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전통 판소리 무대… ‘소리꾼 왕가네’ 형·동생이 뭉쳤다
국립전통예술중고 교장 왕기철 명창은
경상도 특유 ‘박녹주제 홍보가’ 박타령
국립민속국악원 원장 왕기석 명창은
전라도 성음의 ‘박초월제 수궁가’ 불러
조카·딸 왕시연과 ‘흥보가’ 화초타령도
“드문 무대… 관객 기대 충족하려 맹연습”
“교장실에서 연습할 때도 있는데 아무래도 큰 소리를 못 내니 혼자 운전하는 동안 연습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웃음)”
실제로 두 명창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형·동생을 혼동할 만하다. 왕 명창은 “사람들이 ‘형님 잘 계시냐’고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며 웃었다. 그의 딸 왕윤정(33)이 아버지를 이어 국립창극단 단원으로 활약 중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소리꾼 왕가네’다.
전북 정읍 옹동의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8남매 중 일곱·여덟째로 태어난 형제가 국악인이 된 건 박초월 선생의 제자였다가 일찍이 세상을 떠난 셋째 형(왕기창) 덕분이다.
왕 명창은 열여섯 살일 때 상경했다. 향사 박귀희(1921∼1993·국가무형문화재) 명창이 남성 제자를 뽑으려 한다는 소식을 접한 형이 급히 부른 것이다. “선생님께서 노래를 불러보라 해서 그나마 조금 알았던 ‘진도아리랑’을 불렀는데 바로 제자로 받아주셨어요. 지금의 저를 있게 한 평생의 은인이시죠.” 박귀희 명창은 국립전통예술중·고교의 전신인 국악예술학교 설립자 중 한 명이다. 왕 명창은 그 학교와 스승이 운영하던 학원을 오가며 가야금 병창(악기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것)과 소리를 배웠다. 고생스러운 과정이었지만 삼수 끝에 2001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에서 대통령상(장원)으로 보상받았다. 왕기석 명창도 국립창극단 단원이던 형(기창)을 만나러 갔다가 남해성(1935∼2020·국가무형문화재) 명창의 눈에 띄면서 열여덟 살에 창극단 연수단원으로 소리꾼이 됐다. 이후 2005년 같은 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형제 명창 1호’가 탄생하게 됐다.
왕 명창은 한양대 국악과 졸업 후 1985년 모교 교사로 근무하던 중 무대에 대한 갈증을 못 이겨 1998년 관두고 이듬해 국립창극단 단원 시험을 봐 합격했다. 39살로 늦은 나이였지만 창극단 선배인 동생을 롤모델 삼아 부지런히 배웠다. 연기는 부족해도 워낙 소리가 좋아 입단 첫해부터 창극단의 ‘심청전’ 무대에 동생과 함께 심봉사 역을 맡았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왕윤정도 ‘어린 심청’ 역 오디션을 통과해 부녀가 처음 같은 무대에 섰다.
왕 명창은 후학을 양성하고자 14년여가 지난 2013년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2017년 임기 4년의 16대 교장이 된 후 풍부한 현장 경험을 접목해 전통예술 명문학교로 만드는 데 앞장섰다. 재임용에도 성공해 2025년까지 학교를 이끈다. 틈틈이 공연도 하는 왕 명창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죽을 때까지 소리를 할 것”이라며 “지난해 코로나19 감염으로 완벽하지 못했던 인생 마지막 완창(‘흥보가’) 무대에도 다시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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