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400원, 전기·가스요금 인상 후 남은 과제들
전기 3000원, 가스 4400원↑
사각지대와 자구책 점검해야
산업통상자원부가 15일 당정협의회를 거쳐 전기‧가스요금 인상안을 내놨다. 전기요금은 ㎾h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올린다.
정부가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재무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어서다. 한전은 지난해 32조6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스공사의 경우, 적자나 마찬가지인 미수금이 지난해 8조6000억원이나 됐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2022년에 가스요금을 MJ당 5.5원, 전기요금을 올해 1월 1일부터 ㎾h당 13.1원 인상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한전은 올 1분기에도 5조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가스공사는 1분기에 3조원의 미수금이 추가로 발생해 총 미수금이 11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럼 이번 인상안으로 실제 요금은 어떻게 달라질까. 전기요금부터 보자.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기요금 인상분은 ㎾h당 8원이다. 주택용 저압 전기를 기준으로 하면 ㎾h당 186.6원에서 194.6원으로 오른다. 산자부는 4인 가구 월평균 전기사용량을 332㎾h으로 잡았는데 이를 적용하면 요금은 기존 6만1951원에서 6만4607원으로 2656원 상승한다.
여기에 인상액에 붙는 부가세와 기반기금을 포함하면 실제 전기요금 인상분은 약 3000원이다. 이를 모두 합한 요금은 월 6만4951원으로 늘어난다.
가스요금 인상분은 MJ당 1.04원이다. 현재 19.7원인 서울 기준 MJ당 도시가스 요금은 20.74원이 된다. 산자부는 4인 가구 월평균 가스사용량을 3861MJ로 설정했다. 이를 적용하면 가스요금은 7만6062원에서 8만77원으로 4015원 오른다. 역시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실제 요금 인상분은 MJ당 약 4400원이다.
■ 정부의 또다른 역할 = 이렇게 요금을 인상했으니 정부의 역할은 끝난 걸까. 그렇지 않다. 요금 인상 여파에서 기인하는 문제점들을 짚어봐야 한다. 먼저 저소득층의 부담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
사실 현재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중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건 전기요금이다. 전기 사용량이 많아지는 여름을 앞두고 있어서다. 더구나 전기요금은 가스요금과 달리 누진제가 적용된다. 전기사용량이 400㎾h만 넘어가도 주택 저압용 기준 요금 인상분은 ㎾h당 186.6원에서 218.7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주목할 점은 고압용 전기는 주로 대단지 아파트에, 저압용은 대부분 일반 주택에 적용된다는 거다. 자칫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행히 정부는 관련 대책을 함께 내놨다. 기존에 운영 중인 한국전력의 복지할인 요금제도를 지속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독립·상이 유공자, 차상위 계층, 3자녀 가구 등 360만호에 해당하는 사회배려계층의 전기요금을 월 8000원에서 2만원까지 할인한다.
전기요금 인상분 적용도 1년간 유예한다. 313㎾h까지는 인상 전 요금 단가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사용량에만 요금 인상 후 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거다. 이에 따라 기초수급자는 월 최대 2만6600원을 할인받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른 사회복지시설 9만5000호에도 월 전기요금의 30%를 할인한다.
문제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사회배려계층에 속하지는 않지만, 냉방비 폭탄을 맞아 사회배려계층 못지 않은 부담을 갖게 되는 이들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얘기다. 지난 겨울 난방비 폭탄 때에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이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 그들의 자구책 = 요금 인상과 함께 한전과 가스공사도 그에 합당한 자구책들을 내놔야 한다. 그런 노력이 없진 않다. 지난 2월 한전은 발전 6개사를 포함한 10개 그룹사와 함께 2026년까지 20조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을 밝혔다.
12일엔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 여의도 남서울지역본부를 비롯한 부동산 분할 매각과 정원 조정, 올해 인건비 인상분 반납 등을 통해 5조6000억원을 더 줄이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정승일 한전 사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같은 날 가스공사도 기존 14조원 규모의 재정건전화 계획에다 1조4000억원의 자구책을 추가 발표했다. 부장급 이상 직원들의 임금 일부를 반납하고, 프로농구단 운영비도 20% 줄이겠다는 거다.
하지만 이런 추가 대책 발표에도 한전과 가스공사 내부의 부실·방만경영을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적자 속에서도 툭하면 임직원들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원 낭비 사건이 터지기 일쑤여서다. 한전 임직원들의 불법 태양광 사업 참여는 대표적인 예다. 이참에 환골탈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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