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수입차가 천지삐까리…작년 매출 살펴보니 ‘헉’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3. 5.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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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국내 판매 30만대 육박
매출은 25조원 돌파 ‘역대급’
KT·LG엔솔 등과 규모 비슷해
[사진 = 연합뉴스]
3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주말마다 수입차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일을 낙으로 삼고 있다. 2011년식 YF 쏘나타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아 타던 A씨는 최근 결혼을 계기로 새 차를 사기로 결정했다. 신형 그랜저, GV70 등의 견적을 내보니 상위 트림(세부모델)에 선택사양을 추가할 경우 50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을 보고 A씨는 수입차로 눈을 돌렸다. 돈을 더 보태고, 할인 기회를 잡아 수입차를 사자는 A씨의 제안에 맞벌이하는 아내도 동의했다.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 증가와 대형·고급차 선호 현상 등이 맞물리면서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서 수입차 판매 대수는 2배 늘었고, 판매 총액은 3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매일경제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는 국내 시장에서 총 28만8006대, 25조2629억원어치 판매했다. 판매 대수는 2012년보다 128% 늘었고, 판매 총액은 224% 증가했다.

이번 분석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신규 등록 통계와 모델별 신차 판매 가격을 종합했다. 추가 사양을 적용한 가격은 제외하고, 세부모델별 해당 연식의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시장 규모를 추산했다.

판매 총액을 기준으로 한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국내 대표 기업의 한 해 매출과 비등한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25조원 규모의 매출(영업수익)을 기록한 국내 기업은 KT(25조6500), LG에너지솔루션(25조5986), 기업은행(25조5856), 한국금융지주(25조281) 등 네 곳에 달한다.

판매 대수만 놓고 보면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승용차 10대 중 8대는 여전히 국산차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수입차 시장의 팽창으로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국산 승용차 판매 대수는 2012년 117만5795대에서 지난해 115만5558대로 2% 줄었다. 반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 2012년 10%에서 지난해 21%로 높아졌다. 모델별 최저 가격을 기준으로 한 판매액 점유율은 수입차 비중이 최근 10년 새 25%에서 40%로 커졌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으로는 고가 모델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차량 가격대별 판매 비율의 변화가 단적인 사례다. 수입차 업체 중 대당 1억원 이상 차량 판매 비중은 2012년 8%에서 지난해 24%로 3배 늘었다. 같은 기간 2억원 넘는 차량 판매 대수는 439대에서 9743대로 22배 급증했다.

국산차 판매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수입차 판매 증가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자동차의 국내 승용 모델 평균 판매 가격은 2012년 3387만원에서 지난해 5031만원으로 4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레저용차량(RV) 평균 판매 가격은 2946만원에서 4355만원으로 48% 늘었다. 이는 편의사양 기본화를 통해 차종별 판매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고급 차종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또한 강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 29만8006대 중 15만4778대(51.9%)는 7000만원 미만 차량인 점을 고려하면 국산차와 수입차 판매 가격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셈이다.

수입차 브랜드들은 적극적인 할인 정책과 저금리 할부 금융 상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심리적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아우디 딜러사는 지난해 말 현금 일시불 조건으로 ‘A6 45 TFSI’ 2023년식 모델의 가격을 7044만원에서 5283만원으로 25% 낮춰 판매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프리미엄 모델부터 대중 모델까지 다양한 수입차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다”며 “수입차 브랜드는 할인 프로모션과 금융 서비스 등을 내세워 구매 문턱을 낮추며 젊은 소비자들을 끌어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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