보자. 구운 명란도 녹찻물에 말아 먹으면 비린 맛을 잡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준다.
삼겹살과 피자, 샌드위치, 김밥도 따뜻한 녹차와 잘 어우러진다. 녹차 대신 볶은 현미 같은 구수한 곡물차를 고기와 함께 먹어도 좋다.
술을 대신해야 할 경우 치즈 안주에는 홍차가 제격이다. 특히 고다, 에멘탈 등 고형치즈와 뜨거운 홍차가 잘 맞는다. 차의 에스프레소라고 불리는 말차는 맛과 향이 진해서 당도가 높은 한과와 함께 먹으면 좋다.
차도 커피처럼 많이 마시면 수면에 방해가 될까.
커피의 카페인은 돌기 형태, 차는 둥근 형태로 다르다. 커피는 마시는 즉시 각성효과가 있는 반면, 차의 카페인은 한 시간 후부터 서서히 나타나고 두 시간 정도 몸에 머물다가 40% 정도는 배출된다. 녹차와 찻잎을 갈아 통째로 음용하는 말차에 카페인이 많은 편이다. 그러나 에스프레소 한 샷이 19∼21g인 반면 찻잎은 한 잔에 3g 정도 사용해 흡수하는 카페인의 양이 훨씬 적다. 커피 한 잔의 카페인을 차로 마시려면 스무 잔 정도 된다고 한다.
다만, 커피는 괜찮은데 차를 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등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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