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K-게임에 K-팝 더한 `흥행` 제조기… "블핑 멤버들도 함께 준비했죠"
둘다 개발자 꿈꾸던 '게임 덕후'
아이돌 게임 제작 이력 공통점
기획단계부터 철저한 조사·검증
"팬·게이머 모두 만족할 겁니다"
모바일게임 '블랙핑크 더 게임' 제작… 테이크원 최종헌 본부장·이영재 PD
게임 개발은 웬만한 건물 공사나 영화 제작을 넘어서는 거대 프로젝트다. 대형 게임은 개발에 10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오랜 기간 피와 땀을 쏟아야 한다는 점,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이란 점은 신약개발과도 닮았다.
이 시장에서 한국이 유독 선전하는 이유는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게임덕후, 기술 장인들이 탄탄하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성공해 본 이들이 창업에 도전해 자신의 브랜드와 투자유치 능력, 성공 경험을 토대로 오랜 기간 '방망이 깎듯' 완성도를 높여 게임을 내놓는 덕분이다. 우리 기업들이 내놓은 글로벌 초대박 게임들은 모두 그렇게 탄생했다.
검증된 'K-게임' 기술력과 노하우에 'K-팝' 브랜드를 입히는 기술장인들이 있다. 이들은 100명 이상이 2년 넘게 매달려 개발한 작품을 오는 18일 내놓는다.
서비스를 앞두고 마지막 담금질에 열중하고 있는 최종헌 테이크원컴퍼니 본부장과 이영재 PD는 "K-팝 브랜드와 K-게임이 만나면 어마어마한 폭발력을 만들 수 있다"며 "전 세계 K-팝 팬들과 게이머들이 함께 즐기는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내놓는 게임은 걸그룹 블랙핑크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블랙핑크 더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 테이크원컴퍼니의 야심작이다.
게임 개발자들은 같은 개발자들 중에서도 독특한 색깔이 있다. 무엇보다 게임을 좋아하고 빠져들어야 한다. 기업용 업무 솔루션이나 자율주행차용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는 한 번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쓸 일이 별로 없지만 게임 개발자들은 다르다. 어떤 게이머들보다 더 빠져들어서 게임을 한다. 또 게이머들의 요구사항을 계속해서 반영하며 함께 게임을 진화시켜 간다.
최 본부장과 이 PD도 어릴 적부터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워왔다. 그리고 그 꿈을 이뤘다. 서로 다른 게임사에서 근무하다 각각 2019년, 2021년 테이크원컴퍼니에 합류한 두 사람은 이전에도 아이돌 게임을 제작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 본부장은 테이크원컴퍼니의 또 다른 아이돌 IP 기반의 게임 'BTS 월드'를, 이 PD는 넷마블의 'BTS 유니버스 스토리' 개발에 참여했다. 앞서 아이돌 게임을 제작해 서비스했던 만큼 '블랙핑크 더 게임'에는 그간 쌓아온 두 사람의 경험과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겼다.
최 본부장과 이 PD는 "테이크원컴퍼니에 합류한 것도 미디어와 게임을 융합한다는 관점과 비전에 끌렸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한 게임업계에서 우리만의 포지션으로 차별화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블랙핑크 더 게임'을 통해 팬덤을 겨냥한 아이돌 IP 게임이라는 한계를 깨겠다는 각오다. 팬과 게이머가 모두 만족하는 게임으로 완성시키겠다는 것.
이를 위해 대규모 투자를 쏟아부었다. 100명 넘는 인력이 본 개발에만 2년 넘는 기간을 투입했다. 최 본부장은 게임아트 부분을 총괄하고, 이 PD는 기획을 책임졌다. 이들은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자 기획 단계부터 철저한 조사·검증을 거쳤다.
"팬들은 실제 본인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모습과 게임 속 특징이 조금만 달라도 그 부분을 알아차려요. 테이크원컴퍼니에는 K-팝 팬들이 많은데 이들이 '블랙핑크 더 게임'의 기획자로 참여해 팬덤을 분석하고 세계관을 연구하도록 했어요."
블랙핑크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도 협업했다. 최 본부장은 "멤버들도, 팬들도 만족해야 하기 때문에 게임 속 의상, 무기 등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YG와 긴밀하게 소통했다"며 "그렇게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참여시켜 수차례 테스트를 해가며 완성도를 높였다"고 했다.
게임 장르를 선택할 때도 팬덤 분석과 시장조사를 거치며 고민을 거듭했다. '블랙핑크 더 게임'은 퍼즐 게임에 회사와 멤버를 성장시키는 육성 매니지먼트, 아바타와 가상공간이 어우러진 육성 퍼즐 SNG(소셜네트워크게임)다. 이 PD는 "블랙핑크 팬덤은 10대와 20대 여성이 주류"라며 "이에 SNG, 퍼즐, 수집 등의 캐주얼 요소가 잘 섞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게이머들도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경쟁, 육성 부분을 살렸다"고 했다.
게임은 사전예약 이틀 만에 100만명을 돌파했다. 이 PD는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사전예약 100만명을 돌파하면서 내부에서도 '역시 블랙핑크'라며 놀라워하고 있다"며 "IP 자체가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다 보니 영향이 컸던 듯 하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과 이 PD는 게임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로 게이머 간의 소통이 가능한 점을 꼽았다. 이 게임 안에는 게이머가 나만의 블랙핑크 아바타를 활용해 즐길 수 있는 가상공간 '블랙핑크 월드'가 있다. 이곳에서 다른 게이머와 함께 미니게임을 즐기고 춤을 추며 대화까지 할 수 있다.
최 본부장은 "블랙핑크 월드에서는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이모티콘, 채팅 기능, 실제 블랙핑크 춤을 따 만든 댄스 모션 등을 활용해 소통할 수 있다"며 "블랙핑크 아바타를 직접 스타일링할 수도 있어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 본부장은 "특히 글로벌 원빌드(중국, 베트남 제외)로 게임이 출시되고 북미, 아시아 등으로 리전이 나눠지는 만큼 한국어를 공용어로 다른 나라 게이머들과 소통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 출시 시점에 공개하는 콘텐츠는 전체 개발한 양의 5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추가 콘텐츠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PD는 "블랙핑크 멤버들과 함께 준비한 콘텐츠들이 매우 많다. 의상, 액세서리 등을 포함해 게임 속에서 즐길 수 있는 미니게임 요소도 다양하게 준비 중"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면서 "제작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글로벌 IP이기 때문에 부담도 느끼지만 블랙핑크 팬들과 세계 K-팝 팬들, 게이머들 모두가 좋아하는 게임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테이크원컴퍼니는 오는 18일 출시를 앞두고 블랙핑크 멤버의 축하멘트 2편과 비하인드 메이킹 영상 8편을 연이어 공개했다. 뉴욕, 파리, 방콕,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 전광판을 활용해 게임 출시 소식을 알리고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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