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63년 만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 되찾았다

조영빈 2023. 5. 15. 20: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 간 연대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에게 열어주는 '통 큰 선물'을 내놨다.

1860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를 자국령으로 뒀던 중국으로선 163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을 돌려받은 셈이다.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중국에게 열어 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활용 승인 
1860년 러 영토 완전 편입 후 163년 만
서방의 대러제재 속 푸틴의 '통 큰 선물'
지난해 4월 23일 러시아 연해주(州)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대형 요트가 정박해 있다. 현지 매체는 이 요트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 제재 대상에 오른 러시아 재벌 알렉세이 모르다쇼프의 소유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국에 맞서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 간 연대가 더욱 깊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 항구를 중국에게 열어주는 '통 큰 선물'을 내놨다. 1860년까지 블라디보스토크를 자국령으로 뒀던 중국으로선 163년 만에 블라디보스토크항 사용권을 돌려받은 셈이다.

15일 극목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중국 해관총서(세관)는 이달 4일 중국 지린성이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내륙 화물 교역 중계항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에서 생산되는 지하자원과 곡물을 블라디보스토크항을 통해 중국 남부 지역으로 운송할 수 있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헤이룽장성과 지린성은 중국 내륙 지역인 탓에 그동안 물자를 남방으로 운송하려면 다롄항 등 랴오닝성 항구를 이용해야만 했다. 운송 거리가 1,000㎞에 달해 물류 비용 부담이 컸다. 반면 블라디보스토크항은 러시아와 접하고 있는 헤이룽장성 수이판허에서 200㎞ 남짓 떨어져 있다. 중국으로선 운송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은 2000년대 들어 '차항출해(借港出海·외국 항구를 빌려 바다로 진출한다는 의미)' 전략에 따라 북한 나진항 사용권을 확보해 이곳을 극동 지역의 주요 중계무역항으로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중 간 무역이 위축됐고, 나진항 활용도도 떨어지게 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블라디보스토크항이 나진항의 대체 항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라디보스토크는 청나라 때까지 중국 지린성에 속해 있었다. 그러나 1858년 블라디보스토크가 속한 연해주를 중국과 러시아가 공동 관할키로 한 아이훈 조약에 이어, 1860년 중러 간 국경을 정한 베이징 조약도 체결되면서 완전히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 지명도 '해삼위(海蔘威)'였던 중국 명칭 대신 "동쪽을 지배하라"는 뜻의 러시아어 '블라디보스토크'로 바뀌었다. 다만 중국에서 출판되는 지도에는 여전히 블라디보스토크와 함께 해삼위가 병기돼 있다.

러시아가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중국에게 열어 준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러 간 교역 규모는 예년 대비 40%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상당량이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 탓에 극동 지역 교역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다. 지난 3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북-극동 지역 간 호혜협력 발전'에 합의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도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