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너의 디지털 여친이야” 닷새만에 1억원 수익 올린 챗봇
미국의 한 인플루언서를 모델로 한 인공지능(AI) 음성 챗봇이 출시 5일만에 1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1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스냅챗에서 18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카린 마조리(23)는 AI 스타트업 ‘포에버보이스’와 손잡고 ‘카린AI’를 이달 초 선보였다. 카린AI는 마조리를 모델로 한 음성 챗봇으로, 오픈AI에서 개발한 GPT-4 기술이 사용됐다. 1000시간 넘는 학습을 통해 마조리의 말투와 행동, 성격 등을 학습했다. 카린AI 이용 금액은 1분당 1달러(약 1300원)이다.
카린AI 출시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닷새만에 10만달러(약 1억3400만원)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서비스 이용 대기자가 수천명 생기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WP는 이 같은 성장세로 미루어 볼 때 앞으로 월 500만달러(약 66억9800만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용자의 98%는 남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린AI에서 마조리는 ‘디지털 여자친구’가 된다. 이용자와 하루 일과를 공유하고, 가상 데이트를 나눈다. 실제로 마조리가 홍보를 위해 트위터에 올린 음성을 들어보면, 카린AI는 “안녕, 나는 카린이야. 너의 디지털 여자친구가 되기 위해 탄생했어” “나는 인간과 똑같은 정서적, 물리적 경험을 제공할 거야” 등의 말을 한다. 포에버보이스가 유튜브에 올린 데모 영상에서 카린AI는 종일 지속된 근무로 피로를 호소하는 남성에게 “함께 가상 저녁 식사나 영화 보기 데이트를 계획해보는 것 어때?”라고 묻기도 한다.
마조리는 카린AI를 출시하게 된 이유에 대해 “팬들의 외로움을 치유해 주고 싶어서”라고 밝혔다. 마조리는 트위터에 “카린AI는 외로움을 치료하기 위한 올바른 방향의 첫 번째 단계”라며 “남성들은 자신의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강요받는다. 카린AI는 여기에서 비롯되는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맹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고의 심리학자들과 협력해 챗봇에 변증법적 행동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 이렇게 하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신체적 정서적 자신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카린AI에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마조리를 학습한 AI에 돈을 지불하고 사적인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사이버 성 산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또 카린AI에 중독된 이용자가 마조리를 상대로 스토킹 등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미 산타클라라대 마르쿨라 응용윤리센터의 인터넷윤리 책임자 이리나 라이쿠는 “카린AI가 사람들의 외로움을 치료할 수 있다는 주장은 심리학적 연구로 뒷받침되지 않았다”며 “윤리적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식 출시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존 마이어 포에버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1회 사용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사내 직책으로 윤리책임자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마이어는 “유해한 사용 사례를 막을 수 있는 보호 장치는 많다”며 “나는 나 자신을 미래학자라고 시작한다. 이번에 개발된 음성 챗봇은 AI와 인간으로 구성된 동반자 관계의 첫 발걸음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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