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 도움될 수 있다면”…80년 5월 광주 ‘전경’의 일기
[KBS 광주] [앵커]
5.18이 벌써 43주년을 맞았습니다.
KBS는 올해는 당시 진압작전에 투입됐던 경찰과 경찰 유족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합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전투경찰로 복무하며 쓴 일기장을 최근 기증한 유영옥 씨를 만났습니다.
김애린 기자입니다.
[리포트]
[유영옥/24살/음성 대역 : "1980년 5월 4일. 검은 하늘에 별만이 반짝인다. 내무반 뒤 헬기장 입구에 동료 근무자들의 노래 소리가 들리고 있다. 1980년 5월 18일. 전국에 특별비상계엄이 0시를 기해 선포됨에 따라 광주 전역에 수천명의 공수병들이 쫙 깔렸다."]
[유영옥/현재 :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체 체포된 어느 남녀 데모대 2명이 계엄군의 구둣발에 체이며 끌려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점심밥 조차 넘어가지 않았다..."]
5.18 당시 전투 경찰로 복무했던 유영옥 씨.
급박했던 시위 현장에서도 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1979년 12월부터 1980년 9월까지, 5.18을 전후한 아픈 역사를 생생히 기록했습니다.
[유영옥/5·18 당시 전투경찰 : "주머니에다가 일기장을 넣고 다니면서 아스팔트에서도 쓰고 대기하던 버스 안에서도 쓰고 산에서도 쓰고..."]
81년 제대 뒤 직업 경찰관이 된 유씨는 파출소 서랍에 일기장을 보관했고, 40여 년을 그렇게 고이 간직해왔습니다.
["집에 불이 날 수도 있고 또 집사람이 필요 없는 책인 줄 알고 태울 수도 있고 또 이게 뭐 도난당할 염려도 있고 그래서..."]
유씨는 올해 초 일기장을 5.18기록관에 기증했습니다.
공수부대의 만행, 동료 경찰의 죽음, 시민들의 무고한 희생, 전투 경찰로서의 고뇌가 역사적 기록이 됐습니다.
오랫동안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렸지만 진상규명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기증을 결심했습니다.
["빛바랜 일기장이 5·18 관련해서 진상규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그걸로서 저는 만족합니다."]
유영옥 씨의 일기장은 보존 처리를 거쳐 내년부터 일반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KBS 뉴스 김애린입니다.
촬영기자:조민웅/그래픽:박누리·박아연
김애린 기자 (thirst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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