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통업자의 기쁨과 슬픔 2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박현철 | 서비스총괄
지난해 8월 여기 이 코너(‘편집국에서’)를 통해 ‘뉴스 유통업자의 기쁨과 슬픔’이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뉴스레터를 만들던 콘텐츠기획부장이었는데요, 뉴스레터 만드는 기자들이 업무에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을 전했습니다. 오늘은 기사를 쓰지 않는 또 다른 기자들, <한겨레> 뉴스서비스부 기자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뉴스서비스부는 말 그대로 뉴스를 서비스하는 부서인데요, 직전까지 이름은 ‘디지털뉴스부’였습니다. 여전히 여러 언론사에서 ‘온라인편집부’ ‘디지털편집부’ 같은 이름으로 존재합니다.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감이 오시죠?
한겨레는 하루 200개 안팎의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이들 콘텐츠가 한겨레 누리집(www.hani.co.kr)을 통해 독자와 만나기 위해선 뉴스서비스부 기자들의 손을 거쳐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내보낼 기사를 편집하는, 제목 다는 부서로구나’라고 감을 잡으셨다면, 정말 감만 잡으신 겁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제목을 다는 게 뉴스서비스부의 핵심 업무이긴 합니다. 편집기자가 신문 기사 제목에 공을 들이듯 디지털에서도 기사 하나하나 제목에 공을 들여야 하거든요. 신문 가판대처럼, 서로 다른 기사들이 펼쳐져 있을 때 어떤 기사를 선택하시나요? 적어도 저에게 1순위는 눈에 띄는 제목입니다.
디지털 제목은 또 빨라야 합니다.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곳이 디지털이지만, 배포와 동시에 독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어야 더 오래 살아남는 곳이 디지털이기도 하거든요. ‘많이 본 기사’ 리스트에 오른 기사를 더 많이 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10명 언저리 뉴스서비스부 기자들은 200개 안팎 기사의 제목을 ‘처리’하느라 컨베이어벨트 앞 노동자 같은 하루를 보냅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의 편집은 제목만 단다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섬네일이 남았습니다. 포털 언론사 채널이나 뉴스 리스트에서 볼 수 있는 제목 옆에 붙은 작은 사진이 섬네일인데요, 이 섬네일이 제목과 함께 기사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섬네일은 기사 속에 배치된 첫번째 사진으로 자동 추출되는데요, 기사 내용을 잘 반영하면서도 눈에 잘 띄어야 합니다. 기사 속 첫번째 사진이 그런 역할을 하기에 마땅치 않다면 새로운 사진으로 바꿔야 합니다. 사진 속 등장인물의 크기를 조정하기도 합니다. 이 역시 ‘찰나의 시간’ 안에 해야 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기사 가치를 평가해 한겨레 누리집 적절한 곳에 기사를 배치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한겨레 누리집 첫 화면은 좌판의 진열대 같은 곳입니다. 개별 기사의 가치와 경쟁력도 고려해야 하지만 다른 기사들과의 균형, 다양성도 갖춰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독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진열된 상품들을 교체해야겠죠? 실시간으로 방문객 수를 확인하는 이유입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겨레의 상품 진열대는 누리집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용객 수로만 따진다면 수십배, 수백배에 이르는 포털의 ‘한겨레 채널’에 진열할 기사도 선별해야 합니다. 여기까지가 디지털에서 기사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뉴스서비스부 기자들의 일입니다.
“선배, 그게 전부가 아니잖아!” 뉴스서비스부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기사 속 부적절한 표현이나 오류가 발견되면 해당 부서에 연락하는 일, 기술적인 문제들을 담당 부서에 신고하는 일, 그렇게 개선된 내용을 다시 기사에 반영하거나 편집국 구성원들과 공유하는 일…. 분량이 제한된 글이라 다 담기 어렵군요.
이쯤 되면 궁금할 것 같습니다. ‘힘든 건 알겠는데, 뉴스서비스부 사람들의 기쁨은 뭔가요?’ 답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치열하게 일하고 난 결과물이 ‘찬사’받을 때입니다. “제목 보고 안 들어올 수가 없었다”는 댓글을 봤을 때가 바로 그렇죠. “제목 덕분에 내 기사가 살았어”라는 동료의 한마디도 더없이 힘이 됩니다.
물론 어떤 제목도 뉴스의 메시지와 주제를 뛰어넘어 존재할 순 없습니다. 누군가의 수상 소감처럼, 뉴스서비스부의 역할은 차려진 밥상에 양념 한번 더 뿌리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 양념이 과하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겸손하겠습니다.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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