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꼭 장남만 제사 주재? 아니어도 된다”…‘아들 우선’ 판례 깬 대법원
이어서 ET 콕입니다.
제삿날, 임신한 아내가 전을 부치려 하자 남편이 말립니다.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 "쉬라니까 왜 왔어요, 전은 내가 부쳐요."]
그러자 손윗 동서와 시할머니까지 나서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데요,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 "아직 산달도 아닌데 전도 못 부쳐요?"]
[KBS 주말드라마 <진짜가 나타났다> : "너 색시 일 좀 시켰다고 반항하는 거냐?"]
이런 드라마 소재도 어쩌면 곧 사라질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제사가 많이 간소화됐다지만 아직도 몸도 마음도 지갑도 힘든 경우가 많은데요,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자녀들 사이에 제사를 누가 어떻게 모실 지는 예민한 사안이곤 합니다.
예전엔 제사는 당연히 '장남'이 지내는 걸로 알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왜 장남만 제사를 지내야 하냐"며 불평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또 종교 문제 등으로 제사가 이집 저집을 떠돌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사를 도맡지 않으려는 장남과 큰며느리를 마냥 비난하기만은 어렵습니다.
이유는 예전엔 호주 상속인이 돼 제사를 지내는 장남이 다른 자녀들 지분에 50%를 가산해 유산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난 1991년부터는 공동상속인인 자녀들이 상속 지분이 같아지도록 민법이 개정됐기 때문입니다.
장남 입장에서 보면 "재산은 똑같이 물려받는데, 왜 나한테만 제사를 지내라고 하느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게도 생겼습니다.
[KBS 드라마 '정 때문에' : "(차례 지내고 바로 못가 성묘하러 가야지.) 다음에 성묘가면 되잖아~"]
이처럼 '제사의 주재자는 장남'이라던 판례가 15년만에 깨졌습니다.
이번 소송은 혼외자를 둔 남성이 숨진 후, 그 아들이 이복 누이들과의 협의 없이 아버지의 유해를 납골당에 봉안하면서 비롯됐는데요.
본처와 딸들이 “아버지의 유해를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상속인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장남이나 장손자가 제사의 주재자가 된다는 2008년 판례를 따른 겁니다.
그런데 지난 11일 대법원이 이 판례를 뒤집고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유족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았을 경우, 부모의 장례나 제사 등은 남녀 성별에 관계없이 최고 연장자가 주재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장남·장손자 등을 제사 주재자로 우선하는 건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대법의 판단입니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 명절이나 제삿날 풍경에 지금보다 더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것 같습니다.
이미 아들딸 구별 없이 순번제로 제사를 모시는 집이 늘고 있고, 여행지에서 약식 제사를 올리는 ‘콘도 제사’나 ‘호텔 제사’도 익숙해졌습니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제사의 요체에 관해 “사랑하고 공경하면 그뿐”이라고 했는데요,
“가난하면 집안 형편에 어울리게 하면 되고, 몸이 아프다면 몸의 형편을 헤아려가며 제사를 지내면 되는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제사 주재자를 새롭게 규정한 2023년 5월의 대법원 판결, 율곡 선생이 살아있더라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ET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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