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보다 떨어진 전셋값에… 임대·임차인 잇단 ‘보증금 분쟁’

이진경 2023. 5. 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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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나 빌라 모두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과 전세 보증사고 등이 늘어날 수 있어 역전세 우려 지역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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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화된 역전세
아파트·빌라 모두 약세 이어져
2021년보다 하락 거래 62% 달해
세입자, 제대로 못 받을까봐 불안
임대인은 차액 못 구해 ‘발 동동’
시장 침체 영향 문제 지속 우려도
#1. 임차인 A씨는 이사 전까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할까 봐 요즘 걱정이다. 지난 2월 집주인에게 이사하겠다고 말하고 부동산에 집을 내놨는데 집 보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고,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으로 줄 돈이 없다고 막무가내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6월 말 이사해야 하는데 애가 탄다”고 한숨을 쉬었다.

#2. 임대인인 B씨는 요즘 돈 구할 곳을 알아보느라 바쁘다. 임차인 전세계약이 7월 만기인데 시세가 너무 떨어져 수천만원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돈이 없어 아예 집을 매매로 내놨지만 연락도 없다. B씨는 “임차인은 이사할 집을 구했다고 알려 왔는데, 돈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나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했다.
서울 중구 남산 전망대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뉴스1
아파트나 빌라 모두 전셋값 약세가 이어지면서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입자들은 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불안에 떨고 있다. 임대인들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거리로 나섰다. 부동산 거래량이 조금씩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침체인 상황에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루고 있어 당분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지난달 2억5732만7000원이었다. 아파트 전세가격은 2021년부터 3억1000만원대 횡보를 이어오다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해 올해 1월 2억7312만6000원으로 3억원대가 깨졌다.

전국 연립다세대 평균 전세가격도 1억3900만∼1억4000만원을 유지했으나, 올해 1월 1억3569만1000만원으로 떨어졌고, 지난달에는 1억3334만4000원으로 더 낮아졌다.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수도권 연립·다세대 거래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전용면적 3.3㎡당 평균 전셋값을 2년 전 동일 시점 평균 전셋값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낮아졌다. 서울의 경우 2021년 1월 전용면적 3.3㎡당 전셋값은 563만원으로 2년 전(452만원)보다 111만원 높았으나, 올해 2월에는 평균 550만원으로 2년 전보다 떨어졌다. 경기도도 2020년 12월 평균 321만원에서 지난해 12월 313만원으로 8만원 차이를 나타냈다.

실거래에서는 2년 전보다 가격을 낮춘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1년과 올해(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 거래를 분석해보니 동일 단지·면적의 전세 계약(3만2022건)임에도 2년 전보다 전세 최고가격이 낮아진 하락 거래는 전체의 62%(1만9928건)로 조사됐다. 권역별로는 수도권 66%, 비수도권 57%로, 주택 수요가 높은 수도권이 더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차인과 임대인 간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집주인과 세입자가 합의해 종전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재계약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임차인이 이사를 원할 경우 임대인이 보증금 줄 돈이 모자라고, 새 세입자는 구해지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일부 임대인은 부동산중개인과 이야기하라며 미루거나, 아예 임차인 연락을 받지 않는 일도 적지 않다. 전국임대인연합회는 지난달 30일 정부가 보증금 반환 목적의 주택담보대출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완화해 임대인이 책임질 수 있게 해 달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역전세 우려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부동산 시장이 움츠러들면서 미분양이 적지 않고,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 우려로 전세 수요도 예전 같지 않아서다.

전국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3월 말 기준 7만2000가구로, 지난해 10월 4만7000가구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올해 4월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실적은 지난해 말 계획 대비 70% 이상 감소했다. 민영 아파트 분양 물량은 총 1만5949가구인데, 작년 말 조사한 계획 물량의 29%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급등에 따른 공사비 및 분양가 상승, 금리 인상 등으로 미분양 우려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룬 것이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임차인과 임대인 간 갈등과 전세 보증사고 등이 늘어날 수 있어 역전세 우려 지역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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