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튀르키예 대선에 바이든·푸틴 중 누가 웃을까?
[앵커]
한국과는 서로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 튀르키예, 옛 터키에서 지금 대통령 선거가 진행 중입니다.
'21세기 술탄'이라 불리며 20년 넘게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이 바뀌게 될지 지금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세계 질서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불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ET> 오늘은 튀르키예 대선 소식 다뤄보겠습니다.
홍석우 기자,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었죠.
결국, 결선 투표로 가게 됐네요?
[기자]
네, 이번 튀르키예 대선엔 네 명의 후보가 나섰는데, 사실상 에르도안 현 대통령과 야권의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 대표의 양강 구도였습니다.
잠정 개표 결과를 보면요,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49.4%로 과반 득표에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오는 28일에 결선 투표가 치러집니다.
[에르도안/튀르키예 대통령 : "우리 조국이 2차 선거에 찬성하는 선택을 했다면 그것도 환영할 일입니다."]
[케말 클르츠다로을루/공화인민당 대표 : "(여당 측은) 우리 득표율이 상당히 높은 투표함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이의를 제기해 개표를 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인터뷰 내용을 보니, 에르도안 대통령 쪽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선전한 분위기네요?
[기자]
네,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
총리도 하고 대통령도 하면서 2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데요.
이번에도 당선되면 최장 2033년까지, 그러니까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길로 가는데, 선거 과정이 험난했습니다.
앞서 공개된 지지율 여론 조사에서 야권 후보에 계속 밀렸거든요.
최저임금과 연금 수령액을 인상하고 각 가정에 천연가스를 무료 공급하겠다고 하는 등 선심성 공약을 쏟아냈지만, 오랜 경제난과 대지진 초기의 부실 대응으로 돌아서 버린 민심을 붙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먹고사는 절박한 문제로 튀르키예 민심이 흔들린 것 같은데 뭐가 문제였나요?
[기자]
화폐 가치 폭락과 물가 폭등 문제입니다.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10년 새 90%가 넘게 폭락했고요,
물가 역시도 2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전 세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때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는 악의 근원"이라며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게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요.
이에 반기를 들었던 중앙은행 총재들은 줄줄이 해임됐었습니다.
[에르도안/튀르키예 대통령/2021년 12월 : "금리가 내려가면서 몇 달 안에 물가도 떨어지기 시작할 겁니다."]
이런 경제 위기 속에 지난 2월에는 강력한 지진이 터키 남부를 강타했습니다.
공식 집계만 5만 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지진 당시에 구조 인력과 장비가 3일 만에야 도착하는 등 부실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특히 1999년 이후 지진에 대비하겠다며 우리 돈으로 6조 원이 넘는 '지진세'를 걷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더 거세졌습니다.
[앵커]
강진이 발생한 지 석 달이 지났네요, 현재 복구는 많이 이뤄졌나요?
[기자]
현지 시각으로 16일이면 지진 발생 꼭 100일이 되는 날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머물 곳도 없고, 물과 전기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곳은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튀르키예 하타이주인데요,
로이터통신이 최근 촬영해 공개한 영상입니다.
처참하게 무너진 건물, 그리고 잔해들이 보이죠,
인적도 없고 굴착기 한 대만 덩그러니 있는데요.
갈 곳조차 없는 이재민들은 기약 없는 텐트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하타이주 이재민 : "가까운 학교가 5분 거리에 있는데 도보로 1시간 걸리는 학교에 가서 투표하라고 하더군요. 저는 차도 없고 일이 없어서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입니다."]
야권 후보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경제학자 출신인데요,
그래서인지 대선 기간 내내 현 정부의 이런 경제 실책들을 부각시켰습니다.
더구나 그의 주요 공약을 보면 사법권 독립 강화와 중앙은행 통화정책 독립, 의회 민주주의의 복원 등 에르도안 대통령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공격하고 있는데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차분한 말씨에 안경을 쓴 외모로 '튀르키예의 간디'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번 튀르키예 대선 결과에 세계가 관심을 갖는 이유, 뭔가요?
[기자]
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치러지는 세계의 선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까지 했습니다.
누가 튀르키예의 다음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러시아가 특히 초조하게 튀르키예의 대선 결과를 지켜보고 있는데요,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죠,
그런데도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 러시아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이득을 봤습니다.
러시아산 원유를 헐값에 사들였고, 또 튀르키예에 처음 들어서는 원자력 발전소 역시도 러시아가 지어주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또 스웨덴의 나토 가입도 반대하는 등 나토의 세력 확장에도 어깃장을 놓고 있는데요,
이에 반해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유럽연합은 물론이고, 나토와의 관계도 회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당선될 경우 국제 정세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됩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등 서방은 내정간섭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누구 편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에르도안이 물러나면 기뻐할 거라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까지 보도했는데요,
같은 이유로 러시아는 '친러시아' 입장의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연장을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 선거가 첨예하게 치러지고, 선거가 마무리돼도 대선 불복 사태 등으로 튀르키예가 정치적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현지 매체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선거에서 지더라도 평화적 정권 이양을 약속했다고 일단 밝히고 있습니다.
[앵커]
결과 지켜봐야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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