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인섭 '비선실세' 지칭 "정진상에 주거용지 비율 확대 청탁"
"주거·R&D 비율 6대4 돼야" 요구 뒤 변경
"김인섭, 정진상에 李 형수 욕설 파문 조언"
재선 때 사비로 이재명 선거사무소 선점도
'백현동 로비스트'로 지목된 한국하우징기술 전 대표 김인섭씨가 2014년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에게 사업 부지의 주거용지 비율을 더 높여달라고 청탁한 정황이 김씨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김씨를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정 전 실장과의 친분을 토대로 사업 인·허가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성남시의 '비선실세'로 규정했다.
15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2014년 12월 정 전 실장에게 "성남시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의 연구개발단지(R&D) 용지 비율을 높게 요구해 사업이 어려우니 주거지와 R&D 용지 비율을 7 대 3이나 6 대 4로 해달라"고 부탁했다. 백현동 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던 아시아디벨로퍼 정모 대표가 성남시로부터 주거와 R&D 비율이 최소 5 대 5는 돼야 한다는 말을 들은 뒤 "성남시 입장대로면 사업경제성이 낮다"고 하소연하자, 김씨가 나섰다는 것이다. 성남시는 이후 정 대표에게 주거와 R&D 비율 6 대 4로 신청 시 승인을 확답했다.
앞서 정 대표는 2014년 주거 위주의 토지이용계획과 함께 두 차례 부지 용도변경(자연보전녹지→ 2종일반주거)을 신청했으나, 성남시가 첨단산업 조성을 담은 도시기본계획과 맞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다만, 정 대표는 2차 신청에선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참여를 추가했다. 그러자 성남시는 정 전 실장과 이 대표에게 순차보고를 거쳐 R&D 용지 비율이 많고 주거지 비율은 적게 요구하는 데 따른 사업성 보전 차원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변경 신청 시 승인해주기로 했다. 정 대표는 이에 2015년 1월 해당 부지를 6 대 4 비율로 하고, R&D 용지와 건물 기부채납, 아파트 전체에 민간임대주택 공급, 성남도시개발공사 참여를 조건으로 부지 용도를 4단계 상향하는 준주거지역으로 3차 변경신청을 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김씨가 2015년 2~3월 정 대표 부탁을 받고 정 전 실장에게 성남도시공사 참여 배제 등을 청탁한 정황이 담겼다. 성남도시공사 참여는 행정절차 이행 조건이었지만, 성남시는 공사의 사업 참여 확인 없이 2015년 9월 준주거지역으로 변경·고시했다. 이듬해 1월에는 100% 민간임대 공급 조건도 10%로 줄여 90%를 일반분양으로 승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정 대표의 이익 극대화 방향으로 성남시의 의사결정이 되도록 돕는 대가로 시행사 지분을 받기로 하고 2013년 하순~2014년 초순 정 전 실장에게 백현동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부탁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김씨와 정 전 실장, 이재명 대표와의 '밀접한 관계'를 공소장 14쪽 중 3쪽 분량으로 할애하며, 이 대표의 시장 당선에 기여한 김씨가 성남시 인·허가와 공무원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선실세'로 통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김씨가 2005년부터 시민운동을 함께 하며 이재명 시장과 친분이 두터워져 2006년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으며,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정 전 실장과도 인연을 맺었다고 봤다. 김씨는 2008년 총선과 2010년 지방선거에서 이 대표를 지원했다. 2014년 이 대표의 시장 재선 도전 때는 이 대표 측 부탁으로 김씨가 사비로 선거사무소를 선점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정 전 실장은 2014년 4월부터 2015년 4월까지 김씨와 거의 매일 연락하며 이 대표의 '형수 욕설' 파문에 따른 지지율 하락 대응방안 등 선거 전략을 수시로 논의하고, 김씨로부터 민간 납품업자 등의 청탁을 전달받기도 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의 공모 여부는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들의 배임 혐의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김씨는 각종 알선 대가 등으로 정 대표에게 77억 원과 5억 원 상당 건설식당 사업권을 수수한 혐의로 이달 2일 구속기소됐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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