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하이닉스 연 2100억 추가 부담… 철강·유화 원가상승 요인
가격경쟁력서 불리하게 작용
"세심하고 정교한 대책 아쉬워"
전기요금 인상 산업계 영향
정부가 오는 16일부터 전기요금을 kWh(킬로와트시)당 8원, 도시가스 요금은 MJ(메가줄)당 1.04원 인상하기로 하면서 산업계의 한숨도 깊어졌다. 반도체 투 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이어지는 영업적자에 2000억원 안팎에 이르는 전기요금 부담까지 추가로 떠안게 됐다.
경제계는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수긍하면서도, 업계의 부담을 우려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을 현행보다 각각 5.3%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경제 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부담까지 떠안게 돼 시름이 깊어졌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불황이 지속되면서 이번 전기·가스 요금이 단기적 비용 부담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 과정에서 정밀한 온도 제어와 공기 정화, 첨단 장비 운영을 위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국내에서 산업용 전력을 가장 많이 사용한 기업은 삼성전자로 1만8412GWh의 전력을 사용했으며, 9209GWh의 전력을 사용한 SK하이닉스가 2위를 기록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6000GWh가 넘는 전력을 사용했다.
연간 사용량을 2021년 수준으로 가정해 단순 계산하면 삼성전자가 연간 내야 할 전기요금은 1473억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약 737억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다만 전체 원가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은 만큼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들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해 추진 중인 에너지 절감 기술 개발 등을 강화해 비용 상승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 비용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진 않아 요금 인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공정 효율화 기술 개발로 비용 부담을 줄여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전기로 사용 중심 업체를 중심으로 올해 제품 가격 인상으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현대제철의 경우 전기요금이 조금만 올라도 수백억원대의 비용이 발생한다. 현대제철이 올해 1월 진행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1년에 전기 1만GW를 사용하고 있어, 전기요금이 1원 오를 경우 1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번 전기료 인상은 일반 가정뿐 아니라 전력소비가 많은 산업계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기업의 원가 상승이 국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계속된 전기요금 인상은 원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며 " 원가에서 전기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가격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 만큼 이제 전기요금은 공급자뿐 아니라 수요자 입장에서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중요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배터리 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전기요금 인상은 예상치 못한 제조 상승 요인이 돼 글로벌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정제설비를 돌리는 석유화학·정유업계는 계속될 전기요금 인상을 대비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절감과 친환경 측면에서 자체적인 에너지 조달 방안을 고민하는 기업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들은 "한국전력의 적자 33조원과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11조원을 고려할 때 전기·가스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인한 기업과 국민의 고통을 줄이는 대책이 부실해 아쉽다는 반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번 전기·가스 요금 인상이 세계 경제 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우리 수출업계에게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수출기업에 대한 세심하고 정교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경제가 어렵고 수출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추가적 요금 인상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탄소중립, 에너지 수급 불안에 따라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소비 절감이 중요한 만큼 요금 조정 외에 수요 관리, 에너지 시설 투자 확대 등 관련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혁신팀장은 "근본적으로는 원가에 기반한 전기요금 가격체계 정착이 시급하다"며 "우선 용도별 원가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한전이 독점하는 전력 판매 시장에 경쟁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은희·전혜인·이상현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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