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바이오 기술개발의 허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인선 기자 2023. 5. 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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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경. 사진=생명연 제공


바이오경제 시대가 열렸다. 바이오는 삶의 질 향상과 국가 혁신성장을 동시에 성취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열쇠다.

정부는 지난해 첨단바이오를 12대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며 2030년 과학기술 수준을 현재의 80%에서 85% 수준으로 높여 과학기술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바이오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국가 바이오 분야 경제 발전을 선도하고 있다.

생명연은 1985년 개원한 이래 38년간 바이오 분야의 기초연구부터 보건의료, 식량 증산, 바이오 신소재·신에너지 개발에 이르기까지 첨단 생명공학 연구성과를 창출했다.

생명연이 이끄는 첨단바이오는 △합성생물학 △감염병 백신·치료 △유전자·세포 치료 △디지털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기술의 4대 중점 분야로 나뉜다.

메탄을 친환경 소재로 바꿔주는 인공미생물을 개발한 합성생물학연구센터 이혜원 박사 연구팀. 사진=생명연 제공

◇합성생물학 발전에 필요한 '바이오파운드리' 운영=합성생물학이란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요소(세포 등)를 설계·제작·합성하는 기술로 향후 바이오의 미래를 바꿀 기술로 손꼽힌다. 생명체의 운영체계인 DNA를 설계하고 고도화된 기능을 제작하는 단계의 바이오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합성생물학 분야의 발전과 효율적인 촉진을 위해서는 바이오파운드리가 필요하다. 합성생물학이 생명과학과 공학의 새로운 융합 학문이라면, 바이오파운드리는 이러한 새로운 학문을 마음껏 구현해볼 수 있는 인프라다.

바이오파운드리는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등을 합성생물학에 적용해 바이오산업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플랫폼을 말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가능하게 한 mRNA 기술과 이를 통한 백신의 대량 제조에서도 합성생물학과 이를 자동화한 바이오파운드리가 핵심기술의 하나로 활용됐다.

생명연은 10여 년 전부터 합성생물학 분야에 전문 연구조직을 운영하며 관련 원천기술을 확보해왔다. 장(腸) 내 염증 진단 스마트 미생물, 온실가스인 메탄을 고부가가치 친환경 소재로 바꿔주는 인공미생물 등의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시험용 바이오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합성생물학 인프라의 협력 플랫폼인 글로벌바이오파운드리연맹(GBA)에도 참여하며 관련 연구개발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정부가 공공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바이오파운드리 예타 사업을 진행하는 것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바이오파운드리 베타시설. 사진=생명연 제공

◇감염병 백신·치료 연구개발 앞장=생명연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코로나19 영장류 감염모델을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하고 위험도 높은 감염병 연구를 할 수 있는 특수시설인 ABSL-3 시설을 활용해 국내 기업에서 개발한 백신·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한 효능평가를 지원했다. 이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을 비롯한 치료제용 물질 6개, 백신용 물질 5개가 임상에 진입할 수 있었다.

또 미국과 협력해 mRNA 기반 백신 플랫폼과 원천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감염병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전임상시험을 상시지원하는 '국가전임상시험지원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ABSL-3 시설 확충과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체계도 구축 중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전경. 사진=생명연 제공

◇유전자가위 기술로 유전질환 치료=유전자·세포 치료제는 의약품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연 혁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치료제란 유전물질을 포함하고 있거나 유전물질이 변형된 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의약품을 말하며, 유전자가위 기술이 핵심이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 정보가 들어있는 유전체에서 특정 염기 서열을 인식한 후 해당 부위의 DNA를 제거 또는 삽입하거나 대체하는 기술로, 2020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크리스퍼(CRISPR) 기술이 가장 대표적이다.

생명연은 2021년 대표적인 유전자가위인 CRISPR-Cas9 보다 획기적으로 작고 다양한 유전질환의 치료에 사용 가능한 초소형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CRISPR-Cas12f1 기술을 개발했다.

크기가 큰 탓에 Cas9 기술로는 도달할 수 없던 신체 장기까지도 이 기술을 이용하면 유전자편집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난해에는 DNA를 절단하지 않고도 교정이 가능한 교정기술 개발에 성공, 기존의 유전자가위로 접근할 수 없었던 염기변이 유전질환 치료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높였다.

해당 기술의 개발자인 김용삼 박사는 생명연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인 ㈜진코어를 창업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회사와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해 최대 3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초소형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유전자교정연구센터 김용삼 박사 연구팀. 사진=생명연 제공

◇부작용 없이 난치성 암 치료…NK세포 대량증식 기술 개발=생명연은 세포치료제 기술 개발을 통해 부작용 없는 난치성 암 치료의 길도 열고 있다. 세포치료제는 사람이나 동물의 세포를 체외에서 물리·화학·생물학적으로 조작·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

NK(자연살해)세포는 인체 혈액 면역세포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면역세포다. 다른 자극이 없이도 암세포를 최전선에서 바로 살해하는 암세포 살상기능을 가지고 있어 대표적인 항암 면역세포로 꼽힌다.

이런 NK세포를 치료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임상에 적용 가능한 세포 수를 충분히 얻고, 항암 능력이 뛰어난 NK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다.

생명연 최인표 박사 연구팀은 조혈줄기세포로부터 활성이 뛰어난 NK세포를 분리·분화해 활성이 뛰어난 NK세포를 대량 증식하는 데 성공했다. 또 서울아산병원과 공동으로 임상 연구해 난치성 백혈병 등에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이 기술은 다양한 암치료제로 개발될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1년 면역치료제 전문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에 1500억원이 넘는 조건으로 기술 이전됐다.

NK세포 대량배양 기술개발에 성공한 최인표 박사 연구팀. 사진=생명연 제공

◇디지털헬스 데이터 분석·활용 기술 선도=지금은 바이오 디지털 대전환 시대다. 생명연은 이를 대응하기 위해 국가 R&D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를 수집·관리해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바이오데이터스테이션'(K-BDS)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빅데이터 기반으로 질환 발생을 전주기적으로 대응하고자 디지털바이오혁신센터를 신설해 디지털바이오 혁신에도 힘쓰고 있다.

김장성 생명연 원장은 "앞으로도 국가전략기술 전략에 맞춰 기존 R&R(역할과 책임)을 고도화하고, 바이오 대전환 시대에 대응하는 디지털 혁신시스템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국민생활문제 해결사, 바이오산업 상생 협력 파트너로서 대한민국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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