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맨손으로 매출 2兆 기업 일군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 “이순신 삶에서 리더십 배워…기술·인재·독서경영에 집중”

유윤정 조선비즈 생활경제부장 2023. 5. 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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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영남대 경영학, 대구가톨릭대 경영학과석좌교수, 전 대웅제약 부사장, 현 사단법인 서울여해재단 이사장, 현 재단법인 석오문화재단 이사장, 현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현 WC300기업협의회 명예회장, 현 안중근의사숭모회 부이사장 사진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역사 속 수많은 영웅이 있지만, 이순신 장군만이 ‘성웅(聖雄)’이라 불립니다. 이순신의 모든 의사 결정과 행동의 밑바탕에는 사람, 백성이 있었지요. 그는 원칙을 바탕으로 소통과 기술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솔선수범하고 경청하는 최고의 리더였습니다.”

윤동한 콜마그룹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역사와 인문학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2017년 이순신 장군의 자(字)를 딴 서울여해(汝諧)재단을 설립하고, 대구가톨릭대학에 석·박사 통합 과정인 이순신학과 개설을 지원했다. 또 이순신 장군 주변의 인물들까지 탐구해 여러 권의 책을 냈다. 그가 이처럼 이순신 연구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이순신의 삶을 통해 경영의 지혜를 배웠기 때문이다. 윤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은 효(孝)와 충(忠)의 교직으로 이뤄진 건강한 리더십”이라며 외세의 침략으로 존망의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의 애민 정신과 통솔의 리더십이 한국콜마를 이끄는 철학적 근거가 됐다고 했다.

윤 회장은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영남대를 졸업한 그는 40대 나이에 대웅제약 최연소 부사장을 역임한 후 1990년 한국콜마를 창업했다. 국내 최초로 제조자 개발생산(ODM)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을 화장품 업계에 도입해 세계시장에서 ‘K뷰티’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이후 의약품과 건강식품으로 사업 분야를 확대했고, 지난해에는 미국 콜마 본사가 지닌 글로벌 상표권을 인수해 전 세계 콜마의 주인이 됐다. 콜마그룹은 올해 매출 2조원을 바라본다.

올해는 충무공 이순신 탄생 478주년이다. 조선비즈는 4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여해재단에서 윤 회장을 만나 이순신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윤 회장은 이순신 리더십을 통해 세 가지 경영철학을 도출했다. 기술경영, 인재경영, 독서경영이 그것으로, 그 바탕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있었다.

1│기술경영 거북선은 R&D의 결과물…
매출 5% 연구개발에 투자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을 역사상 최고의 경영인으로 꼽는다. 이순신 장군은 일찍이 연구개발(R&D)의 중요성을 간파해 거북선과 천자총통 등의 무기를 개발하고 학익진 전술을 사용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환경을 개척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며 “대표적인 게 전장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담아낸 거북선이다. 이는 이순신 정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업계 최초로 ODM을 도입했다. 당시 국내 화장품 제조 업계는 선진국 산업체를 보조하는 주문자 납품 방식(OEM)에 의존했으나, 한국콜마는 독자적으로 제품 연구 개발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도맡아 하는 시스템을 갖춰 전문 제조업체로서 입지를 세웠다. 1990년대 여성들이 주로 사용했던 건·습식 파운데이션인 투웨이케이크를 비롯해 K뷰티를 알린 마스크팩과 쿠션, BB크림 등을 대중화한 것도 한국콜마였다.

ODM 비즈니스는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사업이다. 한국콜마는 창업 초부터 직원의 30% 이상을 연구원으로 구성하고, 연 매출의 5% 이상을 신소재와 신기술 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덕분에 자체 공장이 없는 한국 화장품 브랜드들이 K뷰티라는 이름으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업계에선 한국의 화장품 산업을 한국콜마의 ODM 사업 등장 전후로 나눠 보는 시각이 많다. 윤 회장은 “전 세계 선크림의 표준을 우리가 만들었다”며 “ODM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고, 결과적으로 수많은 국내 화장품 기업이 세계시장으로 당당히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자부했다.

2│인재경영 “모든 사람은 능력이 있다”…
‘우보천리’ 정신으로 인재 등용


이순신 장군은 부하들과 진실한 마음을 나눈 소통의 리더였다. ‘난중일기’를 봐도 휘하 장군 1000여 명이 등장한다. 신분의 높낮이를 떠나 장점과 능력을 우선시하고, 차별 없이 인재를 등용했다. 윤 회장은 기업경영의 핵심을 ‘인간에 대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업(企業)의 기는 사람 인(人)과 머물 지(止) 자가 합쳐져 있다. 많은 사람이 오래 머물 수 있도록 업을 경영해 가는 것이 경영자의 책임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이면지로 만든 노트에 ‘명심보감’ 첫머리에 나오는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를 직접 써 보이며 “모든 인간에게는 고유의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의 능력이 있다는 건 유능하다, 무능하다는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며 “좋은 학교를 나와도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모든 사람에겐 능력이 있으니, 그들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같이 살아가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순신 장군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웅이 됐다. 몰락한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과거 응시 자격이 박탈됐으나, 어머니가 진정서를 내 무과 급제를 이뤘다. 14년간 변방 오지의 말단 수비 장교로 일했고, 적군의 침입으로 나라가 어려워진 마흔일곱에야 제독(提督)이 됐다. 그는 군자금을 만들기 위해 논밭을 갈고 소금을 구워 팔았다.

윤 회장은 이순신 장군의 삶이 ‘우보천리(牛步千里)’ 정신을 실천한 것이라고 봤다. ‘소의 걸음으로 천리를 간다’는 뜻으로, 일정한 속도로 걸어가는 소처럼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하면 궁극적으로 목표에 가장 먼저 이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윤 회장이 건네는 조언이기도 하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에서도 발이 느린 거북이가 이긴다. 우리는 거북이가 이긴다고 배워 놓고는 토끼처럼 빨리 가려고 한다. 재주가 좋다고 뒤따르는 건 싫어하고 앞장서는 것만 좋아한다. 그건 잘난 체하는 거다. 그러다간 금세 지치고 말 거다. 승부는 50~60세가 되어야 보이기 시작한다. 꿈을 가지고 천천히 정진하다 보면 목적지에 먼저 도착할 수 있습니다.”

3│독서경영 “책은 아버지가 준 유산”…
‘123 원칙’ 지키며 해답 얻어


“아버지가 물려준 가장 큰 유산은 책이다.” 윤 회장은 책을 통해 경영의 지혜를 배웠다. 국민학교(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준 쥘 베른의 소설 ‘15소년 표류기’가 그 시작이었다. 배에 탔다가 무인도에 표류한 15명의 소년이 2년간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남는 이야기다. 윤 회장은 “여러 번 읽으며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사람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배웠다”고 했다.

그의 경영철학의 근간이 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도 책으로 만났다. 윤 회장은 독서를 통해 삶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인재들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윤 회장은 늘 책을 곁에 두고 ‘123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하루에 한 번(1) 책을 읽고, 일주일에 두 권(2) 이상 읽으며, 한 번에 세 종류(3)의 책을 읽는 것이다. 고전과 경제 서적 외에도 교양서, 소설, 시까지 여러 분야의 책을 동시에 교차해서 읽는 게 오랜 독서 습관이다.

2006년부터는 한국콜마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연간 6권 이상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작성하는 독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임직원들의 누적 독후감은 13만2688건이다.

윤 회장은 ‘역사를 현재와 미래를 바라보는 거울’이라고 보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석오문화재단 산하에 역사연구원을 운영하며 국사를 수능 과목으로 채택하는 데 기여했고, 해외 유출 문화재인 수월관음도를 25억원에 매입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 독립운동가 ‘최재형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나라꽃으로서 무궁화의 위상을 높이고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경기도 여주에 ‘콜마 무궁화 역사문화관’을 개관했다.

윤 회장은 “지식인은 정보를 독점해 내 주머니만 챙겨선 안 된다”며 “역사 속 위인의 삶을 보면 내가 지금 뭘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1년 후엔 이순신학 석·박사들이 나오는데 이들과 함께 이순신 학회를 만들어 이순신에 대한 이론을 더 정립해 알리는 게 나의 꿈이자 희망”이라고 말했다.

회사명 한국콜마
본사 세종특별자치시 전의면
사업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화장품용기 제조 등
창업자 윤동한 회장
설립 연도 1990년
매출액 1조8657억원(2022년 연결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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