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를 쳐? 너 퇴장!’ 응원도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 심판의 권위

이무형 2023. 5. 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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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한국시각) 열린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경기.

더그아웃에서 타석에 선 동료의 선구안에 박수를 보내던 애리조나 크리스티안 워커를 심판이 이른바 '뒤끝 퇴장'시켜버린 것이다.

이날 구심을 맡은 알폰소 마르케즈 심판과 워커는 타석마다 볼 판정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또 바로 지난 주말에 벌어진 '글러브로 주자를 밀어 아웃' 장면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 없이, 그저 "비디오판독 후 항의는 무조건 퇴장이다"는 원칙만 강조하는 게 현재 심판의 권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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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타석 3 오심' 당한 김하성

김하성이 삼진을 당한 타석. 2구와 3구, 11구가 모두 스트라이크 존 바깥에 찍혀있다. (출처: MLB 공식 홈페이지)


오늘(한국시각) 열린 LA다저스와 샌디에이고의 경기. 7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첫 타석 아쉽게 2루수 직선타를 친 뒤, 5회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초구를 골라낸 김하성은 2구째 바깥쪽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로 판정되자 빌 밀러 구심에게 말로 질문한 뒤, 고개를 갸웃했다.

3구째, 이번엔 빠른 공이 스트라이크 존 위로 통과했다. 이른바 '실밥이 걸쳤다'고도 볼 수도 있지만, 오늘 밀러 심판이 계속해서 스트라이크를 선언한 코스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김하성은 이번엔 아예 타임을 요청하고 호흡을 골랐다.

선구안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도 5구 연속 파울을 치는 등 끈질긴 대결을 벌이던 김하성은 마지막 공에는 분노를 참지 못했다. 11구째 바깥쪽 볼을 골라냈다고 생각한 순간, 밀러 심판의 삼진 콜이 나오고 말았다. 1루로 걸어 나가던 김하성은 순간 펄쩍 뛰며 허리에 손을 얹고 멍하니 심판을 바라봤다.

■ 투수 안 보고 더그아웃 쳐다보는 심판

지난 주말 13일(한국시각)에 있었던 애리조나와 샌프란시스코의 경기에서는 더 납득 하기 어려운 장면이 나왔다. 더그아웃에서 타석에 선 동료의 선구안에 박수를 보내던 애리조나 크리스티안 워커를 심판이 이른바 '뒤끝 퇴장'시켜버린 것이다.


사건의 자초지종은 이렇다.
이날 구심을 맡은 알폰소 마르케즈 심판과 워커는 타석마다 볼 판정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5회 말 워커는 세 번째 타석에서 체크아웃 스윙 삼진을 당했는데, 3구째에 스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다음 공을 준비했지만 1루 심은 삼진을 선언했다. 잠시 멈칫한 워커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항의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일은 6회 말에 터졌다. 애리조나의 닉 아메드가 타석에서 연속해서 체크스윙을 했고, 두 번 모두 스윙이 인정되지 않으며 볼로 판정됐다. 이때 더그아웃에 있던 워커가 박수를 쳤는데, 이를 목격한 마르케즈 구심이 그대로 퇴장 명령을 내렸다.

투구 순간,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워커가 있는 더그아웃을 바라보는 마르케즈 심판 (출처: MLB 공식홈페이지)


어이가 없는 건 투수가 공을 던지는 바로 그 시점, 마르케즈 심판이 투수를 보고 있는 게 아니라 애리조나 더그아웃을 쳐다보고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마치 '정해진 사냥감을 찾는 사냥꾼의 눈빛으로' 말이다.

퇴장을 당한 워커는 당황한 듯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애리조나의 토리 러벨로 감독도 즉시 뛰쳐나와 항의했지만 늘 그렇듯 퇴장 조치는 번복되지 않았다.

■ 권위만 남은 심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판정 정확도, 일관성보다 권위가 앞선 심판들의 일탈은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KBO리그에서도 심판의 '태도'가 여러 차례 입방아에 올랐다. 항의 의도 없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해 다시 확인하는 선수에게, 심판이 더그아웃까지 쫓아가 '레이저 눈빛'을 쐈다. 또 바로 지난 주말에 벌어진 '글러브로 주자를 밀어 아웃' 장면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 없이, 그저 "비디오판독 후 항의는 무조건 퇴장이다"는 원칙만 강조하는 게 현재 심판의 권위이다.

로봇과 AI 기술의 도입이 종목 구분 없이 스포츠 모든 영역에서 드러나는 상황에서, 여전히 사람 심판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그들이 가진 고집과 권위 의식 때문은 아닐 것이다.

남아야 할 것은 단단하고 확실한 판정이지, 딱딱하게 남은 심판의 자의식이 아니라는 교훈이 남는다.

이무형 기자 (nobroth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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