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검 시즌2' 조짐에 포털 옥죄는 여당…총선 앞두고 '포털 때리기'
양대 포털 사이트가 실시간 트렌드 키워드를 제공해주는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죠. 여당은 '실검 시즌2'라며 비판에 나섰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포털 길들이기에 나선 거 아니냐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는데, 포털의 뉴스 검색 알고리즘도 이미 문제 삼았죠. 박준우 마커가 '줌 인'에서 관련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기자]
실시간 검색어, 이른바 '실검'이라고 불렸던 포털의 서비스였죠. 실시간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를 1위부터 10위까지 보여줬는데요. 연예인들에게 실검 1위는 일종의 훈장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인기의 척도를 나타내는 수단이었기 때문인데요. 반면 좋지 않은 소식으로 1위에 올랐을 경우에는 훈장이 아니라 낙인이라는 역효과도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현재 관심사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인기를 끌었던 실검 서비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요. 특히 실검이 여론 조작의 도구로 악용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진용진/유튜버 (유튜브 '진용진') : 실시간 검색어 1위. 몇 명이서 검색해야지 올라갈까 도전합니다. 지금 바로 네이버에 '진용진레전드로가겠습니다' 이렇게 쳐주세요. 지금. 구독자님 힘으로 제가 2위에요!]
실제로 특정 정치 세력이 유리한 키워드를 순위에 올리려는 검색어 조작 시도가 심심찮게 일어났죠. 2019년 조국 사태 때 벌어진 양측 진영의 실검 싸움이 대표적이었는데요.
[JTBC '뉴스룸' (2019년 8월 28일) :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검색어는 오늘 하루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 상위권을 지켰습니다.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는 어제 반나절 만에 순위가 수직상승한 뒤 엎치락뒤치락하며 다툼을 이어갔습니다. 오늘(28일) 오전 두 검색어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몰 등이 제품 홍보를 위해 '실검 챌린지' 이벤트를 남발하기도 했죠. 일부 아이돌 팬클럽도 자신이 좋아하는 멤버를 실검에 띄우기 위해 이른바 '총공'이란 작업을 벌였는데요. 역기능과 관련한 논란이 이어지자 결국 실검은 도입 1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JTBC '뉴스룸' (2019년 12월 23일) : 포털 다음이 내년 2월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2005년 시작된 실시간 검색어, 이른바 '실검'이 15년 만에 사라지는 겁니다. 인물을 검색할 때 따라붙는 연관 검색어는 오늘(23일)부터 없앱니다.]
하지만 최근 실검이 부활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다음이 지난 10일부터 시작한 '투데이 버블'과 네이버가 출시 예정인 '트렌드 토픽'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실검 시즌2'와 다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는데요. 해당 서비스는 특정 기간 블로그와 뉴스 등 여러 웹페이지에 언급량이 많은 키워드를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실검은 포털 사이트 메인에 검색어 순위를 그대로 보여줬었죠. '투데이 버블'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와 관계 없이 현재 사람들이 관심 있는 키워드를 5개씩 제시하는데요. 키워드 조합도 무작위라 이용자마다 다른 키워드가 제공됩니다.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보여주던 실검과는 차이가 있는데요. 그럼에도 실시간 트렌드를 보여주는 콘셉트는 똑같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겁니다.
양대 포털의 이런 움직임을 바라보는 여당의 눈빛은 특히나 곱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3년 전 폐지된 '실검'과는 다른 서비스인 양 포장했지만 사실상 실검을 부활시키는 꼼수"라고 반발했는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페이스북 음성대역) : 네이버와 다음에 '고마워요 이재명' '힘내세요 김남국'을 봐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3년 전 실검을 폐지할 때 했던 말들을 잊었습니까? 실검은 인격권 침해, 가짜뉴스 유포, 기사 어뷰징 등 정치적 상업적으로 악용되면서 숱한 폐단을 낳았습니다.]
다음카카오는 투데이 버블이 추천하는 키워드에서 상업적인 정보나 정치 이슈는 제외하겠다는 방침이죠. 하지만 박 의장은 "언제 슬그머니 끼워넣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는데요. "포털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론 조작과 선동의 놀이터를 양산하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습니다.
사실 박 의장은 굳이 '투데이 버블'이나 '트렌드 토픽'이 아니더라도 포털을 손볼 작정이었죠. 포털의 뉴스 노출 알고리즘을 문제 삼은 건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 9일) : 내일(10일)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입니다. 그런데 네이버 포털에 윤석열 키워드를 치면 관련도 순으로 기사를 보면 첫 기사가 한겨레 신문기사 '모든 국민을 유죄와 무죄로 나눈 윤석열 검찰정치'라는 제목이 뜹니다. 그 이어서 관련 뉴스로는 민변의 뉴스입니다. 이어서 경향신문 안철수 의원의 발언으로 시작하는 '윤석열 정부 1년, 이대로 계속 가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기사로 들어갑니다.]
네이버에 '윤석열'이란 키워드를 치면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만 일색이라는 설명입니다. 네이버가 의도적으로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의구심을 드러냈는데요.
[박대출/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지난 9일) : 네이버 측에서는 알고리즘으로 이렇게 만들어 놓은 기사라고 그러지만 이건 알고리즘이 아니고 '속이고리즘'입니다. 네이버 뉴스 이제는 개혁해야 됩니다.]
[이철규/국민의힘 사무총장 (지난 9일) : 윤석열 대통령을 검색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그날의 이런 일정이 뉴스에 관련도 순에 들어가야 됩니다. 윤석열을 검색하는데 안철수가 나오고 유승민이 나오고 제3자가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기사가 관련도 순위에 들어간다는 거 자체는 조작에 의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것입니다.]
사실 검색 결과값은 검색 시점에 따라 달라지죠. 어떤 경우엔 중립적이거나 우호적인 기사가 더 많이 뜰 때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정부 역시 여당의 주장에 적극 동조하는 모양새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포털을 향한 칼을 빼들었는데요. 포털의 편파·불공정성 논란 해결을 위한 TF를 설치했죠. '가짜뉴스 퇴치 태스크포스'인데요. TF에서는 뉴스 포털의 영향력과 사회적 책임, 기사 배열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 등에 대한 개선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박보균/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 14일 / 음성대역) : (거대 뉴스 포털이) 영향력과 파급력의 엄청난 덩치에 비해 저널리즘적 책임감은 부족하다는 여론의 부정적 시선과 국민적 불만이 확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거대 뉴스 포털의 리더십들이 이런 논란에 대해 자체 대책과 개선 노력을 더욱 강화해줄 것을 우선 기대합니다.]
사실 정부·여당이 포털을 타깃으로 삼은 배경, 윤 대통령과 여당의 낮은 지지율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내년 총선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지지율이 반등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죠. 그 책임을 언론과 포털에 전가하고 '길들이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이런 기미는 지난 달부터 두드러졌는데요. 국민의힘은 당 정책위 차원에서 토론회를 열고 네이버·다음의 뉴스 공급 독점 문제를 집중 거론해왔습니다. 여기에 방송사의 편향성 의혹도 제기했죠. 일부 라디오 프로그램이 주로 좌파 패널들만 섭외한다는 겁니다.
[박성중/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지난 2일) : 공정언론국민연대 모니터링을 MBC 제3노조와 함께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통령 방미 기간 중에 85%가 좌파패널로 그것도 우리 우파는 아주 회색지대에 있는 부분까지 대략 해서 85% 좌파패널로 채워져 있고…]
어찌 보면 이런 게 권력의 속성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민주당도 여당 시절이던 지난 2021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과 포털에 대한 규제 방안을 마련했죠. 지금 국민의힘이 갖고 있는 문제 의식과 크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당시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는 알고리즘을 통한 포털의 뉴스 배치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했는데요. 구글처럼 양대 포털 메인에도 뉴스를 보여주지 않는 방식을 논의했었죠.
[김용민/더불어민주당 의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 2021년 6월 2일) : {또 한편에서는 알고리즘을 어떻게 짜든 확증편향으로 가는 경향성을 줄이는 건 쉽지 않으니 아예 포털 메인에 뉴스를 제공하는 걸 더이상 하지 않도록 하자, 구글처럼?} 네, 맞습니다. 그런 논의도 있습니다.]
자, 오늘은 정부·여당의 공격 목표가 된 포털사이트에 '줌 인'해봤는데요. 어느 당이 집권을 하든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포털 때리기'가 반복되는 양상이죠. 권력 집단이라면 언론과 포털을 탓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오늘 '줌 인' 한 마디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로 정리합니다.
모든 것은 내 자신에게 달려있다.
결국 모든 것이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 백범 김구 '나로부터 시작' 중에서
나부터 달라진다면 함께 달라질 세상
생각을 켜면 세상이 보입니다.
- JTBC 선거캠페인 '2018 우리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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