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부터 검은 점화까지…김환기의 화업 40년을 만난다
5월 18일~9월 10일 펼쳐
유화와 드로잉 등 120여점 전시
백자와 작가수첩 등 희귀 자료
50년대 스크랩북 등 최초 공개
수화 김환기(1913~1974)가 40여년을 바친 한편의 시(詩) 같은 그림들이 용인시 호암미술관에 걸렸다. 그가 표지를 그렸던 윤동주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처럼 깊고 서정적이었다.
코로나19로 리움에서 2020년 예정됐다 취소된 김환기 역대 최대 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이 3년 만에 18일 막을 올린다. 1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시를 미리 만났다.
유화와 드로잉, 신문지작업, 조각 등 대표작 약 120점이 전시된다. 유화는 88점, 점화는 15점이 포함됐다. 특히 작가가 애장한 달항아리를 비롯한 도자기와 화구, 10대와 청년 시절의 사진, 작가 수첩, 편지, 50년대 스크랩북 등 100여 건의 자료는 최초 공개된다. 수화가 수십년간 애장했던 조르주 루오의 전시자료를 통해서는 그가 평생 천착했던 스승이 루오였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전시의 의미는 리움미술관 소장품과, 이건희컬렉션으로 기증된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공립 미술관 소장품을 비롯해 알려지지 않은 소장가들의 희귀한 작품으로 40여년에 걸친 작가 인생을 총괄해 볼 수 있도록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적 작가가 된 수화의 21세기 최대 회고전이자, 아마 다시는 볼 수 없을 규모의 전시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2층에서 시작되는 전시의 1부는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의 작업을 소개한다. 이 시기에 작가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동일시하며 작업의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켜 갔다.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의 모티프가 그림의 주요 주제로 자리잡으며 그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달과 산 등 풍경요소들이 선과 점, 색면으로 대체되는 ‘북서풍 30–Ⅷ–65’(1965), 김환기의 점화를 처음으로 알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6–IV–70 #166’(1970), ‘우주’라는 별칭으로 사랑받고 있는 ‘5–IV–71 #200’(1971) 등 넓은 전시장에서 별처럼 빛나는 대작 전면점화들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뉴욕타임스 일요판의 글이 적은 광고지면을 골라서 200여점 가량 그리며, 추상화를 연습했던 신문지 그림 6점도 만날 수 있다.
작고 한 달 전에 죽음을 예감하듯 그린 ‘17–VI–74 #337’(1974)로 전시는 마무리된다. 투병하며 그린 이 검은 점화는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든다. 눈물을 흘리듯 흰 점들이 세로로 화폭을 가로지른다. 몇해전까지 리듬감 있게 곡선을 그리던 점화는 이 시기 다시 수평적이고 고요하게 변모한 것이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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