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가스公 정상화 역부족… 총선 앞둬 추가 인상 불확실 [전기·가스료 인상]

정재영 2023. 5. 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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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적자·미수금에 위태
한전, 2조6000억 재무개선 기대 불구
역마진 여전, 올 7조∼8조원 적자 예상
가스공 미수금도 11조6000억까지 쌓여
정치적 고려에 인상 시기·폭 변경 지적
여름철 수요 급등·정치적 일정 등 겹쳐
6월 3분기 인상안 논의에 회의적 시각도

정부가 15일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을 뒤늦게 인상하기로 결정했지만 적자 누적에 허덕이는 한국전력, 미수금을 눈덩이처럼 쌓아 가는 한국가스공사의 정상화는 당분간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2분기 전기요금 소폭 인상에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마진’ 구조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한전의 적자 구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3월 말에 했어야 할 요금 결정이 늦춰지면서 전력 사용이 치솟는 여름철을 앞두고 3분기(7∼9월) 요금 결정 시기까지 임박한 것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당장 3분기 인상 가능성에 답하지 못하고 있지만, 두 에너지 기관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계량기 돌아가는 게 무섭다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을 발표한 15일 서울 시내의 한 공동주택에서 관리자가 전기계량기를 살펴보고 있다. 최상수 기자
◆“요금 인상해도 적자·미수금 너무 커”

한전과 업계에 따르면 2분기 전기요금을 16일부터 1㎾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올해 약 2조6000억원의 재무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요금 인상 전 한전의 연간 적자는 9조∼10조원으로 예상된 만큼 2분기 인상에도 한전은 올해 7조∼8조원의 적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해 말 국회에 ‘올해 ㎾h당 51.6원 인상안’을 보고했다. 1분기에 25%인 13.1원을 올렸고, 2분기에는 이번에 우여곡절 끝에 8원 인상됐다. 산술적으로 3·4분기에 30.5원을 더 올려야 하지만 여름철 수요 급증 등이 맞물리면서 인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요금 소폭 인상으로 해결 안 된 적자 누적 문제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가스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2021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8조6000억원으로 폭증했고, 올해 1분기까지 11조6000억원으로 쌓였다. 지난해 연말 ‘올해 MJ(메가줄)당 10.4원 인상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지난해 가스요금 38% 인상으로 비난받은 상황이라 1분기 요금이 동결됐고 이번에 1MJ당 1.04원 인상으로 정리됐다. 올해 남은 3·4분기에 9원가량을 올려야 하지만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평가다.

앞서 한전과 가스공사는 지난 12일 각각 25조7000억원, 15조4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놨다. 하지만 적자와 미수금을 당장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전은 서울의 ‘알짜 부동산’인 여의도 남서울본부 매각 추진과 임직원 임금 동결 등을 새 자구안에 담았다. 한전과 10개 자회사의 2급(부장급) 이상 임직원은 올해 임금 인상분을 전체 반납하고, 3급(차장급)은 인상분 절반을 반납한다. 업무추진비 등 경상 비용을 절감해 2026년까지 1조2000억원을 덜 쓰고, 전력설비 투자 건설 시기를 미뤄 2026년까지 1조300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가스공사도 2급 이상 임직원들의 올해 임금 인상분 전부를 반납하기로 하고, 사업비 1조4000억원을 이연·축소하는 등 총 15조4000억원을 절감하는 경영 혁신안을 내놨다.

◆“한 달 뒤에 또 요금 결정 시기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인상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탓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날 “내일(16일) 인상될 전기·가스요금은 한전의 33조 적자, 가스공사 11조 미수금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다만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추가적인 요금 인상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탄소중립,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소비절감이 중요한 만큼 요금 조정 외에 수요 관리, 에너지 시설 투자 확대 등 관련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인상 결정 과정과 인상 폭 등을 두고는 뒷말이 많다.

지난해 연말 국회가 인정했던 인상 계획인데도 정치적 고려 때문에 결정이 늦춰지고 인상 폭도 달라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 폭을 놓고 당·정이 막판까지 ‘두 자릿수’와 ‘7·8·9원’ 등을 놓고 협의를 이어갔는데, 전력 수급 계획과 한전의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으로 인상 폭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15일 오후 서울 시내 주택밀집지역 우편함에 꽃혀있는 도시가스와 전기요금 고지서. 뉴시스
업계에선 여름철 전력 수요 급증과 맞물려 3·4분기에 에너지요금 인상이 더 힘든 이유로 ‘정치적 일정’을 거론하고 있다. 전기·가스 요금 인상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만큼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에너지요금 인상 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당장 6월 중순 이후 시작돼야 할 3분기 요금 인상 논의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 요금 인상도 정치적인 고려가 없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 3분기 인상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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