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기자M] “감방 돌아갈래” / 실형 비껴간 스토커들

1. “감방 돌아갈래”

[한범수] 돌아간다는 건 수감됐던 사람의 말이겠네요?

[정태웅] 네, 과거 사건부터 하나 볼까요.

[한범수] 지구대죠? 남성이 스스로 들어와서 경찰관들이랑 얘길 나누네요. 무슨 얘기를 저렇게 하죠?

[정태웅] 저게 자신을 교도소에 넣어달라고 하소연을 하는 겁니다.

▶ 인터뷰 : 이영미 / 경남 사천 삼천포지구대 (2020년 11월) - "너무 먹고살기 힘들다면서 자기를 좀 어디다가 넣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할 수 없다고 상담을 했습니다."

[정태웅] 거절당한 남성은 결국 귀갓길에 한 여성에게 흉기를 휘둘러서 검거되죠.

[한범수] 저렇게까지 교도소가 가고 싶을까요?

[정태웅] 이 남성처럼 생활고 겪는 사람들은 그럴 법도 합니다. 올해 재소자 한 사람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연간 3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거든요. 점차 늘고 있는 추세이고요.

[한범수] 이렇게나 많이 들어가나요?

[정태웅] 물론 금액 전부가 재소자에게 직접 주어지는 건 아니고요. 교도관 인건비와 구금시설 관리 비용 등을 포함한 액수입니다. 들어가면 의식주가 해결되다 보니 재소자가 되기 위한 범죄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단순 절도로 인한 재복역률만 봐도 과거보다 상승했고요.

[한범수] 원래 교도소는 재소자를 교화시키고 벌주는 곳 아닙니까. 그런데 요즘은 교도소가 재소자들 먹을 걱정 덜어주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2. 실형 비껴간 스토커들

[정태웅] 작년에 신당역 사건까지 있었는데, 아직도 실형이 안 내려지나요?

[한범수] 네, 재판부 판결이 국민 눈높이 따라가려면 멀었습니다. 최근 사례 두 개 가져왔습니다.

[정태웅] 하나하나 들어보죠.

[한범수] 30대 남성 A 씨, 20대 여성 B 씨 스토킹한 혐의로 지난해 11월 접근·연락금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남성 A 씨의 폭주는 이때부터가 진짜였습니다.

[정태웅] 법원 명령 무시하고 스토킹 계속했나 보죠?

[한범수] 노골적으로 했습니다. 불과 3일간 2,193차례 문자 폭탄 보냈고요. 58차례 통화 시도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줘요”, “그냥 뛰어내리면 끝나는 악몽 같아요”, 이랬다고 하죠.

[정태웅] “제발 한 번만 살려줘요”, 이건 피해 여성이 하고 싶은 말이죠. 다시는 저렇게 못 하게 처단해야 할 텐데요.

[한범수] 처벌 내리긴 했는데, 벌금 3백만 원이 다였습니다. 해당 여성이 처벌까진 원치 않는다고 했다죠.

▶ 인터뷰(☎) : 강서경 / 변호사 - "현재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하지 않으면 계속 스토킹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처벌을 원치 않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한범수] 결국, 법원은 접근·연락금지 명령을 어긴 것만 문제 삼았습니다.

[정태웅] 실형 받지 않은 스토커, 다른 사례도 있다고 했죠?

[한범수] 네. 이번엔 건물 경비직원으로 근무하는 26살 남성이 범인입니다. 같은 건물에 약국이 있었는데, 약사한테 집착했습니다. 79일간 44차례 찾아가며 괴롭혔습니다.

[정태웅] 이틀에 한 번꼴이네요?

[한범수] 계산해 보면 그렇네요. 하루에 5차례 찾아온 날도 있었습니다.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약사분이 선을 그었는데, 무시했다고 하죠.

[정태웅] 저 정도 노력이면 다른 데서 좀 더 건강한 관계 찾았을 거 같은데요. 아무튼, 실형은 안 내려졌다는 거죠?

[한범수]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내려졌습니다. 감옥 안 갔으니,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피해자한테 다시 갈 수도 있는 상황이죠.

[정태웅] 제가 다 무서워집니다. 스토킹 범죄, 더 커지기 전에 조기에 잡는 게 최우선입니다. 피해자 관점에서 엄하게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 같습니다.

한범수 기자 [han.beomsoo@mbn.co.kr] 정태웅 기자 [bigbear@mbn.co.kr]

영상편집 : 고지훈, 이범성 그래픽 : 이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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