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원장의 "미치겠네"가 TV조선 '점수 조작' 지시였나
검찰, 공소장에서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 등 한상혁 위원장 발언이 '재승인 점수 조작'으로 이어졌다고 적시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20년 TV조선 재승인 심사 당시 직권남용 등으로 기소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혐의의 핵심은 그해 3월20일 오전 방송정책국장에게 TV조선 평가 최종취합점수를 보고 받고 '점수 조작'을 지시했느냐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2일 '방통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 수사 결과 보도자료에서 “TV조선이 일반 재승인 점수를 획득하자, 한상혁은 하급자인 방통위 국장에게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이에 양아무개 국장 등은 평가점수를 누설해 사후 점수 조작 등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언급한 '강한 불만'은 무엇이었을까. 미디어오늘이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한상혁 위원장 공소장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TV조선이 유효기간 4년의 재승인을 받을 수 있는 심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점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중 2020년 3월20일 오전 7시경 양아무개 국장으로부터 'TV조선이 총점 650점을 넘었고, 과락도 없다'는 사실을 전화로 보고받자 양 국장에게 “미치겠네. 그래서요?”라고 말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한 위원장이) 자신의 당혹스러운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라고 말하며 TV조선의 위 집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적시했다. 이어 “애초 한 위원장 의중을 잘 알고 이에 부담감을 갖고 있던 양아무개 국장이 평상시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듣게 되자, 종편에 비판적 입장을 가지고 있던 일부 심사위원들로 하여금 약 1점 차로 총점 과락을 면한 중점심사사항 2항(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의 점수를 낮게 고치게 하는 방법으로 TV조선 집계 결과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고 적시했다.
검찰은 한 위원장이 “3월20일 오전 10시경 전화로, 같은 날 7시경 결과 보고 이후 일부 심사위원들의 TV조선 평가점수 사후 수정으로 중점 심사사항 2항 총점이 과락을 넘는 105.95점에서 과락인 104.15점으로 변경된 사실을 보고 받았고, 21일 토요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아무개 심사위원이 먼저 수정을 한다고 했고 심사위원장이 수정 가능하다고 해 과락이 나오게 되었다'는 내용의 결과 변경 경위 등에 보고를 받게 되자 이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면서 재승인 거부의 필수 전제 조건인 청문 진행을 지시했다”고 적시했다.
또 “3월23일과 24일 사이 방통위 사무실에서 양 국장으로부터 '심사 5일차 아침에 심사위원장에게 평가점수 집계 결과를 알려주었는데 그 후 일부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해 TV조선 결과가 중점심사사항 과락으로 변경되었다'는 심사위원장에 대한 평가점수 누설 사실에 관한 보고를 받고도 '심사위원장이 점수를 주는 것은 아니잖아'라고 말하며 평가점수 누설로 인해 점수가 조작된 결과를 재차 승인했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조건 없는 유효기간 4년의 재승인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던 평가 결과를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을 수 있는 중점심사사항 과락으로 조작했다”는 게 검찰 공소장의 결론이다.
검찰 공소장대로 “미치겠네”, “시끄러워지겠네”, “욕을 좀 먹겠네” 같은 발언이 실제 존재했다면 해당 표현을 '점수 조작 지시'로 볼 수 있는지가 향후 법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 3월24일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적극적 조작 사실은 결코 보고받은 바 없으며, 설사 일부 점수 변경 사실을 알았다 하더라도 이는 심사위원회의 운영 중 심사위원이 자신이 부여한 점수를 심사위원회 종료 이전에 정당하게 변경한 것으로 인지했으므로 이를 알리지 않은 것을 방통위 상임위원들의 업무 집행을 방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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