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동원해 허위광고로 투자 유도" 英 금융감독청, 작년 CFD 위험성 경고 [혼돈의 투자시장]

사례별 내용 SG사태와 유사

"유명인을 동원해 허위광고나 보증행위를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대규모 주가폭락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해 영국 금융당국도 경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국 금융감독청(FCA)이 제기한 주요 문제 사례를 살펴보면 최근 벌어진 주가폭락 사태와 높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 런던사무소가 지난해 작성한 'FCA, CFD 위험성 안내 및 감독 서신'을 살펴보면 FCA는 최근 몇 년 동안 CFD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투자자 피해를 줄이고자 노력해왔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의 직접 보유 없이 가격 변동분에 대해서만 차액을 결제하는 장외파생상품으로 고위험 상품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하며, 개인 전문투자자만 거래가 가능하다.

해당 문건에서 FCA는 "CFD 업계가 전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지만 상당한 소비자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며 "CFD 투자자의 약 80%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2020~2021년 약 24개사의 CFD 마케팅을 금지했음에도 비인가 CFD 회사 운영, 불법 광고 등을 통한 투자자 현혹 및 고위험투자 유인 등 소비자 피해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주가폭락 사태와 유사한 문제 사례도 소개됐다. FCA는 유명인을 동원한 허위광고나 보증행위를 통해 CFD 상품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가 시작되면 투자금액을 증액해 과도한 수준의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분쟁조정 협약을 통해 투자 손실보상을 최소화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가수 임창정씨가 지난해 12월 투자자 모임에 참석해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를 종교라 칭하고, 투자를 유도하는 등 유명인 동원 CFD 상품 유도와 비슷하다.

전문투자자 확대로 피해가 커진 점도 마찬가지다. FCA는 "투자자격 미충족자를 대상으로 전문투자자 업그레이드 홍보가 있었다"며 "이 경우 FCA 소매 고객보호 대상에서 제외돼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국내 역시 올해 3월 말 기준 개인 전문투자자가 2만7584명을 기록하면서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 완화가 CFD에 대한 접근장벽을 낮춰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CFD의 위험성에 영국은 일찍이 사전조치에 나섰다. 투자자에게 FCA 홈페이지를 통해 인가업체 여부 및 주의 리스트를 반드시 확인하고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CFD 운영사에는 FCA가 주목하는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 조취를 취해야 한다는 감독서신을 발송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금융당국의 별다른 경고가 없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CFD는 고위험 상품으로서 2021년 빌황 사건과 관련해 위험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사전에 위험관리를 했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위험 상품에 대한 경고는 금융당국의 선택사항이라는 의견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CFD는 사모의 영역에 있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투자할 때 위험요인은 감수하는 것"이라며 "금융당국이 투자에 대한 경고를 하거나 안내지침을 밝히는 것은 하면 좋을 뿐 강제의 영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