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년만에 구멍뚫린 나라살림…부자감세 패착, 증세를 권고한다

한겨레 2023. 5. 15. 18: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2024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의결했다. 연합뉴스

[왜냐면] 김유찬 | 포용재정포럼 회장·전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

2023년 1분기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24조원이 부족했다. 기획재정부는 세정지원 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8조8천억원이라고 했다. 감안해 실질적 세수감소가 15조원이라고 보자.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2023년 국세수입은 전년 대비 60조원, 2023년 세입예산 대비로는 대략 65조원이 부족하게 된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더 진행하면 그 이상 부족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 기간 국가부채가 400조원 증가했다고 했다. 2017~2022년 5년 동안 중앙정부 국가부채 증가액은 406조원이었고 국가부채율은 11.4%포인트 증가했으니 틀린 숫자를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윤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국가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점의 경제사회 상황에 비춰볼 때 더 나은 결정이 가능했었느냐는 것이다.

기간별 정부 결산자료를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 첫 2년인 2018, 2019년 총지출은 소폭(6.8%포인트), 중폭(11.7%포인트) 늘어났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5% 수준의 명목성장률을 염두에 두고 봐야 한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과 같은 비율로 증가해 국가부채비율은 2년 동안 제자리 수준에 머물렀다. 오히려 정부 역할이 부족하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다음 2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완전히 다른 모습이 전개됐다. 모든 것을 제쳐놓고 방역을 위해 필요한 조치와 민생안정을 요구하던 시기였다. 2020, 2021년 전년 대비 13.4%포인트, 9.3%포인트의 지출확대가 이뤄졌으나 통합재정수지 적자의 크기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 대비 3.7%와 1.5%에 그쳤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이 국내총생산 대비 15%에 달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라. 지출확대는 주요 7개국(G7)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으며 방역의 효과나 경제에 미친 영향에 있어 한국은 세계적인 모범이 됐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2년은 윤석열 정부와 나눠 재임하는 기간이었다. 2차례 추경 가운데 1차는 문재인 정부 기간(17조원 규모)에, 2차는 윤석열 정부 기간(62조원 규모)에 이뤄졌다. 2020~2022년 3년 동안 재정은 전년 대비 65조원, 51조원, 82조원 규모로 중폭 이상 확장했으나 국가부채비율은 국내총생산 대비 6.1%포인트, 3%포인트, 2.4%포인트로 늘어나는 정도가 달랐다. 왜 그럴까? 2020년에는 국내총생산 성장이 취약했으나 2021, 2022년은 탄탄한 성장으로 세수입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가부채율은 총지출이 늘어난다고 일방적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경제성장이 부족하고 세수입이 줄면 총지출 증가와 함께 국가부채율은 가파르게 올라가지만 역으로 총지출이 늘어도 성장과 세수입이 좋으면 국가부채율은 크게 오르지 않는다. 그러기에 성장률 제고에 유효한 정부지출이라면 단기적으로 부채가 늘더라도 이행하는 것이 올바르다.

정부·여당은 더 이상 야당이 아니다. 벌써 출범 1년이다. 전임 정부 탓하기보다 현안과 미래를 생각하라. 무엇보다 대안을 제시해라. 예산안은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이 아니다. 직면한 경제·사회적 어려움에 대한 해결책이 담겨야 하고 나라의 발전방향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는 곳이다.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큰 구멍이 세입예산에 존재한다는 것이 이제 명백해졌다. 2023년 세입 부족은 큰 부분 경기침체에 따른 것이나 감세의 영향도 같이 작용했다. 감세 효과도, 경기침체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제출한 2022년 하반기에 예측이 가능했던 것이다. 부자 감세 세제개편이 커다란 패착이었고 부수 법안을 포함한 예산안 전체가 잘못 고안된 것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기재부는 수정한 세입 추계를 2024년 예산안 제출 시점에 맞춰 제출하겠다고 한다. 2023년 예산안의 세입경정도 그때 같이 해치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2023년은 아직도 온전하게 남아있다. 재정지출 확대를 위한 추경도 필요하다. 추경을 통해 고물가, 고금리, 공공요금 인상, 고용·주거불안을 겪는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보듬어줘야 한다. 정부가 역할을 주저할수록 가계부채와 공기업부채가 늘어난다. 2분기에는 국회에서 추경 논의를 진행하고 하반기에는 프로그램들을 집행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 한다.

피할 수 없는 결정의 시간이 다가온다. 세출·세입의 추경에서 재원을 국가부채로 조달하느냐, 증세하느냐 결정이다. 규모로 보아 다른 대안은 없다. 미래세대와 재정 건전성을 진심으로 걱정한다면 증세를 권고한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