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섭·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합류] 새 금통위원 2명 맞이한 한국은행…‘비둘기파’ 목소리 커질까
기준금리 등 우리나라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에 신임 위원 2명이 합류했다. 주상영·박기영 전 금통위원의 임기가 4월 20일로 끝나면서 그 자리를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과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어받았다. 시장에서는 이번에 합류하는 금통위원의 통화정책 기조에 주목하고 있다. 금통위원의 성향이 매파(hawkish·통화 긴축 선호)적인지 또는 비둘기파(dovish·통화 완화 선호)적인지에 따라 올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흐름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춘섭·장용성 신임 금통위원은 4월 21일 취임식을 하고 3년 임기를 시작했다. 아직 두 위원의 성향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두 위원이 참석하는 첫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인 5월 25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두 위원의 색채는 5월 금통위 직후 발표되는 소수 의견과 최종 금리 수준, 금통위 의사록 등을 통해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금통위원들은 동일한 물가와 경기 상황이 주어졌을 때 기준금리 인상을 얼마나 선호하는지에 따라 매파 또는 비둘기파로 나뉜다. 전례 없는 금리 인상기에 금통위원을 지낸 주상영 전 위원은 ‘비둘기파’로 통했고, 박기영 전 위원은 ‘매파’로 불렸다. 주 전 위원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금리 인상 폭을 줄이거나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5번 개진해 금통위 내 대표 비둘기파로 꼽혔다. 반면 박 전 위원은 1년 6개월의 임기 동안 열린 13번의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소수의견을 한 번도 내지 않아 매파로 분류됐다.
기재부 관료 출신 박춘섭 비둘기파 전망
시장에서는 박춘섭 신임 금통위원이 비둘기파 색채를 띨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 신임 위원은 행정고시 31회로 공직에 입문한 정통 경제 관료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재정 업무를 담당했고 조달청장을 지냈기 때문에 거시경제나 통화정책을 다룬 경험은 거의 없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만큼, 경기 둔화 속도를 늦추고 싶어 하는 정부 기조에 맞춰 완화적인 성향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다. 더구나 ‘예산통’ 관료 출신인 만큼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것보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박 위원은 지난 4월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는 수년간의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에서 벗어나 활력을 찾아가고 있으나 코로나19 기간 중 늘어난 유동성과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가 크게 올랐다”며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파이터’로서의 역할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도 높은 물가와 미국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지난 1년 반에 걸쳐 급격한 금리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경제의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대내외 여건도 녹록지 않아서 우리의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되고 있다”고 했다. 물가와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나아가 그는 “이런 힘든 시기에 금통위원 임기를 시작해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을 달성하고, 나아가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장용성 첫 금통위에서 색채 드러낼 듯
장용성 위원의 경우 첫 금통위에서 성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추천을 받은 장 위원은 1966년생으로 서울대 경제학 학사와 석사, 미국 로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했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컨설턴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겸 금융경제연구원장 등을 지냈다.
거시경제 전문가인 장 위원은 지난해 통화정책 관련 논문을 2편 썼는데, 하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를 동반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 물가 통계와 실제 물가 간 괴리가 크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전·월세 가격, 자가 주거비, 억제된 공공요금 등을 반영하면 물가 상승률이 3%포인트 더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스태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다룬 만큼, 논문을 토대로 장 위원의 성향을 파악하긴 쉽지 않다는 게 시장의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장 위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 경제 자문 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금융분과 분과장으로 활동한 만큼, 정부의 정책 방향과 보조를 맞출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비둘기파 늘어날 가능성, 금리 동결 전망
금통위는 총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지난 4월까지는 의장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조윤제·서영경·박기영 위원과 이승헌 부총재까지 4명이 매파, 주상영·신성환 위원 2명이 비둘기파로 불렸다. 새로 합류한 두 위원의 성향에 따라 금통위 내 매파와 비둘기파 비중이 기존의 4대 2에서 3 대 3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물가 안정과 성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타고 있는 한국은행이 경기 안정에 보다 중점을 두고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거나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금리를 현 수준에서 묶어뒀다. 지난해까지 치솟던 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둔화된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융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목표로 지난 1월까지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도 두 차례 단행했다. 시장에서는 연속 금리 동결 결정을 두고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사이클(국면)이 사실상 끝났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원 대다수가 최종 금리 수준을 연 3.75%로 열어놨다”면서 추가 금리 인상 문을 열어뒀다. 또 시장에서 연내 금리 인하론까지 부상한 점에 대해서는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 아직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Plus Point
3억 넘는 연봉에 차관급 예우
‘7인의 현인(賢人)’ 금통위원금융통화위원회는 한국은행의 통화신용정책에 관해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정책 결정 기구다. 한국은행 총재가 의장을 맡고, 부총재가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나머지 5명은 기획재정부 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회 위원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전국은행연합회 회장 등이 추천한 민간 위원으로 꾸려진다. 총재의 임기는 4년이고 부총재는 3년으로 각각 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나머지 금통위원의 임기는 4년이 보장되며 연임도 가능하다.
이른바 ‘7인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며 정부 차관급의 예우를 받는 금통위원들은 처우도 남다르다. 한국은행이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는 2021년 기준 보수에 따르면, 금통위원은 기본급 2억7810만원에 급여성 복리후생비 330만원, 기타 성과상여금 5560만원 등 총 3억37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총재는 3억6570만원, 감사는 3억2440만원, 부총재보는 2억692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한다. 아울러 금통위원은 업무 추진비와 차량 지원비 등을 별도로 지원받을 수 있다. 비서와 보좌관을 거느리고 사무실과 차량도 받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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